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253개 선거구 중 고양만이 허락한 ‘한 석'

코미디 같은 선거가 끝났습니다. 선거법 개혁을 두고 국회가 만신창이가 되도록 싸웠고, 결국 선거법 개혁안을 통과시켰지만 개혁안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습니다. 선거법 개혁안의 핵심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입니다. 거대양당만 살아남을 수 있는 한국정치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도록 소수정당의 진입을 유리하게 만들자는 것입니다. 이 제도를 애초부터 반대했던 미래통합당은 그렇다 치고, 개혁안을 주도적으로 통과시킨 집권당조차도 위성정당을 만들면서 코미디 같은 선거가 시작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도 미래통합당도 ‘우리의 위성정당을 찍어달라’고 고백했고, 어떻게든 거대양당에 달라붙어서 한 표라도 더 얻으려는 또 다른 위성정당을 떼어내려고 안감힘을 다했습니다. 유권자는 모르고 찍거나, 알고도 거대양당의 싸움에 떠밀려 들어가야 했습니다. 법도 윤리도 없는 정치판을 코로나 정국이 감싸주었습니다. 말 한마디에 매달려 분노하던 언론은 위성정당 문제는 얌전하게 보도했습니다.

거대양당이 위성정당을 동원해 더 얻어낸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0석, 미래한국당 5석입니다. 반대로 이 가짜 정당 때문에 소수정당이 잃은 의석은 정의당 10석, 국민의당 8석입니다. 민중당 녹색당 등 진짜 소수정당에겐 1석 진입의 조건 ‘3% 득표’가 여전히 하늘같이 높은 선거였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코로나 바람’에 힘입어 180석이라는 역대 최대의 의석을 차지했고, 법안과 예산안, 총리·법관 인사권을 단독처리할 수 있는 무서운 권력을 얻었습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하는 민주주의의를 위해서는 결코 바람직한 의석수는 아닙니다. 더불어민주당은 선거법 개혁안을 스스로 뒤집는 양심 없는 정치를 하지 않았어도 과반수 넘는 의석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20석 이상을 소수정당에 내어줄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위선적 행태를 비판하면 “죽고 사는 전쟁터에서 법과 윤리를 지키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식의 비난이 돌아옵니다. 거대양당 구조만을 용인하는 한국사회 정치문화를 요약한 말이 아닐까합니다.

파란색과 핑크색으로 도배된 전국 선거구에서 유일하게 노란색이 찍힌 곳이 바로 고양시갑 선거구다. 이번 총선에서 심상정 의원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유일하게 당선된 소수정당 후보로 기록됐다.

지역구 선거결과를 살펴봅니다.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가 모두 전략공천으로 내려왔고, 유일하게 지역 정치인으로 자리를 지킨 후보는 심상정 의원뿐이었습니다. 지역 유권자들의 입장에서는 “저 사람이 누구야” 하다가 선거가 끝났을 겁니다. 선거를 지켜보며 내내 대의제라는 제도에 대해 생각했습니다. 우리 대의제가 지역구 선출방식과 비례대표 선출방식 두 가지로 나뉜다면 지역구는 국민의 삶터인 지역을 기반으로 대리정치인을 뽑아야 하고 비례대표는 정당이 대변하고자 하는 계층과 직업 등을 고려해 뽑아야 합니다. 지역구는 지역민에게 묻는 것이 출발입니다. 이번 선거는 아무것도 묻지 않고 중앙당이 후보를 결정했습니다. 지역구 대의 정치의 기본을 훼손하는 전략공천제를 제도적으로 제한해야 합니다. 누구든 민주적 경선으로 선출되고 그 힘으로 국회로 진입해야 합니다. 한준호·홍정민·이용우 의원이 전략공천으로 당선된 마지막 국회의원이 되길 바랍니다. 물론 앞으로 전략공천 받은 특별한 역량을 잘 발휘해 4년 후 지역구 후보로 당당히 서기를 기대합니다. 유일한 지역구 정치인 심상정 의원의 당선에 대해서는 몇 줄을 더 붙이고 싶습니다.

심상정 의원은 전국 253개 지역구 중 유일하게 당선된 소수정당 후보입니다. 비참함과 비장함이 동시에 묻어있는 결과입니다. 저는 코미디 같은 선거에 휩쓸리지 않고, 선거개혁의 원칙을 박살내지 않고, 소수정당의 유일한 ‘한 석’을 지켜준 고양시민들에게서 정치의 희망을 봅니다. 정의당을 지지해서가 아닙니다. 균형과 견제, 다양성의 원리가 독점과 독선의 원리를 이기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이제 더불어민주당이 반성하고 회복 수 있는 모든 권한, 180석을 갖게 됐습니다. 양심에 맡기면 또 코미디 됩니다. 위성정당을 제도적으로 막고 소수정당과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선거제도를 만들어 주시길 바랍니다. 오직 보수에 맞서도록 많은 것을 덮어준 열렬 지지자들의 마음도 그럴 것입니다. 발행인 이영아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