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의 열대농장 ‘뜨렌비팜’

파파야 나무 아래 선 정현석 대표.

사탕수수, 구아바, 패션후루츠
모링가 등 20여 종 열대작물
노지와 온실에서 무농약 재배
조청 식초 잼 가공식품도 생산


[고양신문] 커피나무엔 싱싱한 커피열매가 주렁주렁 달려있다. 연갈색 구아바도 탐스러운 열매를 맺었고, 파파야는 한창 크고 있다. 열대지역에서나 볼 수 있었던 나무들이 숲처럼 자라는 이 농장은 고양에 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지면서 한반도 남쪽에서도 열대작물을 재배할 수 있게 됐다는 뉴스를 보긴 했지만, 열대작물 농사가 고양에서 풍작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못했다.

온난화 대응 농업 일번지

열대작물 체험농장 ‘뜨렌비팜’은 ‘온난화 대응 농업 일번지’라는 간판을 내걸었다. 트렌비팜 야외 텃밭에서는 사탕수수와 사탕무, 패션후르츠, 모링가 등 열대작물이 아무 장애도 느끼지 못한 채 싱싱하게 잘 자란다. 주목할 점은 농약 등 화학약품을 전혀 쓰지 않고도 작물이 잘 자란다는 점이다. 정현석 대표는 열대작물은 소득면에서는 물론 무농약 친환경 농산물을 생산한다는 측면에서도 가치가 높다고 강조한다. 커피와 파파야, 구아바 등 크게 자라는 나무 열매는 겨울을 날 수 있는 온실 농장의 힘을 빌려야 하지만 다른 작물보다 더 온도를 높일 필요가 없다. 겨울에도 월 80만원 정도의 연료비가 들어간다니, 다른 농장보다 오히려 저렴한 편이다.

“열대작물은 소득도 높지만 다른 작물보다 쉽게 무농약 농사를 지을 수 있어서 주변 농업인들에게 적극적으로 권하지만 번번이 실패하고 있어요. 고양에서 무슨 열대작물을 하느냐고 면박을 받을 때가 더 많아요. 제가 열대작물을 잘 키워서 꽤 소득을 올리고 있고, 없어서 못 팔고 있다고 강조해도 한 귀로 듣고 흘리시죠. 참 안타깝습니다.”

옛 일산 말머리에서 태어난 정현석 대표는 고향인 고양으로 다시 돌아와 농사를 짓기 시작하면서 발상을 바꾸지 않으면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고 생각했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열대작물 농사에 주력했다. 고양의 농업인들과 같이 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쉽지 않다.

정현석 대표와 아내 오은희 씨가 사탕수수를 짜고 있다.

 
국경을 넘어 꿈꾸는 공동체

정현석 대표는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청년시절 책으로 읽었던 유럽의 생활공동체 이야기에 감동 받고, 언젠가는 스스로 공동체의 일원이 되겠다는 꿈을 품고 살았다. 직장을 다니면서 사회복지를 공부했고, 농업에 대한 관심도 놓지 않았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저소득층 어르신들을 위한 원예치료 봉사를 하며 취약계층에게 소득이 될 수 있는 농사가 없을까, 고민하다가 커피농사를 찾게 됐다. 열대작물에 처음 관심을 갖게 된 계기였다.

외국인노동자들을 돕는 인권단체를 통해 커피와 열대작물에 대한 정보를 더 얻을 수 있었고, 이후 해외에 갈 때마다 열대작물을 세심히 살폈다. 외국인 노동자들과 친밀해지다보니, 열대작물을 키우는 일이 민간교류가 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다. 외국인 노동자들이 경험한 비인간적인 모습이 한국의 일부일 뿐이라는 것도 보여주고 싶었다.

“한국에서 열대작물 농사를 짓고, 그 이윤을 다시 외국인 노동자들의 나라를 위해 환원하고 싶다”는 정 대표는 언젠가 훌쩍 한국을 떠날 생각도 한다. 청년시절 꿈꿨던 공동체의 이상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국경이라는 작은 울타리에 연연하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맛과 영양 풍부한 가공식품 생산

열대작물에 얽힌 짧고도 긴 스토리를 듣고 나서 다시 둘러본 뜨렌비팜은 세계가 만나는 거대한 농장처럼 다가왔다. 뜨렌비팜에서는 열대작물 농사와 더불어 다양한 가공식품을 생산하는 작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아내 오은희씨가 공장의 기술자이다. 사탕수수 조청, 패션후루츠 커드, 구아바 식초, 커피 식초, 파파야 깍두기, 차요테 장아찌, 모링가 장아찌 등 30종이 넘는 가공식품을 생산한다. 무농약 열대작물을 우리 입맛에 맞게 가공한 식품들은 맛과 영양, 건강을 모두 챙길 수 있는 훌륭한 상품이다. 한번 먹어본 소비자들의 구매가 이어져 완판일 때가 더 많다. 미리 예약을 해두어야 편안하게 맛볼 수 있다.

뜨렌비팜에서 만든 다양한 열대작물 가공식품들과 맛있는 음식.

 
열대작물 요리 체험 시식회 운영

뜨렌비팜에서는 열대작물로 직접 음식을 만들어 먹어보는 체험시식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파파야 깍두기와 파파야 겉절이(태국 김치 ‘송땀’), 모링가 장아찌, 사탕무 피클 등 세상 처음 먹어보는 맛있는 요리를 맛볼 수 있다. 널찍한 파파야 잎 위에 예쁘게 올려진 밥과 국 자리에 놓인 망고는 눈으로, 입으로 먹는 행복감을 준다. 사탕수수를 직접 짜서 마실 수도 있는데, 달콤하고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주렁주렁 열린 열매가 맺힌 커피 나무와  구아바 나무, 파파야 나무를 마음껏 구경하며 상상 속의 열대 여행을 떠나는 시간은 무료로 주어진다. 열대작물 가공식품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뜨렌비팜
위치 : 일산서구 대화동 1960-20
문의 : 010-5357-1987

뜨렌비팜에서 싱싱하게 자라는 커피나무와 구아바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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