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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지역활동 ‘잠시 멈춤’에 비정규직 ‘생계 멈춤’코로나19 시름 앓는 지역사회① 긴급재난에 휘청, 비정규직·활동가
  • 남동진 기자
  • 승인 2020.03.23 11:51
  • 호수 14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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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다양한 강의와 모임이 이어지며 지역주민들로 북적였던 모 지역서점 강의실이 코로나19 사태 이후 텅텅 비어있다.

급식조리원·조리사 등 학교 비정규직
잇따른 개학연기에 석달 무급
돌봄교실 확대, 전담사 업무가중

공동체사업·문화행사 전면취소
공동체 기반 해체 우려에 ‘우울’

“활동가 지원·투자 마련됐으면”


[고양신문] 코로나19의 지역사회 전파가 장기화될 조짐이다. 전문가들은 이제 확진자 발견과 접촉자 격리 등 차단 중심의 봉쇄전략(1차 예방)에서 지역사회 확산을 지연시키고 이로 인한 건강피해를 최소화하는 완화전략(2차 예방) 방향으로 전환해 나가야 할 시기라고 주장한다. 16일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중앙방역대책본부장이 정례브리핑을 통해 “새로운 일상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와 맥락을 함께 한다. 

한편으로 지역과 국가와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이번 코로나19는 단순한 의료적 사건이라기보다는 대재난에 가깝다. 이러한 사회적 재난은 항상 경제적 피해를 동반하기 마련이다. 두 달 넘게 이어지는 코로나 사태로 인해 지역사회 경제주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사람들의 왕래가 끊어지고 소비가 위축되면서 소상공인, 자영업자, 1차산업 종사자들뿐만 아니라 비정규직과 프리랜서 등 다양한 이들이 생계위협에 노출된 상황이다. 

고양신문은 이번호부터 코로나19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겪고 있는 다양한 주체들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개학연기로 3달 무급될까 ‘전전긍긍’
“벌써 3달째 월급을 받지 못하고 있어 걱정이 태산이에요. 급하게 아르바이트 일을 구할 수도 없는 상황이고 그저 개학날짜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죠.”

고양시 내 학교에 특수교육 지도사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연이은 개학연기로 인해 속이 타들어간다고 전했다. 학교 운영을 보조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인 그는 규정상 학교가 정상적으로 운영되는 기간에만 근무 일수만큼 급여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지난 17일 교육부가 유치원과 초·중·고 개학연기를 4월 6일로 또다시 연기하면서 문제가 발생했다. 자칫 방학기간인 1, 2월에 이어 3월까지도 월급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인 것.

이처럼 방학기간에 근무를 하지 않는 학교비정규직은 급식 조리원·조리사·실무사(보조원), 교무·행정 실무사(보조원), 특수교육 지도사(보조원) 등 다양하다. 이들 대다수는 개학연기로 인해 3달째 급여가 끊길 처지에 놓이게 되자 생계불안을 호소하고 있다. 게다가 직종 특성상 혼자 살거나 가장역할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어 그 어려움은 배가 되고 있다. 

급식 조리원으로 일하고 있는 B씨 또한 사정이 절박하다. 홀로 가정 부양을 책임져야하는 그는 코로나19로부터 비롯된 이번 사태에 답답함과 걱정을 드러냈다. B씨는 “처음 한두 번 개학연기 결정에 대해서는 전 국가적 재난사태이니 당연히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벌써 3번째 개학이 늦춰지다보니 생계걱정도 크고 솔직히 교육당국에 대한 불만이 생긴다”라며 “긴급재난으로 인한 휴업상황임에도 정부에서는 방학 연장이니 휴업수당을 못주겠다고 하는데, 이는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고밖에 느껴지지 않는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다행히 교육부는 17일 개학 추가 연기 발표 이후 각 시도교육청과의 협의를 통해 방학 중 비근무자가 긴급돌봄 지원 등 대체직무를 부여받아 출근을 할 수 있도록 결정했다고 밝혔다. 출근을 해야만 급여가 나오는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정이 반영된 결과다. 당장의 문제는 해결됐지만 현장에서는 기존에 하던 업무와 전혀 다른 업무에 갑자기 투입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재난의 불평등’ 드러난 돌봄교실

이처럼 학교현장은 코로나19에서 비롯된 ‘재난의 불평등’ 문제가 곳곳에서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감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내려진 개학연기 조치가 누군가에게는 생계문제와 연결되기 때문이다. 출근해야만 급여를 받을 수 있는 비정규직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나 ‘잠시 멈춤’같은 대처법은 결코 와닿지 않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를 확인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사례는 학교 내 돌봄교실이다. 당초 방과 후나 방학에 맞벌이 자녀들을 맡기 위해 시행하고 있는 제도지만, 이번 코로나 개학연기 사태를 맞아 교육부와 교육청은 긴급돌봄교실을 편성해 확대 운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맞벌이 학부모들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조치지만 이는 고스란히 돌봄전담사들이 부담해야 할 몫으로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저학년(1~3학년) 학생들의 돌봄을 책임지는 초등돌봄전담사들의 대부분은 현재 시간제 인력으로 운영되고 있다. 

