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코로나19 속보에 온 국민의 이목이 집중된 상황에서도 총선은 성큼 다가오고 있다. 이제 한 달 후면 국회의원을 선출해야 한다. 고양의 국회의원선거는 다른 어느 지역보다 썰렁하다.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낯선 사람들이 전략공천이라는 낙하산에 달려 내려왔기 때문이다. 유권자는 물론, 최전선에서 선거운동을 해야 하는 지역구 당원들도 그들을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과 집권당에 대한 실망을 감출 수가 없다.

대통령의 1호 공약은 연방제 수준의 분권이었다. 과장된 공약이라고 생각했지만 적어도 분권에 역행하지는 않겠구나 싶었다. 그러나 이번 총선의 공천 과정을 보면 그 어느 정권보다 반분권적이며 반민주주의적이다. 3개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를 모두 중앙당 마음대로 결정하고 내려보내겠단다. 비례대표가 아닌 지역구 의원인데, 지역주민이나 지역 당원들의 의사는 전혀 반영하지 않겠단다. 분권과 민주주의에 대한 기본 개념조차 망각한 독재다.

전략공천의 명분은 새로운 인물 영입, 그리고 선거 승리이다. 새로운 인물 영입은 비례대표 몫으로 챙기고, 선거 승리는 지역구 유권자와 지역구 당원의 지지를 통해 가능하게 만들어야 한다. 지역을 이렇게 무시하고도 지역구에서 이긴다면 이 나라 정치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아무리 훌륭한 후보라도 지역구 경선을 거쳐야 비로소 지역구 후보가 될 자격이 주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당이 전략공천을 하는 이유로 꼽는 점은 지역구 경선을 하면 새로운 인사들이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고양시가 막 개발되고 인구가 급증하는 시기에는 지역의 정체성도 갖추기 어려웠고, 지역주민에 대한 경계도 모호해 역량 있는 새로운 정치인들이 진입하는 것이 나쁘지 않았다. 한명숙, 정범구, 유시민 등 여러 인사들이 고양시를 통해 정치신인으로 등장했었다. 그러나 고양은 이제 많이 달라졌다. 괜찮은 정치인을 골라낼 수 있는 유권자 역량도 높은 곳이다. 역량 있는 인물이라면 오히려 기회가 더 큰 곳일 수 있다. 고양의 3개 선거구 모두 경선 없는 전략공천을 선택했다는 점을 이해할 수 없다. 고양시가 아직도 지역 토호들이 선거를 좌우하는 후진적 지역이라고 평가받는 기분이다. 고양뿐이겠는가, 분권과 민주주의에 관심이 없는 집권당의 현실, 한국 정당 정치의 한계가 아닐까 싶다.

전략공천의 대상을 보면 더 허망하다. 서울대, 판사, 변호사, 아나운서, 벤처 기업 대표 뭐 이런 순이다. 공통점은 언론을 통해 화제가 되어야 한다. 정당은 정치를 비범한 사람들의 몫으로 나누고, 유권자와의 간극을 넓히고, 독선적 체제를 유지한다. 후보자가 어떤 사람인지 자세히 알 것 없고, 대단하다는 것만 알면 된다는 식이다. 이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고, 왜 정치를 하고 싶어 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이념도 중요하지 않다, 한 사람을 놓고 여야가 쟁탈전을 벌이기도 한다. 정치적 상품화에 전략공천 당사자들은 얼마만큼 깊이 고민했을까. 진심으로 정치를 삶으로 받아들인 걸까, 고양의 유권자들은 뭘 믿고 그들을 지역구를 대변하는 후보자의 대열에 놓아야 할까.

우리는 언론이 만든 비범한 스토리의 주인공들이 전략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정치 신인으로 등장했다가 스스로 정치 혐오자가 되거나, 유권자가 혐오하는 정치인이 된 사례를 흔치 않게 보았다. 전문가 좋다, 그러나 그들이 정치인이 되는 것은 다른 조건을 요구한다. 개인의 역량보다는 다른 이들의 역량을 존중하고, 유권자의 마음을 읽고 대변할 수 있는 겸허함과 공감력을 갖춰야 한다. 그리고 사람을 깊이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우리 정치가 전문가를 전략 상품으로 바라보는 것은 그들의 전문성을 존중하고 수렴하고 정책에 반영하는 것을 제대로 못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우리 정당 정치의 독선적 구조가 정치 상품화의 근간일 수 있다.

가장 믿을 만한 정치는 지역에서 가까이 느낄 수 있는 정치이다. 시의원으로, 도의원으로, 시민활동가로, 지역구 정치를 위해 헌신적으로 뛴 사람들이 훗날 국회의원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그들은 지역이 귀한 줄 알고, 지역주민의 마음을 얻어야 정치를 지속할 수 있다는 개념은 가지고 있다. 새로운 인물이 있다면 경선이라는 민주적 절차를 거쳐서 당당히 진입하는 것이 맞다.

집권당 후보는 낙하산 타고 내려왔고, 눈치 보던 야당 후보도 낙하산을 내려보내고 있다. 코로나19도 심난하고, 낙하산들의 잔치가 된 이번 총선도 심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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