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빛시론> 이태원

이태원 박사,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고양신문]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위세가 만만치 않다. 1개월여 전 글을 쓸 때만 해도 중국과 국내에서 주로 기승을 부리던 감염병이 이젠 지구촌 전체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5월 중순 현재 전 세계적으로 450만 명 이상이 바이러스에 감염되었고, 이로 인한 사망자도 30만 명을 훌쩍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는 보고다. 사스, 신종 플루, 메르스 등 2000년대 들어 발생한 어떤 바이러스보다 전염성이 강해 큰 인명 피해를 주고 있다. 더욱 걱정인 건 이 사태가 언제 끝날지, 아니 끝이 나기는 할런지 지금으로선 전혀 예상조차 할 수가 없다는 거다.

이런 와중에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학에 이어, 20일부터는 급기야 고교 3학년 학생들부터 등교수업이 결정됐다는 보도다. 이후 초중고와 유치원이 학년에 따라 1주일 간격으로 등교를 시킨다는 계획이다. 아직 감염병 사태가 안정된 건 아니지만, 계속되는 등교수업 연기에 따른 학사일정 관리에 대한 교육당국의 고민이 엿보인다. 하지만, 이번 등교수업에 대해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학교가 바이러스 전파 통로가 될 수 있어 5월 등교는 위험하다는 다수 감염병 전문가들의 지적도 신경이 쓰이는 대목이다.

등교수업에 대한 대책으로 교육당국은 방역조치와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학년과 학급 단위로 격주제나 격일제로 등교수업과 원격수업을 번갈아 운영함으로써 학생을 분산하는 방안들을 권고했다. 하지만 지역별, 학교별 상황이 달라 일괄적인 가이드라인을 줄 수는 없으니, 교육청과 학교에서 스스로 창의적인 방안을 만들어달라는 기대 섞인 희망사항도 덧붙였다. 좁은 공간에 상대적으로 많은 학생들이 장시간 생활하는 교실에서 혹시 있을지도 모르는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 가능성과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은 없을까?

이미 알려진 방역 노력과 함께 교실에서 호흡기를 통한 바이러스 감염을 막는 근본대책으로 환기만한 게 없다. 환기란 실내의 오염된 공기를 밖에 버리고 바깥의 신선한 공기를 실내로 가져오는 것을 말한다. 환기를 하는 방법으로는 자연환기와 강제환기 방식이 있다. 자연환기는 창이나 문을 열어 공기가 자연적으로 교체되도록 하는 방식이고, 강제환기는 송풍기와 같은 장치를 이용해 인위적으로 공기를 교환해주는 방식이다. 이때 공기를 정화하고, 공간 용도에 따라 환기량을 달리 하기도 한다. 감염자를 격리하는 음압실은 강제환기의 좋은 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요즘의 학교와 노래방 등 중소형 건물에는 이런 환기장치가 없는 경우가 많다. 관리가 상대적으로 쉽다는 왜곡된 이유로 개별 냉난방기가 마구 보급된 결과다. 물론 이 경우에도 환기시설을 해야 하지만 이에 대한 규정은 미흡한 실정이다. 환기시설이 설치되어 있어도 잘 쓰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다.

그럼에도 실험실이나 공연실 등 환기시설이 갖춰진 공간이 있을 수 있다. 이와 같이 환기시설이 갖춰진 공간들을 우선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환기시설이 있다 해서 능사는 아니다. 여기서는 공기가 흡입하는 구역과 방출되는 구역으로 구분되는데, 흡입되는 구역보다는 분사되는 구역 근처에 자리를 배치하는 게 좋다. 최근, 미세먼지 대책의 일환으로 공기청정기를 설치한 경우가 많은데, 이는 단순히 공기를 순환시키며 이물질을 걸러주는 역할만을 하므로 바이러스 살균과 같은 별도의 기능이 있지 않는 한 사용해서는 안 된다.

문제는 환기시설이 없는 경우다. 더워지는 날씨에 냉방기를 사용하지 않을 수도 없다. 개별 냉난방기도 공기를 순환시키며 온도를 맞춰주는 장치니 바이러스 확산에 치명적일 수 있다. 냉난방기 흡입구 쪽으로 바깥의 공기를 공급해주고, 공기가 방출되는 구역에 학생들의 자리를 배치한 후, 학생들을 통과한 공기는 바로 밖으로 배출시키는 게 최선이다. 하지만 공간 여건에 따라 다르다는 게 문제다. 바닥에 설치된 냉난방기라면 창가로 옮기고 임시로라도 환기시설을 설치하거나, 여러 대의 선풍기로 이와 같은 공기의 흐름을 만들어 주는 게 도움이 될 수 있다.

모쪼록, 이번 사태가 반복되는 바이러스의 습격으로부터 학생은 물론 국민의 안전을 지키는 보다 근본적으로 생활환경이 마련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본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