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일곱 윤관우의 천체이야기> 2. 태양을 타원궤도로 도는 꼬리별, 혜성

[고양신문] 필자 윤관우는 아마추어 천체사진작가로서, 정발고등학교 1학년에 재학중인 고양의 이웃입니다. 계절과 별자리, 혜성과 유성우, 성운과 성단, 그리고 블랙홀까지 밤하늘을 관측하며 건져낸 경이로운 이야기들을 매달 한 꼭지씩 들려줍니다. <편집자 주>


76년 주기로 찾아오는 핼리혜성
2061년…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려

2007년 APOD로 선정된 밥 헤일 혜성사진.
<Image Credit: APOD, Hale-Bopp: The Great Comet of 1997>

이번부터 두 차례에 걸쳐 혜성, 일식과 월식에 대해 이야기해보겠습니다. 혜성은 지구 대기에서 일어나는 그저 그런 현상이 아니라 태양계 천체 중 하나라는 점에서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별안간 밤하늘에 나타나 긴 꼬리를 뽐내며 휘리릭 사라지는 혜성은 고대부터 불길한 징조로 여겨졌습니다. 아마도 당시에는 이러한 혜성의 출현을 천재지변의 예고편쯤으로 여겼던 모양입니다. 혜성이 대체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었던 그 시대의 사람들에게 흐릿한 머리에 길게 이어지는 꼬리, 그리고 밤하늘을 매일 조금씩 이동해가는 혜성의 모습은 온갖 상상력을 떠올리기에 충분했을 것입니다.

뉴멕시코에 사는 한국인 아마추어 천문학자(성대환)의 사진
<Image Credit: C/2006 M4(SWAN), New Mexico, 24, Oct 2006, 19:33, 성대환>

우선 혜성의 생성과정과 특징에 대해서 살펴보겠습니다. 얼음과 각종 먼지 덩어리들이 뒤섞인 혜성은 태양계 형성 초기에 만들어진 오르트 구름(Oort cloud)과 카이퍼벨트(Kuiper)에 위치하고 있다가 어떤 이유, 아마도 충돌이나 중력의 영향으로 인해 태양계 내부로 진입한 천체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혜성은 일반적으로 중심에서 푸르스름하게 빛나는 핵과 그것을 둘러싼 수소운 프레임, 그리고 꼬리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핵은 혜성의 중심부에 빛나는 단단한 부분으로 직경 수 킬로미터 정도의 무척 작은 부분입니다. 혜성이 태양에 접근하면 태양으로부터 복사되는 열에 의해 표면이 증발하기 시작합니다. 드라이아이스, 암모니아, 얼음 등의 순으로 일어나게 됩니다.

이 때 핵으로부터 빠져 나온 기체와 먼지가 핵 주위를 구름처럼 둘러쌉니다. 이를 코마라고 하며 물, 이산화탄소 등으로 이루어졌습니다. 그 중 약 80%이상이 물인데요, 코마 주위에는 거대한 수소원자가 코마를 둘러싸고 있다고 합니다. 이를 수소운이라고 하는데 코마의 주성분인 물이 태양의 영향을 받아 분해되어 많은 수소입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생긴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혜성의 가장 큰 특징은 단연코 꼬리일 것입니다. 밝고 긴 꼬리를 쭉 편 채로 날아다니는 대 혜성의 모습만큼 멋진 천문이벤트가 또 있을까 싶습니다. 그야말로 바로 '혜성'그 자체의 모습입니다.

혜성의 꼬리는 흰빛의 먼지꼬리와 이온화된 기체로 이루어진 푸른빛의 이온가스꼬리가 있습니다. 이것들은 태양의 위치와 혜성의 운동에 의해 모양과 방향을 결정합니다. 이온가스꼬리는 핵에서 방출된 이온가스가 길게 뻗어 만들어집니다. 그 가스는 태양에서 불어오는 태양풍에 의해 태양의 정반대쪽에 거의 직선으로 뻗어 나갑니다. 한편 먼지꼬리는 궤도방향의 반대로 휘어져서 생기는데, 이는 태양의 복사압에 의해 반대편으로 밀려난 입자들이 혜성의 운동에 의하여 휘어지는 것입니다. 우리 인간이 지금껏 혜성에 대해서 알아 낸 사실은 미미하지만, 적어도 그 궤도만큼은 예측할 수 있다고 합니다. 길고 추운 혜성의 꼬리는 매년 시계처럼 정확하게 지구에 유성우를 만들어냅니다. 지구가 궤도 위를 이동하고 혜성의 궤도와 교차로에 접어들면 혜성의 꼬리가 남긴 쌀알 크기의 먼지와 얼음 조각이 지구의 대기권에서 유성우가 되어 비처럼 떨어지게 됩니다. 매년 이 유성우를 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그리고 혜성의 이름은 보통 발견자의 성을 붙입니다. 그 유명한 핼리 혜성도 발견자인 핼리의 성을 붙였습니다. 만약 누군가 지구상에서 동시에 발견했을 경우에는, 최대 3인까지 그 이름을 함께 사용할 수 있습니다. 헤일 밥 혜성(Comet Hale-Bopp)이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윤관우 아마추어 별지기.

제가 태어나기 18년 7일 전인 1986년 4월 10일. 우리 지구와 6300만km로 가장 근접한 핼리혜성이 나타났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난 우주 이벤트가 벌어진 셈입니다. 애드먼드 핼리(1656-1742)는 뉴턴의 친구였는데 그의 도움으로 이 혜성의 주기를 계산해냈고, 1531년과 1607년에 나타난 혜성이 동일한 것이며, 긴 타원궤도를 가진다는 것을 밝혀낸 공로로 자신의 이름을 당당히 붙이게 된 것입니다. 신비스러운 모습으로 지구인을 감동시키기도 하고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던 핼리혜성. 76년을 주기로 우리 앞에 나타날 핼리혜성의 다음 방문일은 2061년입니다. 제가 56세가 되는 해에 만나게 될 핼리혜성은 과연 어떤 모습일지 뻔히 알면서도 기대하게 됩니다.

윤관우 칼럼지기가 아이패드로 직접 그린 혜성 설명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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