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김종일

김종일 동화작가. 소설가

[고양신문] 세상이 어수선하다. 중국 발 코로나바이러스 발생으로 인해 우리나라까지 불똥이 튀어 난리가 아니다. 당장 중국에 의존하던 자동차 부품 수급에 차질이 생겨 자동차 생산라인이 멈춰 서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에 더해 관광업과 요식업, 서비스업까지 영향을 받고 있다. 글로벌 시대에 벌어지는 위기 상황이 우리에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웃에서 기침을 하면 우리도 감기에 걸리는 꼴이다. 이런 현실에서 다시 한 번 위기상황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할 때이다. 생산에 따르는 부품이나 원자재, 기술력을 언제까지 외국에만 의존할 것인가. 이번 중국 발 코로나바이러스뿐만 아니었다. 일본의 무역수출규제에 따라 우리의 전자산업이 큰 홍역을 치른 경험이 있다. 현재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자체 기술개발과 생산 공장의 국내 설립에 정부나 기업이 나서야 한다. 앞으로도 지금과 같이 기술력과 생산 시설을 외국에만 의존한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은 계속 반복될 것이다.

과학과 문명이 발달할수록 이런 예기치 못한 바이러스와 가축 전염병은 사라지지 않고 창궐하고 있으니 무슨 조화인지 모르겠다. 현재도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사라지지 않고 있어 돼지 사육 농가들을 전전긍긍케 하고 있다. 질병 전파에 대한 예방 차원으로 멧돼지만 몰살시키고 있다. 멧돼지가 비록 산짐승일지라도 생명을 지닌 동물이다. 그런데 질병의 매개체로 낙인찍어 무차별 살육을 자행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세상이 어지럽고 사회가 어수선하다. 정치는 정치대로 실종되고 여야는 상대 당을 헐뜯고 비방만 하고 있다. 상생의 정치는 사라진지 오래 되었다. 또한 진보와 보수는 이념 대립으로 첨예하게 갈등하고 반목하고 있다. 이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성 있고 정의롭고 양심 있는 사람은 설 자리가 없다. 모두가 다 네 편 아니면 내 편으로 편 가르기를 하는 상황이니, 어느 편이든 줄을 서야 한다. 이런 편 가르기가 싫고 어느 편이든 줄 서기를 싫어하는 사람은 존재감이 없다. 여기 의미하는 글이 있어 영화 중에 나오는 글 한 편을 싣는다.


그 누구도 아닌 자기 걸음을 걸어라
누구나 몰려가는 줄에 나또한 설 필요는 없다.
자신만의 걸음으로 자기 길을 가거라.
바보 같은 사람들이 무어라 비웃든 간에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 중에서-


나이 들어 귀향이나 귀촌을 생각해 봄직도 하다. 수십 년간 도시에서 소비 위주로 살았으니 농촌으로 내려가 마지막 삶을 이웃과 더불어 사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살아오면서 저지른 과오를 반성하고, 본의 아니게 상처를 준 사람들이 있다면 용서를 빌며 말이다.

안빈낙도(安貧樂道)의 삶이라 했던가. 가난한 생활을 하면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를 지키며 사는 선비의 삶이다. 옛날 지조 있는 선비들은 벼슬과 명예, 권세도 다 버리고 귀향하여 제자를 기르거나 초야에 묻혀 살았다. 비록 이들 선비와 감히 비교할 바는 못 되지만, 귀촌을 준비하는 노령층의 삶 역시 이러한 삶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다른 사람을 말할 필요도 없이 필자의 경우를 예로 들어 보겠다. 이미 받은 것이 많았으니 적은 힘이나마 귀촌을 하다면 그 지역을 위해 봉사를 해야 한다. 그 일이 바로 농촌 고령자들을 대상으로 한 한글교실이다. 농촌 고령자들은 예외 없이 살기가 어려워 학교 문턱에도 못가 본 분들이 대부분이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르는 분들이다. 이 분들은 글을 모르는 문맹의 설움을 누구보다 몸소 겪으며 살아오셨다. 한글 교실은 이 분들에게 글을 깨우치게 해주는 일일 뿐만 아니라 삶의 질을 향상시켜 주는 일이다. 이 일이 보잘 것 없고 사소한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참여하고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세상이 어지럽고 사회가 불안해도 사람과 사람과의 교류와 정이 지속된다면 아직 희망이 있는 사회일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런 사람과의 교류와 정이 농촌 역시도 점점 퇴색 되어가고 있어 안타깝다. 더불어 시절이 하 수상하니 어찌 처신하며 살아야할지 난감하다. 사람다운 삶을 살아가기가 힘든 시대에 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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