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 폐렴, 일부 과잉반응에 지역상권 '끙끙'

한 언론사에서 우한폐렴 3차 확진자가 무증상 상태였던 21일 다녀갔다고 보도한 그랜드백화점 매장 내 모습. 고객들의 발길이 눈에 띄게 줄어든 가운데 매장 직원들과 고객 대다수가 마스크를 끼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와 고양시 이동경로 공개했지만
무증상 당시 동선 노출돼 과잉보도 논란 
21일 증상 없는 상태 이동경로 추적에서 제외
무증상 감염 현재 불가능. 3차 확진자 접촉자 중 증상자 없어


[고양신문] “저희도 한 언론사의 보도와 고객문의를 통해서만 이곳에 방문했다고 들었지 질병본부나 보건소로부터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내용이 없어요. 관리대상에도 들어가 있지 않다고 들었습니다. 급한대로 자체방역 등 모든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매출타격은 피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29일 고양신문 기자가 만난 유영환 그랜드백화점 점장은 답답한 심정을 하소연했다. 일산서구 주엽동에 위치한 이곳 백화점은 지난 26일 발생한 우한폐렴(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 3차 확진자가 21일 거쳐 간 것으로 알려진 곳이다. 그러나 21일은 환자가 증상이 없었던 상태로 질병관리본부의 방역라인에서 제외된 시점이다. 만약 21일 무증상 상태의 이동경로도 문제가 된다면, 항공기 동승자부터 공항 일대에 대한 접촉자도 다 추적 대상이 된다. 질병관리본부와 고양시는 21일 경로는 조사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언론사는 환자의 카드결제 내역을 자체조사해 이동경로에 포함시켰고, 그랜드백화점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의 공식 입장보다 언론보도가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보도 내용이 확산되면서 현재 고객들의 발길이 크게 줄고 있는 상황.

백화점 한 관계자는 “예년에 비해 매출이 10분의 1도 안되는 상황”이라고 전했으며 유 점장 또한 “매년 명절 직후 일시적으로 매출감소현상이 있어오긴 했지만 이번 사태로 인해 평소보다 고객이 더 줄어든 것이 사실”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이동경로로 공식화된 상태도 아니고, 관리대상도 아니라는데 이렇게 피해를 보니 어디다 하소연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속내를 털어냈다.

질병관리본부는 27일 고양시에서 발생한 우한폐렴 3차 확진자의 이동경로를 공개했다. 증상이 나타난 22일부터 25일까지의 이동경로다. 공개자료에 따르면 해당 환자가 고양시에서 머문 장소는 모친이 거주하는 일산의 아파트를 비롯해 식사동 스타벅스 매장, 지인이 운영하는 식사동 한 의류매장, 정발산동 한 음식점, 모친 거주지 인근 편의점이다. 무증상 상태인 21일 거쳐간 그랜드백화점과 일산롯데마트는 방역대상 이동경로에 포함돼 있지 않다.

보건소 관계자는 “질병본부 역학조사관과 함께 이동경로 주요 장소를 방문해 방역작업을 완료했으며 해당 환자와 접촉한 7명에 대해서도 관리를 이어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관리대상자 7명 중 3차 확진자와 오랜 시간 접촉한 3명은 자가격리 중이며 나머지 4명에 대해서는 능동감시 중이다. 오래 접촉한 환자는 환자의 어머니와 성형외과 동행자, 의류매장 관계자 등인데 가장 오래 접촉한 어머니도 현재 증상이 없는 상태다. 3차 확진자 접촉자 중 증상이 나타난 경우는 아직 없다.

질병관리본부와 고양시가 공개한 3차 확진자 이동경로

질병관리본부는 3차 확진자가 공항을 통해 입국한 20일(월) 20시 40분부터 강남 성형외과를 방문했던 21일(화) 17시까지의 행적은 이번 질병본부 공개내용에 포함되지 않았다. 확진자는 22일부터 증상이 나타났기 때문에 무증상 상태에서의 이동경로는 방역 및 접촉자 조사 대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 언론사는 자체적으로 확진자의 21일 카드 사용 내역을 조사해 일산 그랜드백화점과 롯데마트를 이동경로에 포함시켰다. 질병관리본부의 공식입장보다 언론의 개별적 발표가 피해를 확산시킨 상태다.

그랜드백화점 측은 “보건소와 질병관리본부 측에서 단 한번도 이동경로 통보받거나 방역 통보를 받은 적도 없다”며 “고양시와 질병관리본부의 방역대상은 아니지만 매장 내 자체방역을 실시하고 전 직원 열감지조사와 고객접점이 많은 식품코너, 고객센터, 문화센터 직원들에게 마스크착용을 지시하는 등 자체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그랜드백화점을 찾은 한 고객은 “환자와 직접적으로 접촉하지 않으면 안전하다는 뉴스를 보고 평소에 찾던 매장을 찾았다”며 “백화점이 한산한 것을 보니 우한 폐렴보다 더 무서운 것은 언론의 과잉보도와 시민들의 과잉반응인 것 같다”고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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