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고상만

고상만 인권운동가

[고양신문] “일제강점기에 조선의 부녀자를 위안부로 강제로 끌어갔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며 강제징용 피해도 허구”, “일본이 쌀을 수탈해 간 것이 아니라 우리가 수출한 것이고, 독도 영유권 문제는 반일종족주의의 최고 상징”, “‘잠자고 있는데 밤에, 논에서 일하고 있는데 헌병 순사가 일본으로 끌려갔다’는 납치설은 명백한 역사 왜곡”

2019년 7월 출간된 한 권의 책으로 대한민국은 시끄러웠다. 『반일종족주의』라는 제목의 책이었다. 이 책의 대표 저자인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공저자 김낙년, 주익종, 김용삼, 이우연 등의 평소 주장을 정리했다는 이 책은 일본에서 번역되어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일본의 입장을 그대로 담아, 아니 일본의 사법부조차 인정했던 잘못까지도 이 책이 부정해주고 있으니 얼마나 고마웠겠는가. 그것도 한국 국적자들이 써 준 것이니 그들 입장에서 얼마나 기특한 이야기인가.

실제로 이 책의 공저자인 이우연은 2019년 일본의 극우 역사학자들 모임인 ‘국제역사논전연구소’로부터 여비 지원을 받아 UN인권이사회를 참석했다. 그 자리에서 이우연은 “자신들 의사로 많은 조선인들이 일본에 갔으며 징용은 합법적”이라고 말했다 한다. 강제동원 피해를 부정하는 망언이었다. 그런 사람들이 5월 7일 또 책을 낸다고 한다. 『반일종족주의』 속편 격으로 이번 역시 위안부 피해, 독도 영유권, 식민지 근대화 논란 등을 일본 입장에서 되풀이 할 것으로 예고되고 있다. 국민적 비난에 전혀 개의치 않는 태도다. 이런 행위를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하는지 자괴감이 들 뿐이다.

정말 방법이 없을까? 독일의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다. 독일에서도 우리나라처럼 나치의 범죄를 옹호하는 사람이 있다. 대표적 인물이 이른바 ‘나치 할머니’로 불리는 우르줄라 하퍼베크라는 사람이다. 1929년생인 그녀는 나치를 신봉하는 독일 극우세력의 상징적 인물로 알려져 있다. 그런 하퍼베크가 2018년에 독일 법정에 서게 된다. 당시 89세였던 그녀의 혐의는 “아우슈비츠 강제수용소는 역사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는 2015년 법정 주장과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가스실이 있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2016년 1월 공개 장소에서의 발언이었다. 또한 나치의 학살 행위(홀로코스트)에 대해 “역사상 가장 크고 오랫동안 지속된 거짓말”이라는 말을 TV에서 말하기도 했다. 부정할 수 없는 나치의 범죄행위에 대해 자기식대로 선동한 것이다.

이에 대해 독일의 법정은 단호했다. 그런 태도에 겁이 난 걸까. 내내 당당했던 그녀는 재판이 시작되자 “(내 생각이 아니라) 책의 내용을 인용한 것”이라며 변명했다. 또 유죄판결 후에는 “나이가 많아 수형 생활을 할 수 없다”며 도주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징역 2년의 실형 선고.

그렇다면 독일에서는 어떻게 이런 처벌이 가능할까. 독일에서는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용인 또는 ‘별것 아닌 것처럼’ 치부하는 일체의 행위에 대해 최고 5년의 징역을 선고할 수 있는 법이 있다. 독일 형법 130조 3항이 그것이다. 이 법안이 제정된 때는 1994년이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이 이것이다. 우리나라도 이제 일제강점기를 찬양하는 반민족 행위자를 처벌할 법안을 제정할 때가 되었다. 늦었지만 이제라도 해야 한다. 더 이상 대한민국이 일본의 이익을 위해 역사를 왜곡하는 자들의 천국이 되어선 안 된다. 이런 가운데 주목할 만한 결정이 하나 있었다. 지난 1월 경기도 광명시에서의 결정이 그것이다. 광명시도서관이 문제의 『반일종족주의』를 장서 구성에서 제외한 것이다. 법이 없으니 이렇게라도 문제를 바로 잡으려는 지자체의 의지를 나는 높이 평가한다.

다행히 지금, 광복회가 나섰다. 일제강점기를 미화하는 자를 형사처벌하는 ‘친일찬양금지법’ 제정과 국립묘지에 안장된 친일반민족 인사의 이장 및 친일행적비를 설치하는 ‘국립묘지법’ 개정 찬성여부를 광복회는 각 후보자들에게 설문했다. 다행히 96% 이상이 찬성 의사를 보였다고 광복회가 밝혔다. 이제 국회가 개원하면 이 결과대로 법안이 결실 맺어야 한다. 반민족 행위자들이 헛소리 하는데 ‘국민만 화를 내는’ 한심한 시대가 마침내 문을 닫는 21대 국회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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