초등학교 돌봄전담사인 C씨는 “그동안 돌봄 전담사들이 시간제 근무형태 문제점 등 처우개선 요구를 해왔음에도 이를 무시해온 교육당국이 막상 개학연기라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자 인력충원도 없이 갑자기 장시간 근무를 요구해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며 “게다가 학교 현장에서는 초과근무에 따른 초과수당을 주기 싫어 교차근무를 시키는 등 교육부 지침과 학교지침이 상충하는 문제도 있다”고 이야기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현재 돌봄전담사들은 긴급돌봄 안전지도 및 방역, 발열 체크와 학생들의 건강관리, 안전지도, 시설물 및 교구 소독 등 대부분 업무를 감당하고 있는 실정인데 정부의 중식 제공 계획에는 급식 업무담당 인력 배치 내용이 빠져 있어 이마저도 돌봄전담사의 업무가중이 우려되는 실정이다. 

C씨는 “마스크도 지급되지 않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갑자기 과중한 업무를 떠맡게 돼 걱정이 크다”며 “게다가 교육부 지침 상 긴급돌봄의 인력지원은 모든 교직원이 함께 분담해야함에도 현장에서는 사실상 비정규직인 초등돌봄전담사들이 모두 책임을 떠맡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윤행연 학교비정규직노조 고양지회장은 “코로나19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내려진 결정이라는 점은 충분히 동의하지만 매번 이러한 국가적 위기사태마다 우리 비정규직 같은 약자에게만 어려움을 떠넘기는 것 같아 씁쓸한 마음이 든다”고 전하기도 했다. 

사람과 사람 엮는 일 중단돼 혼란
코로나19 사태는 지역사회 관계의 단절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대면접촉이 활발할 수밖에 없는 공동체 사업이나 강연, 프로그램, 워크숍 등 문화행사들은 대부분 연기되거나 취소됐다. 이로 인해 가장 피해가 막심한 이들 중 하나가 바로 이 분야에 종사하는 지역문화활동가 및 프리랜서들이다. 

문화기획 활동가인 박미숙 책놀이터 관장은 이번 코로나로 인해 심각한 타격을 입은 이들 중 하나다. 지난달에만 각종 작은도서관 강의, 작가의 만남 프로젝트 등 무려 14개 일정이 모두 취소됐다. 주로 강의비와 프로그램, 행사 등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문화기획 활동가에게 매우 치명적인 상황인 셈이다. 박 관장은 “외부행사를 통해 얻은 수익으로 작은도서관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는데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기획편집자, 독서동아리 활동가인 김민애씨 또한 사정은 마찬가지다. 문광부, 경기문화재단 등 공공사업들이 줄줄이 연기되면서 적어도 5월까지는 별다른 소득없이 지내야 할 판국이라고 전했다. 김 씨는 “우리같은 기획자나 활동가들은 연초가 항상 보릿고개인데 올해는 상반기 내내 길어질 것 같아 걱정이 크다”고 이야기했다. 

생계보다 더 큰 문제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가치를 생산하는 자신들의 활동이 코로나19로 인해 불가능해졌다는 점이다. 코로나 방역수칙 중 하나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이야기되고 있지만 한편으로 그것은 활동가들의 정체성을 뒤흔드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박미숙 관장은 “우리같은 마을활동가들이 해야 하는 일의 핵심은 사람과 사람을 엮는 일인데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그런 것들을 할 수 없다보니 그동안 추구해온 가치와 정체성에 혼란이 생기기도 한다”고 전했다. 한양문고를 거점으로 활동을 해왔던 김민애씨는 5개 독서동아리가 모두 다음 달로 연기됐다. 김씨는 “제 활동의 특성상 사람들과 계속 만나야 일이 진행되는데 대면접촉이 어려워지다보니 일상이 무너지고 우울감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함에도 변화된 새로운 일상에 대응하는 활동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박미숙 관장은 “이전까지 공적자금을 통해 사람을 모이게 하고 눈에 보이는 행사를 치르는 데 주력해 왔다면 이제는 구체적인 자원발굴이나 아카이빙 작업을 중심으로 활동영역을 전환해야 할 것 같다”며 “한편으로 활동가들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마련되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남동진 기자  xelloss1156@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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