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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시 행정과 정책에 인권감수성을 입히다<좌담회>고양시 인권위원회 4년 평가 및 과제를 묻다
  • 남동진 기자
  • 승인 2019.11.06 09:55
  • 호수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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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정책 전반에 인권감수성을 입히다. 민선6기부터 고양시가 추진해온 평화인권도시의 의미를 한 줄로 요약한 문장이다. 비록 눈에 띄는 큰 정책은 아니더라도 작지만 의미 있는 변화들이 있었다. 공무원들을 대상으로 한 인권교육은 공직사회의 인권감수성을 조금씩 높여갔으며 시청직원 블라인드 채용방식 도입, 서민금융 상담창구 이전 등 행정의 인권침해 요소들을 하나씩 제거해 갔다.
고양시 인권도시 추진의 중심에는 인권위원회가 있다. 10명의 위원으로 구성된 고양시 인권위(위원장 유재덕)는 인권정책에 대한 평가, 자문 등의 역할을 넘어 의제를 직접 발굴하고 시정 전반에 인권감수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집행부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쳐왔다. 때문에 고양시 뿐만 아니라 타 지자체에서도 민관협치 모델의 모범사례로 평가받기도 한다.
내년 3기를 맞이하는 고양시 인권위원회는 당면한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시민인권구제위, 인권센터 설치 등을 위한 인권조례개정안 마련이 가장 큰 과제이며 인권정책 또한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확장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 시정에 대한 협치와 견제기능을 동시에 수행하기 위한 독립성 확보도 중요한 부분이다.
1,2기 인권위원회에 대한 평가와 과제에 대한 의견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21일 인권위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해온 4명의 전문가와 함께 좌담회를 진행했다. 참여자는 인권위 부위원장을 맡아온 안미선 장애인인권포럼대표를 비롯해 박근덕 평화인권교육센터 대표, 유왕선 고양인권연대 대표,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다.

 

안미선 경기장애인인권포럼 대표(고양시 인권위원회 부위원장)

1,2기 인권위원회 임기가 마무리 됐다. 전반적인 평가를 부탁드린다.

박근덕: 다른 지자체와 비교했을 때 고양시 인권위원회가 가장 자랑할만한 부분은 인권위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구성원 간의 관계가 단단하고 논의과정이 서로 모이고 어떤 일이 있어도 1달에 한번 씩 모였다는 점이 가장 큰 성과였다. 일부 위원회들의 경우 위원들 사이에 의견도 잘 안모이고 자기자랑만 하다가 가는 경우가 많고 그날 회의에서 논의가 진척되지 못하는 점을 그다지 아쉬워하거나 고민하지도 않는다. 이런 점에서 볼 때 고양시 인권위원회는 타 위원회에도 모범이 될 만한 사례라고 생각한다.

유왕선: 인권위의 기본적 역할은 시정 전반에 대한 인권적 견제와 감시, 그리고 인권적 감수성을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위원회의 독립성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그 점에서 본다면 1,2기 위원회는 성공했다고 본다. 시에서 무언가를 제안하기에 앞서 인권위가 먼저 안건을 만들어내고 토론하고 결과물을 내는 과정이 중요했다. 질적인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자기 시각에서 생각들을 모으고 제도화시키는데 노력했다는 점은 분명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또한 각종 인권사업을 시에 반영하도록 한 것도 큰 성과였고 여기에는 담당공무원과 시의원의 역할도 컸다고 본다.

