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5 고양시 4·15총선 판세분석

갑, 정의당 반석 지역구 지킬까
을, 선거쟁점 없는 다자구도
병, 낯선 ‘후보’ 익숙한 ‘공약’
정, 부동산가치 해법공방 치열


[고양신문] 후보자도 유권자도 서로를 알지 못하는 역대 최악의 깜깜이 선거. 적어도 현재까지는 그러하다. 오는 2일부터 4∙15총선 공식선거운동이 시작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후보자들의 대면 선거운동은 여전히 쉽지 않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게다가 코로나 정국이 이어지면서 여야 간 정책대결보다는 코로나19 방역 성적표가 총선판세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여기에 기득권 정치를 심화시키는 비례위성정당 논란까지 일면서 인물·공약·정책이 실종된 선거라는 푸념도 나오고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둔 고양시의 사정은 훨씬 심각하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고양갑)를 제외한 4개 선거구 주요후보들 모두 새 얼굴로 교체됐을 뿐만 아니라 이중 상당수는 전략공천으로 결정돼 유권자들에게 얼굴을 알릴 기회가 더더욱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번 고양시 총선은 그 어느 때보다 중앙정치 바람이 크게 좌우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남은 보름동안 어떤 결과가 나올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4선 먹구름, 심상정 수성 이뤄낼까

고양시갑은 이번 총선에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선거구 중 한 곳이다. 가장 큰 관심사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4선 여부다. 심상정 대표는 지난 20대 총선 당시 이곳에서 수도권 최다 득표율을 기록하며 진보정당 최초 3선 의원 도전에 성공했다. 여세를 몰아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무려 4명의 시의원(지역구 3명, 비례 1명)을 당선시키는 진보정당 역사상 유래없는 성과를 거두는 등 고양시갑은 그동안 심상정과 정의당에게 있어 ‘정치 1번지’와 같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이번 총선을 앞두고 심상정 대표의 4선 도전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지난 8일 중부일보가 의뢰해 아이소프트뱅크가 실시한 고양시갑 만 18세 이상 유권자 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심 대표는 26.3%의 지지를 받아 미래통합당 이경환 후보(33.5%)와 더불어민주당 문명순 후보(26.5%)에 비해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해당 여론조사는 무선 ARS 72%, 유선 ARS 28% 비율로 진행됐고, 95%신뢰수준에 표본오차 4.4%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지역구 현안을 둘러싼 공약대결도 관심거리다. 이경환 후보와 문명순 후보 모두 힘 있는 거대양당 후보로서 고양시갑의 발전을 획기적으로 이루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 후보는 “낡은 진보이념으로 정체되어 온 덕양의 발전을 이끌겠다”고 나서고 있으며 문 후보 또한 “집권여당의 후보만이 낙후된 덕양을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이다. 이에 맞서 심상정 대표는 지역구를 넘어 고양시 전체 발전비전을 담은 ‘고양 그랜드플랜’ 공약을 발표해 대조를 이루고 있다.관건은 범민주진보 성향 유권자 표심의 집결여부다.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심 대표가 당선될 수 있었던 것은 사실상 민주당 표심까지 모두 가져왔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반면 이번 선거에서는 민주당 문명순 후보가 일찌감치 지역위원장으로 내려와 지지기반 다지기에 나선 만큼 쉽지 않은 결과가 예상된다.지난 20대 총선결과와 비교해 보면 사실상 범민주진보진영의 표가 분산된 결과라고 해석할 수 있다. 심상정 대표는 이에 대해 “(여론조사에)크게 개의치 않는다”면서도 “코로나로 인한 투표율 하락과 거대양당 간 진영대결 격화로 인해 선거국면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라며 긴장감을 나타내고 있다.

반면 고양시을 선거분위기는 아직까지 잠잠하다. 고양시 4개 선거구 중 가장 많은 후보가 출마해 다자구도가 형성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타 지역에 비해 큰 선거쟁점은 나오지 않은 상황이다. 선거공약 또한 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고양선 행신중앙로역 설치 등 공통분모가 많으며 다만 정의당의 ‘대곡역 국제철도터미널 유치’ 공약과 민중당의 ‘창릉신도시 내 무상공공임대주택 도입’ 공약 정도가 눈에 띄는 부분이다.

