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 내년 첫 전기버스 도입> 수요 많지만 정부보조금 턱없이 모자라

▲ 강원도 강릉에서 운행되고 있는 전기버스 모습. 저상버스로 설계된 전기버스는 소음과 매연이 없어 시민들에게 인기가 좋다.

전기버스 수요 급증, 보조금은 턱없이 부족
고양지역 수요 1월 5대, 7월 136대로 급증
정부, 친환경 대중교통 수요증가 예상 못해


[고양신문] 전기버스를 운행하고자 하는 운수업체는 늘고 있지만, 정부 보조금이 수요를 따라오지 못하면서 사업의지가 꺾이는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많은 운수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시내·마을버스에 아직까지 전기버스가 한 대도 운행되지 않고 있는 고양시에 올해 갑자기 전기버스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작년까지 전기버스 수요가 한 대도 없었는데, 올해 1월 수요조사에서 5대를 신청하더니, 7월에는 136대나 구매의사를 밝혔다. 6개월 만에 전기버스 구매의사가 27배나 증가한 것. 전국적으로도 고양시의 전기버스에 대한 수요증가는 주목할 만큼 높다.

전기버스를 운행하고자 하는 운수업체의 강한 의지는 시민들 입장에서도 반가운 일이다. 대중교통망이 매연이 나오지 않는 친환경자동차로 바뀌게 되면 여러모로 장점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버스운수업체 대표들의 의지와는 달리 내년 고양시에 도입될 전기버스는 현재로선 2~3대 정도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고양시 업체가 당장 136대의 전기버스를 구매하겠다고 나서고 있지만, 정부가 가진 보조금 예산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전기버스의 대당 구입비는 약 4억원. 정부 보조금으로 약 2억5000만원이 지원되기 때문에 사업자는 1억원이 조금 넘는 돈이면 버스를 구입할 수 있다.

보조금이 지원되는 전기버스 가격은 경유버스 출고가와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사업자 입장에선 부담이 덜하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전기버스를 구입하려면 대당 4억원을 전부 지출해야할 판이니, 내년에도 고양시에서 전기버스를 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경기도에 따르면 올해 두 번의 수요조사 중 보조금 예산이 반영된 조사는 1월이다. 즉 고양시에서 5대를 신청한 기준으로 보조금이 지급된다는 말이다. 1월 기준 경기도 전기버스 총 수요는 600대, 전국으로 따지면 약 2000대다. 그런데 올해 정부(환경부)가 확보한 보조금 예산은 총 300대에 불과하다. 전국 시도에서 요청한 물량의 15%선에 그치는 수준. 이마저도 올해 1월 수요조사를 기반으로 한 것이다. 7월 수요조사를 반영했을 때엔 고양시처럼 25배나 급증한 곳도 있으니, 정부의 예산지원이 시장변화를 전혀 따라오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 2016년부터 도입된 전기버스는 김포시 버스운수업체인 선진그룹이 선도적으로 도입했으며, 올해 수원, 성남, 부천의 운수회사가 적극 도입하면서 수가 급증했다. 고양시에서는 올해 들어 관심이 높아지면서 내년에 구매하겠다는 전기버스 수가 136대로 확인됐다.


환경부는 확보된 예산이 없고 지자체는 예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라 버스회사뿐 아니라 담당공무원들도 애가 타기는 마찬가지다. 환경부는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힘쓰고 있지만 결과가 좋을지는 미지수다. 국회 예결위 예산심의에서 전기버스 내년 물량을 300대에서 약 1000대로 늘리기로 했지만 이마저도 턱없이 부족하다. 경기도 입장에선 총 예산 중 경기도 예산을 최대한 확보하고 이를 각 지자체에 균등히 배분하는 것이 목표다. 그렇기 때문에 고양시처럼 하반기 조사에서 수요가 급등한 지역을 특별히 배려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고양시 버스회사인 백마운수 장재원 대표는 “저희 회사에서만 내년에 38대를 구입할 생각인데 당장 보조금 예산이 부족하다니 답답할 따름이다. 운수회사 입장에선 고객만족도 향상, 운송원가 절감 등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해 전기버스 구매에 뛰어들고 있는데, 정부가 도와주지 않는 꼴이 됐다”며 “어떻게든 보조금이 지급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말했다.

고양시 관계자는 “지역 버스회사 대표들의 사업의지가 높은 만큼 최대한 보조금을 확보해서 내년에 많은 전기버스를 도로에서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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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병철 여산교통 대표

“충전소 인프라 충분해야 운행가능”

▲ 정병철 여산교통 대표
고양시에서 선도적으로 전기버스 구매에 나서고 있는 여산교통 정별철 대표. 그는 올해 충선소 설치를 위해 차고지를 매입하고, 보조금 지원이 확정되기도 전에 약 30억원을 들여 차량을 8대나 계약했다. 친환경 신사업에 대한 매우 공격적인 투자다. 최근 고양시 버스운수업체들이 갑작스레 전기버스 구매에 강한 의지를 보이게 된 이유를 물었다.


고양시 전기버스 수요조사를 보면 1월 5대에서 7월 136대로 급증했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전기버스에 대해 잘 몰랐는데, 올해 타 지자체 버스회사가 운행을 늘리면서 관심도가 급증했다. 전기버스 사업은 지금 시점에서 빨리하면 할수록 운송 사업에 도움이 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됐다.    


회사 입장에선 어떤 장점이 있나.

▬ 우선 운송원가를 낮출 수 있다. 경유를 전기로 대체하면 원가가 약 30% 줄어든다. 정비비(정비인력)가 줄어드는 것도 크다. 디젤엔진은 때가 되면 각종 오일을 교체해줘야 하는데, 전기차는 그럴 필요가 없어 유지비·정비비가 적게 든다. 또 다른 이유는 현재 출시되는 경유버스로는 높아지는 배출가스 환경기준을 맞추기 힘들 것이란 예측 때문이다. 경유버스 신차에 DPF(매연저감장치)가 이미 달려서 나오는데 이 장치가 1년을 버티기 힘들다. 이 외에도 전기승용차처럼 앞으로는 보조금이 갈수록 줄어들 것이란 예측도 있다. 지금이 전기버스 사업을 시작할 적기라고 생각한다.


보조금도 지급되기 전에 전기버스를 계약했다.

▬ 정부와 지자체를 믿고 구입을 결정했다. 국가가 장려하는 사업인데 보조금을 받지 못할 거라는 생각은 안한다. 전기버스 도입은 시민들에게도 큰 사랑을 받을 것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보조금 확보에 더 신경을 써주길 바란다.


신사업이다 보니 진입장벽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어려움이 예상되나.

▬ 우선 충전소를 설치하는 데 투자 부담이 크다. 언제 계약이 만료될지 모르는 임대 차고지에 수억원에 달하는 충전소를 설치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그래서 땅을 매입해 본인 차고지에 충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 회사도 올해 차고지를 매입해 충전소를 만들고 있는 중이다. 고양시에서는 처음으로 버스전용 전기충전기를 설치하게 됐다.


지자체에 바라는 점은.

▬ 사업자가 충전소를 모두 만들기에는 역부족이다. 시가 공용차고지 등에 충전소를 설치하고, 시유지와 유휴부지 등을 적극 활용해 버스충전소를 다수 확보해주길 바란다. 인프라가 잘 갖춰진다면 전기버스 운행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시민들의 만족도도 높아질 것이다. 고양시가 부지만 확보해준다면 버스회사가 승용차와 버스가 공용으로 사용할 수 있는 충전기를 설치하는 데 사업비를 전액 부담할 의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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