텃밭운영으로 공동체 조성, 동대표 회의 주민들도 참관해 아이디어 공유

백마마을 4단지 텃밭이다. 매년 2월 주민들이 추첨을 통해 1년 동안 가족들의 텃밭을 일군다.

[고양신문] 방울토마토, 오이, 호박, 상추 등 아파트 단지 내에 사람 가득한 오아시스 유기농텃밭이 있는 아파트 단지. 씨앗을 뿌리고 새싹이 나고 채소가 자라고 고추가 빨개지면 어느새 푸릇푸릇 배추로 옷을 갈아입는 텃밭이 도심에서 사람냄새 가을향을 진하게 내뿜는다. 곧 김장을 준비하는 주민들은 배추를 보살피고 텃밭을 갈무리한다. 텃밭 주위에는 미끄럼틀 있는 놀이터가 있고 아파트 관리사무소가 있다. 가을을 한껏 뽐내는 금빛 낙엽 가득한 길을 여기저기 걷다보면 금새 20분이 지난다. 짙은 단풍으로 물든 백마마을 4단지 주민들 가을의 일상이다. 

윤정희 4단지 관리소장, 박승배 4단지 회장, 이재숙 4단지 동대표(왼쪽부터)가 텃밭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우리 주민들은 최근에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습니다. 주민들 스스로 공동체 발판을 마련하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어요. 입주 25년이 되면서 마을에 대한 애착이 생겼고 ‘이제 내 동네구나’라며 고향이 된 것 같습니다. 이제 단지 내 텃밭을 중심으로 자연스러운 공동체 마을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라며 박승배 백마마을 4단지 회장은 말한다. 
 

사계절 모두 주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주는 단지내 가로수길

백마마을 4단지가 주민들 스스로 만들어 가는 공동체 마을로 변모해 가고 있다. 신도시 입주 초기인 1994년 7월 입주를 시작해 25년이 흐르면서 4단지는 많은 변화를 겪었고 보아왔다. 1970·80년대 비둘기호와 통일호가 다니던 낭만의 거리 경의선 백마역이 있는 동네로 지금도 멀리 북한산이 보이고 농촌풍경이 그림처럼 펼쳐져 모습은 변함이 없다. 단지 내 걷기 좋은 보도에는 숲처럼 울창한 나무들이 자태를 뽐내고 있다. 이런 자연경관과 더불어 입주민들이 소중하게 관리하는 다채로운 공간과 캠페인이 있다. 

자연친화적인 공간들은 계절이 만들어 준 선물이다.

먼저 2005년경부터 추첨을 통해 텃밭을 운영한다. 누구에게나 도시농부가 될 수 있는 공정한 기회가 주어지는 마을텃밭이다. 주민들은 환영했다. 시간이 지나며 텃밭은 조그마한 취미생활 공간에서 마을의 원두막 같은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사람이 모이고 이야기가 있고 정이 있는 마을로 변모했다.
윤정희 4단지 관리소장은 “입주초기에는 유대관계가 좋았다고 해요. 처음 입주를 하면서 인사하고 정보도 나누는 등 서로의 도움이 필요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파트 특유의 단절된 문화가 녹아든 것 같습니다. 그래서 텃밭 가꾸기로 주민들을 모이게 했어요. 서로 인사를 나누고 스스럼없이 다정하게 지낼 수 있게 됐습니다. 마을의 분위기를 바꾸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봐요”라고 말했다.  

아파트단지에서 동이 틀 때 바라본 떠오르는 태양과 농촌을 하얗게 뒤덮은 안개는 한폭의 수채화다.

올해 8월부터 시작한 인사하기 캠페인은 마을을 또 한 번 업그레이드 시켰다. '얼굴에는 미소, 인사는 이웃을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라는 엘리베이터 입구의 문구는 점차 서로가 먼저 인사하고 밝은 얼굴로 맞이하는 분위기를 만들었다. 인사 캠페인이 빠르게 주민들 마음에 자리 잡은 건 그동안의 신뢰와 투명한 마을 운영이 있었기 때문이다.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과정에 음악회와 영화제 등 문화와의 접목도 중요했다. 마을을 하나로 묶는 데 문화의 역할은 컸고 그것을 계기로 동대표 회의에 주민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멀리 북한산이 보여 경치를 즐기기에 그만이다. 가깝게는 경의중앙선이 있어 교통이 편리하다.

회의가 있는 날이면 주민들의 방청 신청이 부쩍 늘었고 참여한 주민들의 아이디어를 회의에서 공유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주민공동체 공청회와 간담회를 통해 배관교체와 부스터펌프도 교체해 전 층의 수압이 같아졌다. 주민들의 불만이 원활하게 해결된 사례다. 이외에도 엘리베이터 교체작업과 외벽 보수작업도 준비 중이다. 이 모든 것이 주민들 간의 소통으로 해결됐다. 
이재숙 4단지 동대표는 “앞으로도 주민들의 참여를 계속 독려하려고 합니다. 동대표들이 미처 보지 못한 것들을 주민 시각에서 볼 수 있거든요. 얼마 전 설치된 단지 뒤 공원의 LED등 설치도 주민들의 참여가 있어 가능했어요. 새로운 시각이라기 보다는 놓친 시각에 대한 공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백마마을 주민들 많이 참여해주세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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