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승수 칼럼>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

[고양신문] 코로나19가 전세계를 휩쓸고 있다. 중국, 한국, 일본, 이란, 유럽, 미국에 이어 중남미, 아프리카까지 퍼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했다. 21일자로 전세계 확진자 수가 21만명, 사망자 수는 9000명이 넘은 상황이다. 미국 정부는 자국민들을 상대로 여행금지 경보를 발령했고, 독일 바이에른 주정부는 외출금지 명령을 내렸다. 그 외에도 여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들이 시민들의 외출을 금지하거나 자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런 정부의 조치가 아니더라도, 코로나19는 사람들의 삶의 패턴을 급속하게 바꾸고 있다. 지난 2월 제주도 공항이용객 숫자는 작년 2월에 비해 42.8%가 줄었다. 231만 명이었던 공항이용객숫자가 132만 명으로 줄어든 것이다. 여행은 물론 모임과 외출도 자제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는 경제에도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공황이 일어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 2월 중순 이후 미국 증시는 30% 내외, 유럽 주요국 증시는 40% 내외 급락했다.

실제로 피부로 느끼는 경제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자영업자들은 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를 보고 있다. 기업들은 무급휴직을 하고, 일자리를 줄이고 있다. 공장의 가동이 중단되고 스포츠가 취소되고 있다. 이렇게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면 금융기관들의 대출도 부실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것은 한 국가의 상황이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코로나19와 같은 감염병이 이렇게 경제에 큰 충격을 줄 것이라고 예측한 사람은 별로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코로나19가 과연 언제쯤 진정될지도 알 수 없다. 또한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된다고 하더라도, 앞으로 이런 감염병이 또다시 발생하고 확산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보여주는 것은 현재의 문명이 갖고 있는 취약성이다. 아무리 문명이 발달하고 의료기술이 발달해도 이렇게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지금의 감염병 사태도 기후위기와 무관하지 않다. 야생동물들의 삶터가 파괴되면서, 야생동물과 인간의 접촉이 늘어난 것이 신종 감염병들이 등장한 원인이다.

그리고 이런 사태에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은 매우 취약하다. 대한민국만이 아니라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이다. 이번에 나타난 마스크 부족 사태를 생각해보자. 마스크 때문에도 이렇게 어려움이 있는데, 만약 마스크가 아닌 다른 것, 특히 식량이 부족할 상황을 생각해보자. 그 때에 일어날 일은 상상할 수 없다. 그런데 점점 더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는 식량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래서 지금의 코로나19 사태는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가의 목표가 더 이상 경제성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그것을 위해서는 감염병과 같은 심각한 위협에 대처하는 것에 세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 영국의 연구기관인 EIU도 ‘감염병으로 인한 사망률은 감염병을 진단, 추적, 억제하는 나라별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다가올 위기상황을 생각하면, ‘자급’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식량자급, 에너지자급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최우선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마스크는 부족해도 어떻게 해결할 수 있지만, 식량이나 에너지는 부족해지면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데 대한민국은 80%에 가까운 곡물을 외부로부터 수입하고, 대부분의 에너지도 외부에 의존하는 구조이다. 이 구조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 날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를 생각하면 시간이 별로 없다.

자본, 상품, 인간이 자유롭게 이동하는 것이 좋은 세상을 만들 것이라는 착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제는 ‘이동’보다는 안심하고 뿌리내리고 살 곳이 필요하다. 국가는 수도권과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중소도시나 농촌지역으로 분산해서 살 수 있도록 뒷받침해야 한다.

분명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에 우리의 삶이 이전과 같을 수 없다는 것이다. 망각을 하고 이전으로 돌아간다면, 우리는 더 큰 위기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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