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인터뷰 - 연대 합격한 중도입국 청소년 선명애양

다문화대안학교에서 공부  
3년여 만에 연세대 합격 
언어·심리학·경영학 관심
“낯선 것 두렵지 않아요”

 

선명애양은 “중도입국이 아니라 한국으로 유학 왔다고 생각하고 공부했다”며 “매 순간순간마다 멘토가 되어주었던 선생님들 덕분에 오늘의 내가 존재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다음 달 23일에 시작되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생각하면 벌써부터 마음이 설렌다며 웃었다.

 

[고양신문] 오랫동안 한국에서 먼저 살아왔던 아버지는 걱정이 많았다. 부모님을 따라 한국에 온 중도입국 청소년들이 제대로 정착하지 못하고 방황하는 모습을 주변에서 수없이 많이 봤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른 아이들이 그렇다고 해서 자신도 그렇게 될 것이라는 생각은 아예 한 적이 없었다. 오히려 한국의 수도 서울에서 산다고 생각하니 신나고 좋기만 했다. 한국어를 전혀 배운 적이 없었지만 두려움은 ‘1’도 없었다. 

선명애양은 중국에서 중학교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2016년 1월 아무런 준비 없이 오직 설레는 마음만을 품고 마침내 한국 땅을 밟았다. 

쿠바의 혁명가 체 게바라는 인간을 산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사는 존재라고 했다. 7일 고양이민자통합센터에서 만난 선명애양과 이야기 나누다 보니 그녀 역시 산대로 말했고, 또 앞으로 남은 삶도 말한대로 살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큰 결심을 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한국에 계신 아버지에게 그냥 온 것뿐이죠. 제가 원래 뭔가 하고 싶은 것이 있으면 그 일 앞이나 뒤를 따지며 걱정하거나 두려워하기 보다는 ‘어떻게든 되겠지 뭐’하면서 그냥 막 해버리는 성격이거든요. 한국으로 온 만큼 당연히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에 가야한다는 생각도 했었죠(웃음).”

언어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낯선 한국으로 오겠다고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것 같다는 질문이 무색해졌다. 사실 선양은 2015년 여름방학 때 잠시 한국에 놀러 온 적이 있었다. 그때 처음 배운 한국어가 ‘심심해’였다. 아버지가 일하러 나가고 낮에 주로 혼자 있다 보니 고모가 ‘명애야, 심심하지’라고 자꾸 물어보셔서 알게 된 말이란다. 하지만 2016년 아예  한국에 들어온 후에는 심심할 틈이 없었다. 

처음에는 서울 금천구에 살면서 일반학교에 학적을 두고 실제 공부는 다문화학교에서 했다. 한국어를 전혀 몰라서 일반 학교에서는 다른 한국학생들과 수업을 듣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우연한 기회에 알게 된 일산의 한 다문화학교에 다니기 위해 주엽동으로 2년 전 이사를 왔다. 주엽고에 학적을 두고 첫해엔 정발산동에 있는 다문화학교에서 공부를 했고, 2019년부터는 고양이민자통합센터 내의 고양시다문화대안학교를 다녔다. 인생의 터닝포인트를 맞게 됐다.  

“부모님도 그렇고 주변 사람들 모두가 그냥 인서울 대학만 가도 잘 가는 것이라고들 이야기 했습니다. 그런데 김지민 선생님은 다르게 말씀하셨어요. 지난해 초부터 ‘네 언어능력과 학습능력이라면 SKY도 충분히 갈 수 있다’며 격려해주셨습니다. 하반기부터는 실제로 원서준비와 대학 입학처에 수시로 문의 전화를 돌리며 지원전략도 함께 준비해주셨어요.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도 믿고 힘이 되어주셨던 선생님이 꼭 한분씩 계시기는 했지만 김지민 선생님이야말로 제 인생의 은인이라고 생각해요.”

 

4일 열린 선명애양의 주엽고 졸업식에 참석해 축하를 전한 김세영 고양이민자통합센터장과 박유정 국장. [사진제공=박유정 이민자통합센터 국장]

 

고양시다문화대안학교는 경기도 교육청 인가 대안학교로 중·고교과정을 통합해 운영한다. 선명애양 같은 중도입국청소년(외국인 자녀), 다문화가정 자녀, 제3국 출생 탈북자 자녀 등이 함께 공부하는 곳이다. 

외국에서 살다가 성장한 후 한국에 들어온 중도입국 청소년의 약 33%정도는 언어문제나 배타성 등으로 인해 아예 학교에 가지 못한다고 한다. 다행히 이런 다문화대안학교에서 선명애양처럼 열심히 공부하고 좋은 결과도 하나둘 더 나오게 된다면 밖으로 떠돌고 있는 청소년들에게 이정표가 되면서 한국 사회에 성공적으로 적응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선명애양은 지난달 초 연세대로부터 글로벌인재학부에 최종 합격했다는 통지를 받았을 뿐 아니라 추가로 다른 3곳의 학교에도 합격했다. 합격 소식 이후 고양시다문화대안학교에 다니고 있는 친구와 후배들이 더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터다. 

선양은 고양시다문화대안학교 개교 이래 최초의 대학 진학자다. 지난 4일 열린 선양의 주엽고 졸업식에는 바쁜 일 때문에 참석을 못한 아버지와 중국에 계신 어머니를 대신해 김세영 센터장과 박유정 국장이 부모님으로서 참석해 축하 꽃다발을 전하기도 했다.

“글로벌인재학부 한국언어문화교육전공이긴 하지만 전공뿐 아니라 기회가 되면 어릴 때부터 막연히 생각해왔던 분야인 심리학 공부도 하려고 해요. 세상의 모든 일은 사람의 심리적인 상태를 토대로 결국은 언어로 표현되잖아요. 기회가 되면 경영학도 하고 싶고....하고 싶은 게 많아요(웃음). 선한 영향력으로 저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도전하도록 응원해주신 김지민 선생님이나 김세영 센터장님 같은 분들이 계시기에 오늘의 제가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저도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는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이런 사람들이 점점 늘어 간다면 세상도 더 좋은 방향으로 바뀌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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