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윤관우의 천체이야기> 1. 우주는 얼마나 클까?

■ 새 칼럼 ‘윤관우의 별이 빛나는 밤’ 연재를 시작합니다.
고양신문 최초의 과학분야 칼럼이라는 점도 흥미롭지만, 무엇보다도 필자가 역대 최연소 십대 칼럼지기라는 점도 특별합니다.   
윤관우군은 아마추어 천체사진작가로서, 오는 3월 정발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고양의 이웃입니다. 국제천문올림피아드 국가대표이기도 하구요. 계절과 별자리, 혜성과 유성우, 성운과 성단, 그리고 블랙홀까지 밤하늘을 관측하며 건져낸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매달 한 꼭지씩 들려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 필자에 대한 보다 자세한 정보가 궁금하시면 아래 첨부된 ‘관련기사’를 읽어보세요. 

 

윤관우 아마추어 별지기

[고양신문] 만약 시간 여행을 꿈꿔본 적이 있다면, 그냥 무심코 밤하늘을 쳐다보면 된다. 우리가 쳐다보는 희미한 빛은 정말로 먼 과거의 스냅사진인 셈이다. 그 이유는 그 별들과 행성들, 그리고 은하들은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 가장 가까운 것들에서 나오는 빛조차도 지구까지 도달하는 데 수만 년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는 의심할 여지없이 큰 곳이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클까?

칼 세이건 이후 가장 성공한 과학 커뮤니케이터이자 천문학자이면서 저술가이기도 한 닐 디그래스 타이슨은 그의 최신작 『웰컴 투 더 유니버스』에서 우주의 크기를 다소 생소한 숫자로 설명하기 시작한다. 예를 들어, 1000억이라는 숫자를 설명하며 ‘햄버거 1000억 개면 지구를 215바퀴나 돌고도 5센티미터의 높이로 달까지 쌓아올릴 수 있는 양’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어 1조, 1000조, 100경, 10해 등 더 큰 단위의 숫자들을 넘어 10의 100승이라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숫자를 나열한다. 10의 100승, 이것을 구골(Googol:10^100)이라고 읽는데, 우리가 잘 아는 구글(Google)은 이 단위에서 따온 말이다. 또한 10의 구골승10^(10^100)을 구골플렉스(Googolplex)라고 한다. 그런데 우리 우주와 같은 중량을 가진 관측 가능한 우주의 최댓값이 무려 10의 구골승의 24승, 즉 10^(10^124)이라고 하니 이게 어느 정도인지 가늠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 사진은 2012년에 완성된 XDF(eXtrem Deep Field)의 모습이다. 지금까지 촬영된 은하 가운데 가장 오래된 은하의 모습을 샘플링한 것으로 우주가 생성되고 얼마 되지 않은 130억 년 전, 암흑시대에 생성된 은하의 모습을 생생히 보여주고 있다.

우주는 138억 년 전에 탄생했다고 한다. 빅뱅 때 발생한 빛이 광속으로 138억 년 동안 열심히 달려서 지금에야 지구에 도착한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우주도 팽창했음을 고려할 때, 465억 광년 정도까지 멀어져 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는 지름이 약 930억 광년 쯤 되는 거대한 모습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우주의 크기는 천체물리학의 근본적인 질문 중 하나인데, 언뜻 불가능해 보이지만 가능한 쉽게 접근해 보자. 물체가 우주에 가까이 있을수록 그 거리를 측정하기가 더 쉽다. 예를 들어, 태양은 식은 죽 먹기고, 달까지의 거리는 두말하면 잔소리겠다. 아폴로 11호가 달에 설치해 둔 반사경을 이용해 지상의 천문대에서 레이저 광선을 보낸 뒤 그 반사파를 포착해 측정하면 된다.

그러나 우리 은하계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물체는 더 작고 가늘게 보이기 때문에 매우 강한 광선을 비추어야 할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우리가 비록 그 정도까지 빛을 보낼 기술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그 강력한 한줄기 광선이 우주의 먼 외행성으로부터 튕겨져 나와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기만을 수천수만 년 기다릴 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가장 멀리 있는 물체들을 다루기 위한 몇 가지 스킬을 가지고 있다. 별들은 나이가 들면서 색이 변하는데, 이 색을 바탕으로 과학자들은 이 별들이 발산하는 에너지와 빛의 양을 추정할 수 있다. 에너지와 밝기가 같은 두 별 중 하나가 훨씬 더 멀리 떨어져 있다면, 지구에서는 자연스레 더 희미하게 보일 것이다. 과학자들은 별의 실제 밝기를 지구에서 보는 것과 비교한 뒤 그 차이를 이용해 별이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오로지 광해사진(지역별 빛공해 강도를 표시한 사진지도)만 믿고 무턱대고 찾아간 봉화군의 어느 외딴 산골입니다. 폐가가 즐비한 그곳에서 밤새 추위와 무서움으로 떨었지만, 새까만 하늘에 별들이 총총했던 그날 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진제공=윤관우>

하지만 우주의 절대 가장자리는 어떨까? 과학자들은 어떻게 그렇게 멀리 있는 물체까지의 거리를 계산할까? 우주가 유한한지 무한한지 확실한 것은 없지만, 모든 과학자들은 우주가 ‘정말 거대하다’라는 것에 동의한다. 불행하게도, 지금 우리가 볼 수 있는 우주의 작은 부분은 우리가 관찰할 수 있는 것 중 가장 큰 부분일 수 있다. 우주가 증가하는 속도로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관측 가능한 우주의 바깥 가장자리는 사실 빛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바깥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그것은 우리 우주의 가장자리가 빛이 우리에게 도달하는 것보다 더 빨리 우리에게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우주의 크기란 유한하겠지만 우리 인간은 도저히 가늠할 수 없을 만큼의 유한함이라고 해야겠다. 이런 우주의 웅장한 크기를 생각할 때, 이 드넓은 우주 공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그리고 우리 인간과 같은 생명체가 오로지 우리뿐일 것이라는 생각은 감히 망상이 아닐까. 130억 년 전 빅뱅 이후 38억 년 동안 이 우주를 휘감은 한줄기 빛은 우주 배경 복사라는 이름으로 지금도 생생히 그 역사를 말하고 있다.

 

새로 구입한 필터를 테스트하러 강원도 화천에 있는 ‘조경철 천문대’를 다녀온 날입니다. 조경철 천문대는 유주상 천문대장님의 배려로 아마추어 천체사진가들에게 밤새도록 관측과 촬영이 허용된, 국내에서 손꼽히는 천문대입니다. 바람이 많이 불고 눈이 오면 접근하기 힘든 곳이지만, 아마추어 천문인들에게는 무척 고마운 곳입니다. <사진제공=윤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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