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용의 호수공원 통신>

호수공원에 핀 진달래꽃. <사진=김윤용>
김윤용 『호수공원 나무 산책』 저자

[고양신문] 비비추 싹이 돋았습니다. 저 여린 싹이 어떻게 딱딱한 땅을 뚫고 나왔을까요. 보랏빛을 띠는 비비추 새싹을 관찰하기 위해 가만히 다가가 살펴보았습니다. 그러다 새싹을 살짝 만져보았습니다. 생각과 달리 나무 송곳처럼 단단하게 뭉쳐있군요. 그래서 꼬챙이처럼 그렇게 땅을 헤집고 나올 수 있었네요. 풀잎은 부드럽다는 생각이 선입견이었음을 알았습니다. 조금 더 자란 새싹은 뭉친 몸을 풀어 연초록 색을 띠고 있습니다. 아기 피부처럼 부드럽습니다.

참치를 만져본 적이 있습니다. ‘도쿄의 부엌’이라는 스키지시장 새벽 경매장에서였습니다. 생선 껍질은 부드럽겠거니 생각했는데, 의외로 가죽 느낌이 강하게 느껴지더군요. 그때 알았습니다. 눈으로 보는 것보다 만져보는 게 확실하다는 사실을.

사람에게는 다섯 가지 감각이 있습니다. 시각, 청각, 미각, 후각, 촉각입니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혀로 맛보고, 코로 냄새를 맡고, 피부로 만져보는 감각입니다. 식물 관찰에서 이 다섯 가지 감각을 잘 이용하면 좀 더 자세하고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우리는 생활 속에서 다섯 가지 감각을 인식하지 않으면서 활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후각 기능 일부를 제한 당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바이러스 차단을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촉각 일부도 사용에 제한을 받고 있습니다. 바이러스 감염 예방을 위해 접촉을 피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연히 어떤 영상을 보았습니다. 스쳐지나가는 영상물이어서 자세히 기억나진 않지만, 우리 민족에게는 ‘재난 극복 DNA’가 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국뽕’이란 말이 떠올랐습니다. 국뽕은 국가와 히로뽕(필로폰)을 합친 용어입니다. '국가와 민족에 대한 자부심에 지나치게 도취돼 있다'는 뜻입니다. 물론 코로나19 전염병 대응과 관련, 세계의 긍정적인 시선과 보도, 관심 등에 대해서는 자부심을 가져도 좋을 일입니다. 그러나 지나친 과시욕은 금물입니다. 우리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부분적으로 정책을 잘못 집행한 일도 있고, 국민들도 이기적인 행동으로 눈살을 찌푸리게 했기 때문입니다. 단적인 예가 바로 마스크 정책과 사재기일 것입니다.

코로나19 전염병이 길어지고 있습니다. 국가를 뛰어넘어 세계적인 재난 상황입니다. 점점 전염병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죽어가고 전쟁보다 더한 상황을 연출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긴장하며 살다보니 사람들은 지쳐가고 우울증과 함께 분노심과 적개심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모두가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우리 국민에게는 재난 극복 DNA가 있어 코로나19 재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국뽕(?)스런 말이나 행동을 자제했으면 합니다. 오히려 공개적이고 민주적이며 투명한 코로나19 대응이 필요하며, 그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와 함께 연대할 때 가능한 일입니다.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달맞이섬 흔들의자에 앉아 봄을 즐기는 상춘객. <사진=김윤용>

봄이 왔습니다. 호수공원과 도심 근린공원, 아파트 녹지 등에 꽃들이 피어나고 있습니다. 산수유 노란꽃은 이미 만개했고, 진달래와 개나리, 살구꽃, 목련, 벚꽃 따위가 경쟁하듯 한꺼번에 피어나고 있군요. 햇볕 좋은 곳부터 서서히 피어나는 꽃과 잎을 보면서 코로나19 전염병으로 움츠렸던 몸과 마음이 조금은 풀리는 느낌입니다.

지금 상황이 언제 호전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감염병 예방 기본 수칙을 지키며 조심하고 기다려야 할 때입니다. 호들갑을 떨 일도 아니며, 재난 극복 DNA 따위로 자부심을 가질 때도 아닙니다. 오히려 지금, 호수공원이나 근린공원에 들러 도시숲 아래에서 산책하며 자연치유를 통해 몸과 맘을 건강하게 보살필 때입니다.

3월 22일에 만난 호수공원 일출. <사진=김윤용>

 

달맞이섬에서 본 호수공원 반영. <사진=김윤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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