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말아줘』 출간한 양성희 심리치유센터 대표

지적장애 딸 키우며 아픔·좌절 겪어
경험 바탕으로 절망 극복하는 법 담아

장애부모 상담과 글쓰기 도와
“구체적 사례 담은 다음 책 준비”

[고양신문] 16년 차 고양의 이웃인 ‘양성희심리치유센터’ 양성희 대표의 첫인상은 편안하고 차분해 보였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과 공감능력이 뛰어나, 그를 만나면 누구나 자신의 상처와 숨겨진 이야기를 하고 싶게 만드는 사람으로 느껴졌다. 양 대표 자신이 장애를 지닌 딸을 돌보는 아픔을 겪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는 지난해 8월에 쓴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말아줘』라는 책의 첫 문장으로 자신을 소개했다. “저는 ‘주명은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주명은은 양 대표의 첫째 딸 이름이다. 만3세에 지적장애1급 판정을 받은 딸과 생활하면서 자신도 함께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이 아이는 나에게 인생을 가르쳐준 은사님이 아닐까 생각했어요. 책 맺음말에는 엄마들에게 꼭 드리고 싶은 말을 적었어요. 지금 좌절하고 있는 당신, ‘괜찮다’라고요.”

‘마음의 상처를 끌어내며 치유하는 로드맵’이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에는 힘든 현실로 인해 절망하는 사람이 그것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이 담겨 있다. 10년 이상 상담과 글쓰기 수업을 하며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한 심리 치유서다. 한 손에 잡히는 축소 판형에 110페이지 분량의 작은 책이다.

그는 글 쓰는 것을 무척 좋아했고, 대학에서 철학과 문예창작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남편을 만나 졸업 후 바로 결혼을 했다. 첫 아이가 지적장애 판정을 받은 후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살았다. 보통 아이들처럼 7세에 입학을 시키기 위해 치료에 집중했다. 그런데 나아진 것이 없다는 결과가 나와 절망을 했고, 그 자리에서 통곡을 했다. 그 후 우울증에 빠져 정신과 의사, 종교인 등 여러 사람에게 도움을 받았다.

“첫 아이는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들어갔지만 힘들게 생활하는 중이었죠. 장애인 복지관에서 저 같은 장애아 엄마들을 대상으로 하는 상담교육을 받기 시작했어요. 그 수업을 들으면서 저 같은 처지의 부모들을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상담 공부를 시작했죠.”

애초에 자신이 상담사가 될 것이라고는 생각을 못 했지만 10년째 계속하고 있다. 상담에 글쓰기를 접목해 글을 쓰게 했더니 더 효과적이었다. 이들의 글을 모아서 자서전으로도 엮었다.

그를 찾아오는 엄마들은 말한다. “저는 좋은 엄마인 줄 알았어요. 그런데 아이의 상황을 보면 객관적으로 좋은 엄마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그 심정을 잘 알기 때문에 “좋은 엄마가 너무 되고 싶어 하는 그 자체로 이미 좋은 엄마”라고 말해준다.

장애인가족지원센터의 멘토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앞으로 장애아를 둔 엄마들을 더 많이 만나서 도와주고, 괜찮다고 위로해주고 싶다.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두 번씩 그림책 수업과 심리독서 모임을 했고, 나를 만나기, 나를 보듬기, 나를 안아주기라는 세 단계로 여행기 쓰기 수업도 했다.

이번 책은 자신이 오랫동안 작업한 것을 알리자는 의도에서 썼고, 수업을 하게 된 동기와 내용을 설명했다. 양 대표는 “다음에는 구체적인 사례도 넣어 좀 더 프로그램화된 책을 쓸 예정”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