이정아: 최근 경기도 민간협치위에 참여해 협치 관련 연구조사를 했는데 거기서 느낀 것은 공무원들이 기본적으로 민간이 참여하는 위원회의 역할을 매우 협소하게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한다는 점이었다. 또한 일부 제대로 작동하는 위원회의 담당공무원들은 하나같이 너무 힘들다고 호소했다. 기본적으로 협치를 자신들의 업무로 받아들이지 못하는 거다. 자신들은 조례와 예산에 맞춰 집행하면 되는 건데 굳이 위원들과 논의할 내용도 없고 어쩌다 만나면 오히려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는 입장이어서 위원회가 사실상 유명무실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점에서 보면 고양시 인권위원회는 민간협치의 좋은 모델을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형식적인 회의가 아니라 구체적인 논의를 할 수 있다는 경험을 보여줬고 다음 위원회에서도 좋은 평가지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안미선: 위원회 차원으로 보면 인권조례개정에 가장 힘을 쏟았는데 결국 성사시키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1기 위원회에서는 위원회 위상을 성립하는데 많은 공을 들였고 2기에는 조례개정에 힘을 쏟다보니 정작 현장에서 위원회로 들어오는 인권관련 민원들에 대해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부분도 아쉬운 부분이다.

박근덕 평화인권교육센터 대표

4년간 위원회가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궁금하다. 성과는 무엇이 있었나.

안미선: 공무원들의 인권감수성이 변화한 것이 가장 큰 성과다. 인권위가 처음 발족할 당시만 해도 제가 장애인활동가임에도 회의장소를 엘리베이터가 없는 곳으로 배정하는 등 문제가 있었는데 지금은 이런 부분들을 행정이 먼저 의식하고 노력한다는 점이 바뀐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박근덕: 초기에는 이런 문제를 제기하면 담당부서에서 ‘우리 부서에는 장애인이 없는데요’라는 식의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공무원 인권교육의 역할이 컸다고 생각한다. 경기도 내에서 자체적으로 인권교육을 하는 지자체가 4곳인데 그중 하나가 고양시다.

이정아: 지역에서 분야별로 인권문제를 다룰 여지가 많아졌다. 여성계에서는 공공부문 여성 비정규직 문제 실태조사도 진행했고 이를 통해 도서관 사서 노동실태 등 많은 문제점들을 찾아낼 수 있었다. 정책을 펼칠 때 단순히 개량적 수치만 놓고 접근할 것이 아니라 디테일한 요소들도 함께 고려해야 하는데 이점에 있어서 인권위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유왕선: 고양시 본청 블라인드 채용 건도 2017년 5월 경에 인권위에서 처음 제안해 반영됐다. 시청 내 서민금고상담창구 이전논의도 기억에 남는다. 서민금고 대출을 위해 찾아오는 시민들이 민원실에서 상담을 받아야 했는데 이분들의 사생활이 노출되는 문제가 있었고 인권위 제안을 통해 다른 곳으로 옮기는 성과가 있었다.

이정아: 인권위가 가동되면서 그동안 당연하게 여겨왔었던 문제들에 대한 일종의 딴지걸기가 가능하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중요한 사안에 대해 교육이나 실태조사가 진행되고 행정단위에서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아직도 경기도 31개 시군을 살펴보면 여성정책부서 조차 없는 곳들이 태반이다.

유왕선: 인권위를 맨 처음 구성하면서 집행부에 인권예산을 책정하기 전에 먼저 계획을 보고해달라고 했다. 보통 이런 예산은 부서에서 책정하고 계획을 세우고 집행부에서 조정한 뒤에 시의회에서 승인받는 구조인데 위원회가 가장 먼저 개입했던 것은 인권예산을 어떻게 세울 것인지 계획을 보고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부분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예산책정에 앞서 시민(위원회)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예산확정 후에는 어떻게 집행할지 같이 논의하는 과정이 매우 필요했다.

이정아 경기여성단체연합 대표

임기 후반에 가장 집중했던 현안이 조례개정안이었다. 개정안의 배경과 주요내용이 궁금하다.

유왕선: 고양시 인권조례는 2013년 국가인권위에서 내려온 표준조례안에 따라 처음 제정됐다. 문제는 인권행정을 지자체에서 어떻게 실현할지에 대한 세부적인 고민들이 조례안에 전혀 담기지 못했다는 점이다. 인권위 표준안을 그대로 따른 수준인데 사실상 최소한의 가이드라인만 명시해놓은 정도였다. 이 조례를 실질적으로 잘 활용해보자는 움직임은 2014년 무지개연대에서 처음 제기됐다. 이후 인권위원회가 생기고 인권기본계획과 예산도 함께 마련됐는데 문제는 조례에 명시된 내용만으로는 그 다음부터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래서 인권구제기능 등을 법제도적으로 보장하기 위한 조례개정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다.

