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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사각지대 해소대책 시급하다<높빛시론> 이태원
  •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승인 2020.02.06 10:56
  • 호수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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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양신문] 연구 성과 현장적용을 위해 기사를 찾다보니, 작년 한여름에 40대 초반의 탈북 여성이 여섯 살 아들과 함께 집에서 사망한 채 발견됐다는 보도가 눈에 띄었다. 보증금 547만원, 월세 9만원인 작은 임대주택의 냉장고에는 고춧가루만 남아있었고, 뇌전증을 앓던 어린 아들은 뼈만 앙상한 사람을 그린 그림을 남겨놓았다 한다. 더 충격적인 건 장기 요금미납으로 수도도 끊긴 상태였고, 사망 후 두 달이 지난 후에야 수도검침원에 의해 발견됐다는 점이다. 잘 살아보겠다며 목숨 걸고 탈북을 했지만, 그들에겐 생활고로 추정되는 죽음이 앞을 가로막고 있었다.

몇 년 전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세 모녀가 스스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문틈을 테이프로 막은 방 안에서 연탄불을 피운 채 엄마와 두 딸이 나란히 누워 잠들었다. 서랍장 위에는‘주인 아주머니께.. 마지막 집세와 공과금입니다. 정말 죄송합니다’라고 적은 쪽지와 현금 70만원이 든 봉투가 놓여 있었다 한다. 방광암으로 숨진 아버지의 투병과정에서 두 딸은 신용불량자가 되어 이렇다 할 직업을 얻기조차 어려웠고, 어머니는 식당에서 일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왔지만 사고로 팔을 다쳐 일자리를 잃고 말았다.

큰 딸은 당뇨와 고혈압으로 활동이 어려웠던 데다, 작은 딸마저 편의점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자 이들은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게 되었다. 이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기 까지 이웃이나 친척의 도움도 없었고, 저소득층에게 최소 생계비를 지원하는 기초생활보장제도, 기초수급자를 위한 의료급여제도, 실직에 따른 실업급여와 같은 기본적인 복지제도의 대상에도 포함되지 못했다. 갑작스런 실직 등으로 생활고에 빠진 취약계층을 발굴, 지원하는 긴급지원제도 역시 이들에게는 무용지물이었고, 지원요청을 하지 않은 결과라는 것이 관할 구청의 궁색한 답변이었다.

흔히, 복지정책으로 보편적 복지와 선택적 복지를 말하곤 한다. 보편적 복지란 소득수준에 관계없이 구성원 모두에게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으로, 형평성은 높은 반면 효용성이 떨어지고 예산이 많이 든다는 단점이 있다. 즉 복지의 규모를 확대하는 것으로, 이를 위한 합리적인 조세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에 비해 선택적 복지는 형평성은 낮지만 효용성이 높아 예산이 적게 든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이 경우에는 높은 수준의 행정력과 비용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소외된 계층에게 제대로 된 복지 혜택을 제공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앞의 보도는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복지의 현주소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소외된 계층을 중심으로 삶의 안전망을 구축한다는 다양한 사회보장제도의 취지에도 불구하고, 복지 수요자가 직접 나서서 도움을 요청하지 않는 한 손길이 미치기 어려운 구조다. 또한 미흡한 조세제도로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 수요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릴 수 있는 행정력의 미비로 선택적 복지의 허점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복지사각지대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은 없는 것일까?

먼저, 북유럽 국가들처럼 세금을 많이 거둬 보편적 복지를 시행하는 방법이 있다. 하지만 아프지 않게 거위의 털을 뽑는 게 쉽지 않듯, 심한 조세저항에 부딪힐 게 불을 보듯 훤하니 누가 먼저 나설 리 없다. 다음으로 선별적 복지를 하되, 부족한 재원을 감안해 족집게처럼 수요자를 가려낼 수 있는 높은 수준의 행정력을 갖추는 방법을 들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력이 단시간에 갖춰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방대한 행정조직으로 인해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격이 되어 수요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은 쥐꼬리만큼 될 수도 있다.

족집게와 같이 수요자를 골라내기 위해서는 지금과는 전혀 다른 복지의 관리와 전달체계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또 투명하고 공정한 시행과정을 통해 정부 재정의 신뢰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즉 복잡한 전달체계를 단순화함으로써 복지의 전달과정에서 거래비용으로 예산이 줄줄 새나가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극소수의 관리자가 수요자와 소통하며 상태를 점검하며 관리하되, 수집된 데이터의 분석, 진단 및 처방을 위한 전문 알고리즘과 소프트웨어의 도움으로 수요자에게 맞춤형 복지혜택을 제공하는 새로운 시스템이 그것이다.

안타까운 사건이 있은 후, 관할 지자체는 탈북자 등 사회취약계층에 대한 전수조사에 착수했고, 정부도 부랴부랴 위기가구 긴급 실태조사에 나섰다지만 근본대책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통계청은 2017년 30% 정도였던 1인 가구가 30년 후에는 40%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60세 이상의 비중도 지금은 10집 중 3집 정도지만, 30년 후에는 6집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복지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맞춤형 복지시스템 구축이 시급한 이유다.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webmaster@mygo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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