현재 고양시을은 MBC아나운서 출신 민주당 한준호 후보와 미래통합당 경기도당 사무국장 출신 함경우 후보, 정의당 전 국회의원인 박원석 후보, 도의원 출신 민중당 송영주 후보, 무소속 박종원 후보 등이 나선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한 후보의 지지율이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거대양당이 번갈아 당선되고 표 차이도 1000표 이내일 정도로 박빙이었던 만큼 결과를 쉽게 예측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 박원석 후보, 민중당 송영주 후보 등 진보정당 후보들의 선전여부도 관심거리다.

정권심판론 vs 경제활성화

일산지역을 아우르는 고양시병과 고양시정 선거구도는 ‘정권심판론’이 가장 큰 화두가 될 전망이다. 두 지역구에 출마하는 미래통합당 후보는 모두 3기 신도시 문제를 비롯한 일산의 부동산 하락, 일자리·교통문제 등을 내세우며 민주당 정권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다. 이에 맞선 민주당 두 후보의 대응은 ‘경제 활성화’다. 전임 국회의원인 두 장관이 유치한 일산테크노밸리, 라이브시티, 킨텍스 3전시장 등의 성과를 이어받아 일산의 자족기능을 살리면 부동산 가치도 덩달아 상승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먼저 유은혜 교육부 장관이 재선했던 고양시병은 정치신인인 민주당 홍정민 후보와 백전노장 미래통합당 김영환 후보가 맞붙게 됐다. 홍 후보는 스타트업 대표 출신 경제전문가 타이틀을 내걸고 있으며 김 후보는 최연소 과학기술부 장관 출신으로 4번의 당선과 3번의 낙선을 거친 베테랑 정치인이다. 정치경력으로는 비교가 되지 않지만 두 후보 모두 고양시 첫 출마라는 점은 동일한 상황. 때문에 짧은 선거기간 내에 얼마나 많은 지역유권자들에게 후보자를 어필할 수 있을 것인가도 승패를 가르는 열쇠가 될 전망이다.

특히 민주당 출신의 김영환 후보는 지역의 전통 보수지지층으로부터 얼마나 많은 지지를 이끌어 낼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다. 아울러 2년 전 고양시장에 출마하기도 했던 환경전문기자 출신 박수택 정의당 후보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고양시정 선거구도는 더욱 흥미롭다. 지난 2차례 총선에서 김현미 국토부 장관과 김영선 전 국회의원이 만나 치열한 여(女)여(女)대결이 펼쳐졌다면 이번 선거는 자타공인 경제전문가와 도시전문가가 맞붙게 됐다. 주인공은 이용우 민주당 후보와 김현아 미래통합당 후보다. 김 후보는 작년 일산지역의 3기 신도시 반대운동이 한창인 시점부터 일찌감치 고양시정 출마를 준비했으며 지역구 활동을 꾸준히 이어오며 지지기반을 닦아왔다. 반면 이 후보의 경우 전략공천으로 뒤늦게 합류하긴 했지만 김현미 장관이 지난 10여년간 지역의 당 조직을 탄탄하게 구축해놓은 만큼 주도권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분석이다.

관건은 3기 신도시 문제, 나아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고양시정 유권자들의 평가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지난 25일 고양신문 주최 토론회에서 두 후보는 고양시정의 발전방향을 놓고 치열하게 맞붙었다. 김현아 의원은 3기 신도시로 대표되는 정부 부동산정책을 실패로 규정하고 그 결정을 내린 김현미 장관을 지역구에서 심판해야 한다는 논지를 폈다. 반면 이용우 후보는 전임 민주당 의원들이 GTX, 일산테크노밸리 등 발전의 밑그림을 그린 만큼 기업유치까지 잘 마무리지어 일산 부동산가치하락의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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