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귀종의 경제칼럼>

[고양신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으로 올해 한국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오일쇼크, 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제외하면 역사적으로 가장 낮은 2%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OECD는 2020년 세계 성장률을 작년과 같은 2.9%로 예측했다가 최근 2.4%로 하향 조정했다.

보이지 않는 미생물이 도대체 어떻게 경제성장을 저해하는가? 우선, 대면 접촉과 관계있는 소비를 감소시킨다. 선진국일수록 서비스업 비중이 높은데, 서비스업은 대면 영업이 특징이다. 둘째, 생산능력을 저하시킨다. 오늘날 제품 생산에는 여러 납품관계가 국제적으로 연결되어 있는데, 일부 연결고리에서 집단감염 등의 문제가 생기면 최종 생산에도 차질이 발생한다. 셋째, 소비와 생산능력의 감소는 주가와 부동산 등의 자산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소비 감소의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넷째, 미래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의 투자 심리가 악화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재정정책과 금리인하의 효과가 떨어진다. 보통 재정지출을 1단위 늘리면 GDP는 1.3∼2배가 늘어난다. 재정지출이 GDP를 곧바로 늘리는 직접효과 뿐 아니라, 수학 교과서에 나오는 무한등비급수의 원리처럼, 늘어난 GDP 증가가 다시 소비를 통해 연쇄적으로 GDP를 증가시키는 간접효과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가 실종되면 간접효과는 사라진다. 기준금리 인하도 마찬가지다. 금리인하는 금융저축을 줄이고 실물투자를 확대해 GDP를 늘리는 요인인데, 미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 아무리 금리가 낮아도 투자는 살아나지 않는다. 금리인하는 어려운 기업의 숨통을 잠시 틔워주는 진통제의 역할에 그치게 될 것이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문제는 한 국가 내로 한정되지 않는다. 현재까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은 관광 산업이다. 전 세계적으로 이동이 줄면서 버스, 항공 산업은 물론 숙박업이 크게 위축되고 있다. 한편, 중국에서 도시 봉쇄와 이동 금지 조치가 취해지자 부품·소재의 납품이 어려워지면서 글로벌 생산능력에도 큰 차질이 발생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미국과 유럽으로 확산되면 선진국의 소비가 줄고, 연쇄적으로 개도국의 수출도 어려워질 것이다. 가히 세계화의 저주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화는 경제성장(GDP 증가)과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 그동안 인간은 경제 성장을 통해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면서 도시화와 세계화를 촉진시켜 왔다. 성장은 새로운 일자리 창출과 세계화를 통해 폐쇄적인 신분질서를 와해시켰고, 한국의 경우 사농공상의 순서를 뒤바꾸면서 사회적 평등에 기여했다. 성장 과정에서의 고통은 혁신으로 극복했다. 하지만 성장을 향한 질주가 낳은 부작용도 크다. 바로 빈부격차와 자산버블, 기후변화다. 이 와중에 신종 바이러스는 도시화와 세계화의 흐름에 끼어들어 인류의 생명과 건강, 심지어 일자리까지 위협하기 시작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이 재정정책과 금리정책은 신종 바이러스로 인한 경기침체에는 무용지물이다. 더욱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와 환경파괴를 이유로 신종 바이러스의 상시 출현을 경고하고 있다.

여기 코로나 바이러스가 인류의 건강을 볼모로 내건 요구 조건들이 있다. 환경을 배려하는 더딘 경제성장과 더딘 세계화, 대도시 주민일수록 더 많은 재산세, 줄어든 일자리에 요구되는 더 많은 소득세가 그것이다. 한 마디로, 달리지만 말고 주변을 좀 돌아보면서 공동체의 면역력을 높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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