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전시 여는 김채완 작가

16살 작가 데뷔, 그림으로 확장
꽃 드로잉 ‘파운데이션’ 전시
박미숙 책과도서관 대표 기획

[고양신문] 모든 문화 행사가 연기된 이때, 그림 전시 소식이 들려왔다. 16살에 그림책  『고양이 손을 빌려드립니다』로 글 작가로 데뷔했고, 올해 열아홉 살이 된 김채완 작가가 이번에는 그림 작가가 돼 다음달 2일부터 11일까지 서울 ‘갤러리 우물’에서 첫 개인전을 연다는 것. 고양시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는 박미숙 책과도서관 대표가 이 전시를 기획했다. 교보문고 광화문점에서 만나 김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는 젊은 청년을 만나니 기분 좋은 에너지가 전해졌다.

 

4월 2일 갤러리 우물에서 첫 그림 전시를 하는 19살 김채완 작가가 자신의 책 '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에 싸인을 한 후 펼쳐 보이고 있다.

처음 여는 그림 전시라 소감이 남다를 것 같다.

그동안 친분이 있던 박미숙 관장님의 제안으로 꽃 드로잉 50점을 전시하게 됐다. 팬지, 프리지아, 노랑 장미 등을 연필 파스텔과 콩테로 그린 그림이다. 채색화도 몇 점 있다. 이 전시에는 앞으로 화가나 작가로서의 활동을 선언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학원에 다니지 않고 그림을 독학해서 기초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기초를 쌓기 위해 지속적으로 반복했더니 점점 실력이 늘었다. 그런 의미에서 전시 제목이 ‘파운데이션’이다.
 

▶그림이 기성 화가들 작품 못지않게 세밀하고 아름답다. 특히 꽃을 그린 이유는.

처음엔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 속 주인공 ‘노랭이’의 모델)를 그렸는데 자꾸 움직여서 힘들었다. 부모님을 모델로 해도 마찬가지였다. 움직이는 물체는 사진을 찍은 후에 모사했다. 정지된 사물도 전체적인 구도를 잡기 위해 사진을 찍어서 그렸다. 그런데 사물을 사진으로 보고 그렸을 때와 직접 보고 그렸을 때는 느낌과 감정 면에서 차이가 있었다. 그래서 살아있으면서 아름다운 것을 찾았고, 그게 바로 꽃이었다. 꽃은 몇 시간을 그려도 기다려 주니까 좋았다. 사진보다는 직접 보고 그려야 실력이 훨씬 빨리 느는 것 같다.
 

김채완 작가의 첫 개인전 포스터

글 작가로 데뷔한 그림책 『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는 어른들이 읽어도 재밌다는 평이 많다. 작가의 나이를 알고는 다들 놀라더라.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는.

엄마(허은미 그림책 글 작가)가 마감 때문에 바쁘고 힘들 때 “아휴, 누구 손이라도 빌리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었다. 마침 고양이를 보고 제가 “그럼 고양이 손이라도 빌리세요!”라고 말했다. 이 내용을 글로 쓰면 재미있겠다는 생각을 했고 엄마를 열심히 관찰했다. 16살에 썼는데 독자들은 30~40대인 줄 알더라. 10대 중반에 나는 그 나이 또래의 청소년이 아니라 주부의 마음처럼 각박했던 것 같다.(웃음)

김채완 작가의 그림(사진=김채완)

▶어려서부터 글쓰기에 재능이 있었던 건가.

엄마가 항상 그림을 그리고 글을 쓰는 환경에서 자랐다. 그것을 따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림책 문법에 익숙해졌다. 어렸을 때는 책을 많이 읽었다. 힘들 때도 도서관에 자주 갔다. 지금도 써놓은 글이 7편 정도 있다. 다음 책을 언제 낼지는 모르지만, 내 손으로 글과 그림을 다 완성해서 더미(견본책)를 직접 만들어 출판사에 출간을 제안하고 싶다.
요즘은 여성 화가에 관한 책을 많이 읽고 있다. 최근 읽은 책 중에서 독일의 표현주의 여성화가 파울라 모더존 베커에 대한  『짧지만 화려한 축제』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여성 최초로 여성 누드 자화상을 그렸고, 31세의 짧은 삶을 살았는데 죽기 전까지 미친 듯이 그렸다. 당시에는 인정을 받지 못했지만, 모든 것에 감동을 하고 모든 것을 그린 사람이다. 이 작가처럼 짧지만 강렬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전에 전시될 김채완 작가의 그림(사진=김채완)

학교를 자퇴했다고 들었다.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중학교와 고등학교 두 번을 자퇴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폭력과 왕따로 상처를 많이 받았다. 다른 지역으로 전학했지만 우울감이 심해서 자퇴를 했다. 검정고시를 보고 여고에 들어갔다. 친구들도 꽤 사귀고 학교에서도 잘 지냈다. 그런데 예전에 겪었던 상처가 점점 커졌다. 학교 가기가 힘들어서 1학년 1학기가 끝나자마자 자퇴했다. 이번 전시가 끝나면 검정고시와 대학 입시도 준비할 예정이다. 회화과나 문창과, 철학과도 재미있을 것 같다.

현재 자유롭게 생활하고 있는데 진학 후 틀에 짜인 프로그램대로 하는 게 힘들지 않을까.


제 나이 때에는 약간 틀에 짜인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자유롭다 보니 낮과 밤이 바뀌고, 심적으로 허약해지고 힘들었다. 일상의 반복이 있어야 더 잘 그려진다는 걸 경험으로 알게 됐다. 어떤 날은 2시간 정도씩 산책을 한다. 그림을 그리려면 기분이 좋아야 하는데, 산책을 다녀오면 뇌가 개운한 느낌이고 행복해진다. 의지가 불타오른다.(웃음)

작가 지망생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계속 그리고, 전시도 많이 보러 다니길 바란다. 뭔가를 이루거나 전문가가 되려면 계속 뭔가를 해야 한다. 경험상, 생각만 하고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사람이 잘 되는 것 같다. 그러면 확신이 생기더라.
 

김채완 작가의 그림(사진=김채완)
김채완 글 작가가 쓴 책 '고양이 손을 빌려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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