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유정길

유정길 지혜공유협동조합 이사장, 불교환경연대 운영위원장

[고양신문] 예전부터 항상 제목을 들을 때 마다 불편한 노래 3개가 있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와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 또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네’라는 노래에 시비를 걸어보고자 한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운가?

안치환의 노래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필자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이다. 여럿이 함께 부르면 일체감을 느끼고 분위기가 절로 고조되는 노래다. ‘슬픔에 굴하지 않고 반짝이는 꽃눈으로 잎들을 키우며 짙푸른 숲과 산이 되어 결국 메아리로 남는 사람 … 바로 당신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라는 아름다운 노랫말이다. 박노해의 ‘사람이 희망이다’라고 쓴 시가 생각나는 노래다.

그러나 과연 사람이 꽃‘보다’ 아름답다고 단언할 수 있는가, 사람도 사람 나름이다. 가장 아름다운 것도 사람이지만, 가장 무서운 것도 사람이다. 사람이 희망이지만 사람만이 가장 문제이기도 하다. 사람은 지구상에 가장 우월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자신만의 발전, 풍요, 성장을 위해 자연과 다른 나라를 파괴하고 경쟁‧대립하며 전쟁을 벌여왔다. 지구상의 모든 동식물들은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만 존재하며 자연은 지배, 정복되어야 한다는 오만함이 오늘의 기후재난을 초래된 것이다. 결국 사람이 문제인 것이다

사람은 사람대로, 꽃은 꽃대로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존재는 그 자신의 위치에서 다양하게 아름답다. 제발 무엇‘보다’ 더 아름답다고 비교하지 말라.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의 도시’라는 말도 그래서 불편했다.

여자보다 귀한 ‘것’은 없는가? 

이 노래는 ‘남태평양(South Pacific)’이라는 유명한 뮤지컬 영화에서 크게 알려진 테마곡 중에 하나이다. ‘햇빛도 좋고 밤바다도 좋고, 망고 바나나 먹음직 열려있고, 배구 탁구 농구 같은 신나는 게임도 많지만 딱 한 가지 여자가 없다’는 노래이다. 이어서 ‘부드러운 여자의 손길, 여자와 비교할 만큼 좋은 것은 없고 여자보다 귀한 것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는 가사이다.

대부분 한국의 남성합창단에서 안 해본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여성을 존중한다고 생각하며 이 노래를 부르곤 하지만, 정작 듣는 여자들은 정말 존중받는다고 느낄까? 이 노래에서 여자는 남자와 대등한 존재가 아니다. 남자의 하위에 존재하는 수많은 ‘것들’, 예를 들어 과일, 자연, 게임 등, 그중에 제일 귀한 ‘것’이 여자라는 것이다. 요즘 같이 성평등의 감수성이 위중한 시대에 너무도 뒤떨어진 차별적인 노래이다.

남태평양에 파견된 미국군인들이 부르는 노래로 영화도 인종차별적인 분위기가 나지만, 수컷들이 모여 여자가 필요하고 제일 귀하다고 말하는 그들에게 여자는 성적이고 차별적 대상으로 들리는 것은 나의 과민일까.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인가?

르완다 내전 이후 제3세계 개발구호에 있어서 전세계 NGO들이 공통으로 지켜야할 10가지 행동규범 이 만들어졌다. 그 첫 번째는 ‘인도주의가 최우선적으로 중요하다’이다. 전쟁 중에 적이라 할지라도 아프면 치료하고 배고프면 먹이는 것이 적십자의 인도주의정신이다. 오로지 ‘사람만 보는 것’이다. 그가 못살고 잘살든, 정상인이든 장애인이든, 남자든 여자든, 흑인이든 백인이든 관계없이, 사람이라면 모두 평등하게 존중받아야 할 존재이다. 그런데 이 노래에서 존중을 넘어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한다.

사람은 ‘그냥 태어날 뿐’이지 과연 ‘무엇을 위해 어떤 목적을 갖고 태어나는 것인가? 또한 당신만 유독 사랑받기 위해 태어났다면, 사랑받지 못하게 태어나는 다른 존재가 있다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떠오른다. 마땅히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들은 존중받아야하며 사랑을 받아야할 존재이다. 사람뿐 아니라 동물도, 물고기도 나무 등 모든 자연도 사랑받아야 할 존재다. 심지어 동학의 해월선생과 동양사상에서는 모시고 섬겨야할 존재라고 공통되게 말하고 있다. 그리고 사랑은 ‘받는 게 아니라 주는 것’이라는데 이 노래에서 당신이란 존재는 태생적으로 ‘받기 위해’, ‘이기적으로 태어난 존재’이라고 말한다. 주지 않고 받으려는 욕심 때문에 세상이 이리 혼탁하고 어지러운 게 아닌가?

자연은 인간을 위해, 농노는 지주를 위해, 상놈은 양반을 위해, 노예는 귀족을 위해, 여성은 남성을 위해 등, 존재하는 수많은 ‘위해’는 그 자체가 존중받는 평등한 단독자가 아닌 것으로 느껴진다.

모든 생명은 존중받아야 한다

인간과 자연은 모두 관계 맺으며 존재하고 서로 의지하며 그 덕분에 살아가는 존재이다. 사랑받고 안 받고를 넘어서는 모두 소중하고 위대한 우주적 존재인 것이다. 인간은 겸손히 모든 자연들과 평등하게 서로 살피며 도우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인간만이 특별히 위대하다고 주장하여 자연을 지배정복으로 보는 ‘탈생물적 교만’, 남성이 우월하여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가부장적 남성주의’ 모두를 넘어서야 한다.

꽃도 아름답고 인간도 아름답다. 비교할 수 없다. 사람뿐 아니라 자연 모두 사랑받아야할 고귀한 존재이다. 그것만이 전지구적인 위기를 벗어날 생각임을 명심하자.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