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최창의

최창의 행복한미래교육포럼대표, 경기도율곡교육연수원장

[고양신문] 안 쓰고 싶어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겠다. 그만큼 요사이 우리네 일상을 온통 지배해버린 게 바로 ‘코로나19’이다. 오랜만에 반가운 사람을 만나도 빠지지 않는 화제가 이것이다. 제발 밥 먹을 때만이라도 안 나왔으면 하는데도 꼭 누군가 확진자 소식을 꺼내기도 한다. 이렇게 그 전파력만큼이나 강력한 코로나19가 좋든 싫든 우리 삶과 문화를 단박에 바꿔 놓았다. 무엇보다 사람들과 만나는 것을 극도로 자제하고 싫어하게 만들었다. 사람을 만나야 일이 되고 친교가 되고 사랑이 이루어지는 관계의 삶을 절단시켜버렸다. 대신 사람이 서로 만나지 않고 처리할 수 있는 대체 수단이 연구되고 개발되고 도입되었다. 실시간 회의와 전달은 화상으로 진행하고, 학습은 각종 온라인 콘텐츠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한다.

온라인 대체 방식에서 가장 획기적이라면 교회가 문을 닫고 온라인 가정예배로 돌린 것이다. 교회는 모임 공간의 상징이자, 모임 의식의 핵심이다. 사람들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걸 신앙심의 척도로 여겨왔고, 모이기 위해 교회 건물이 생겨났다. 무엇보다 일요일이면 교회에 모여서 예배드려야 하는 걸 성경 말씀으로 알고 철저히 지켜왔다. 일부 강경파 목회자들이 교회가 쉬는 걸 불만스러워하며 6‧25때도 예배는 멈추지 않았다고 강변하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따라서 이번 코로나 사태로 교회가 문을 닫고 온라인으로 가정 예배를 진행한 것은 우리 신앙사에서 미증유의 대사건이다.

교회가 쉬는 것만큼 중대한 사건이 학교 개학 연기에 이은 온라인 개학이다. 3월 초에는 학교가 일정 기간 쉬면 곧 개학이 이어질 거라는 믿음으로 어려움이 있더라도 받아들였다. 그런데 이제는 아예 코로나가 진정될 때까지 온라인 개학이라니 그 여파가 만만치가 않을 것 같다. 자칫 코로나 시국이 계속된다면 1학기 내내 온라인으로 학교 수업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치 전쟁 중에도 예배가 열렸다는 것처럼 학교는 피난 중에 장소를 옮겨서라도 수업을 계속한 것이 전례 역사이다. 보통 학생들은 비바람 눈보라를 뚫고, 질환도 참으면서 개근한 것을 성실성의 표상으로 삼아 온 게 우리 학교 문화였다. 그런데 이젠 어떤 공부보다 건강이 더 우선이라는 게 이번 코로나19가 불러온 일반적 의식의 변화이다. 그토록 악착같이 보내던 학교나 쉴 새 없이 매달리던 공부도 급박한 상황이면 그만 둘 수도 있다는 걸 모두에게 보여주고 일깨워 주었다. 그래서 학생이고 학부모고 감염을 막기 위한 개학 연기를 수긍하였고 학교는 대체 방식인 온라인 수업 준비와 진행으로 숨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이번에 교육부가 제시한 온라인 수업 형태는 크게 ‘실시간 쌍방향 화상형, EBS 동영상 등 콘텐츠 제시형, 교사 과제 제시형’ 등 세 가지로 알려졌다. 교사들은 온라인 수업 조건이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이러한 수업 방식 변경 때문에 어려워하고 있다. 사실 미래사회에는 상당수 지식 수업이 원격이나 온-오프라인 혼합으로 진행되리라 예측은 하였다. 또한 그 동안 EBS 강의나 거꾸로 수업 등 일부에서 디지털 도구를 이용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긴 하였다. 하지만 이처럼 급격하게 모든 교사들이 온라인 수업을 직접 제작하고 진행할 줄은 몰랐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교육계가 맞아들인 강력한 충격이고 변화이다.

우리는 이번 코로나 사태를 겪으면서 교육 방식과 공간에 대해 유연한 생각을 갖게 되었다. 교육에 대한 고정된 개념은 교실과 선생님을 떠올려왔지만 이제는 언제 어디서나 원격 온라인 수업도 대체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에 이번 경험을 통해 오히려 인터넷을 활용한 온라인 학습보다는 집단적인 상호관계 속에서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다시 말해 교실 속에서 교사와 아이들의 만남 속에서 이루어지는 학습이 최고의 학습이다.

미래교육에서는 학습 방법의 다양화와 아이들 스스로 공부하는 자기주도 학습이 중요하다. 따라서 앞으로는 부모가 때로 가정교사가 되어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체험학습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나아가 이제 아이들이 단순히 교과서 지식 위주에서 벗어나 세상과 삶에서 배우는 교육을 펼쳐야 할 때이다. 이 또한 코로나19로 말미암아 깨우치고 얻은 교훈이라면 그나마 아픔이 그나마 덜하지 않겠는가. 얼마 가지 않아 코로나는 끝나야 하고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더욱 뜨거운 가슴으로 다시 만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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