안미선: 조례개정안의 가장 핵심은 구제기능이었다. 시민인권침해구제위원회를 설치하도록 하고 인권센터를 통해 상담, 실태조사, 교육 등을 담당하도록 했다. 행정에서 최소한 이정도는 해야하지 않을까. 그리고 선언적 의미에서 차별금지조항을 신설하도록 했다.

박근덕: 인권조직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독립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필요하다면 시장이나 집행부와도 대립할 수 있어야 한다. 외국 사례를 살펴봐도 영국 웨일즈 지방정부의 경우 인권장관만큼은 중앙정부가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수상이 임명하는 것도 아니고 대법관처럼 합의제를 통해 뽑도록 해서 독립성을 확보해준다. 우리나라도 이러한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정아: 최근 경기도 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성평등 조례와 인권조례 개정을 놓고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이게 반대 논리가 뭐냐면 처음에는 성평등조례를 양성평등조례로 바꾸라는 것이었는데 이제는 젠더가 들어가면 안되고 자유가 빠진 민주시민교육도 안된다는 식이다. 심지어 학생인권조례도 반대하면서 어린 학생들을 세뇌시킨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이처럼 반대운동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것은 일종의 성전이고 자신들이 개정안을 막아낸 것을 마치 간증하듯이 말한다. 최근에 경기도 성평등조례 개정안도 큰 논란이 됐는데 앞으로 고양시가 인권조례개정을 추진한다면 이러한 문제에 대해 잘 대응해야 할 것 같다.

유왕선 고양인권연대 대표

마지막으로 3기 위원회에 바라는 점과 과제를 이야기 한다면

박근덕: 3기 위원회에서는 청소년이나 이주노동자 분야 등 좀 더 다양한 영역이 활동됐으면 좋겠고 실제로 일을 해줄 전문가들도 함께 참여해서 역동적으로 운영되었으면 좋겠다. 덧붙이자면 고양시 인권위의 역할은 앞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고 보는데 실제로 서울시의 경우 올해부터 인권영향평가를 위한 전담부서를 신설했고 국가인권위에서도 각 지자체 별 인권지수를 도입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라면 인권관련부서 뿐만 아니라 고양시 행정 전반에 관여할 수 있는 고리가 만들어지는 셈이다. 지금까지 위원회 틀을 잘 만들어왔다면 앞으로는 실제로 역할을 할 수 있는 내실을 기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왕선: 월례화된 회의구조를 적어도 인권센터가 만들어질 때까지는 이어나갔으면 좋겠다. 기존에 해왔던 것들을 잘 계승하고 새로운 것들 특히 현안중심으로 인권문제를 잘 다뤘으면 좋겠다. 또 하나는 인권 관련 다양한 단체들과 다른 위원회간의 네트워크도 강화됐으면 좋겠다. 필요하다면 시민사회가 인권위원회를 감시하는 역할도 고민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이정아: 인권위원회에서 논의했던 사항들을 공청회나 집담회 등을 통해 공론화하는 자리도 많이 마련했으면 좋겠다. 위원회 안에서 자칫 사장될 수 있는 논의들이 공론화 과정을 통해 폭발력을 얻을 수도 있지 않겠나.

안미선: 가장 기대하는 것은 조례개정추진이다. 그리고 활동 내내 느꼈던 아쉬움은 현안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다는 점이었는데 3기 위원회는 이러한 부분을 잘 메워주길 바란다. 1,2기 위원회에 감사했던 점은 안건이 별로 없을 때도 열심히 참여하고 내 분야가 아니어도 내일처럼 열심히 논의에 참여하는 등 유대감이 끈끈하다는 점이었는데 이러한 전통이 이후에도 이어졌으면 좋겠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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