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장현 칼럼>

백장현 한신대학교 초빙교수

[고양신문] 코로나 팬데믹 사태를 맞아 북한 주민들이 곤경을 겪고 있다. 북한 당국은 코로나 발생 초기 국내의 취약한 의료시설 등으로 코로나 전염을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해 철저한 봉쇄조치를 단행했다. 북한 내부 소식통에 의하면 북한 당국은 북중, 북러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고 모든 밀무역을 금지시켰으며, 국경 지역의 밀수꾼들도 스스로 밀수를 자제하고 있다고 한다. 돈 벌겠다고 중국 갔다가 코로나에 감염되면 죽을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발열 증상이 나타날 경우 보위부의 철저한 동선 조사로 밀수 루트나 중국 대방, 국경경비대 협조자 등이 모두 들통나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무역 통로가 막힌 것은 아니고 주요 국가기관이나 외화벌이 기관에서 꼭 필요한 물품들은 선별적으로 통관을 허락하고 있지만, 그것도 엄격한 승인 절차를 거쳐 이뤄진다고 한다. 따라서 현재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각종 물품이 크게 부족한 상태이고 이로 인해 북한의 시장인 장마당도 파리만 날릴 정도로 한산하다는 것이다.
 

국경 봉쇄로 인한 북한의 경제 위기

올들어 발생한 코로나 사태는 세계 경제를 위기로 몰아넣었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코로나 확산 방지를 위해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와 봉쇄정책을 실시하면서 생산과 소비, 분배 등 제반 경제활동이 일시에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 경제는 그 중 더욱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북한경제리뷰, 2020.5)에 의하면 올해 북한이 받은 경제 충격이 과장하면 과거 식량난으로 수많은 아사자를 양산했던 ‘고난의 행군’ 초기와 유사한 모습이라고 한다. 북한 경제가 1994년과 마찬가지로 대북제재 쇼크라는 추세적 충격과 코로나 쇼크라는 즉시적 충격을 동시에 받아 심각한 딜레마에 봉착해 있고 경제의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는 북한이 코로나 유입 방지를 위해 사용한 봉쇄(lockdown)방식 때문인데, 북한 당국의 주장처럼 코로나 억제는 성공적으로 하고 있는지 모르지만 북한 경제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경제위기가 파국으로 치달을 것으로 보는 북한 연구자들은 별로 없다. 북한의 내수시장이 과거에 비해 크게 확대됐을 뿐 아니라 활발하게 돌아가고 있고, 또 국내에서 생산되고 있는 국산품들이 시장에서 인기가 있어 생필품의 지속적인 생산이 이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의 경제 상태를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지표인 쌀값과 환율 동향을 봐도 파국의 조짐은 없다. 올해 상반기 쌀값은 1㎏당 5000원 수준에서 오르내리고 있고, 환율도 1달러당 8000원 수준에서 안정돼 있다. 따라서 과거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처럼 전 사회적 혼란이나 경제 붕괴 양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취약계층에게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북한 경제가 어려운 요즘 북한 내 취약계층의 삶은 고단할 게 분명하다. 경제적 위기가 발생하면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게 그 사회의 취약계층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식량이 바닥나는 보릿고개 철을 맞아 이들이 겪고 있는 생활고는 익히 짐작할 수 있다. 한국 사회의 식량지원 등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다. 우리도 코로나 비상시국을 맞아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상대가 힘들 때 도와주는 게 인도적 차원에서도 그렇지만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도 유리하다.

한국은 쌀이 남아도는 국가이다. 10년간 매년 평균 28만 톤의 쌀이 남아 보관비용으로만 매년 6000억원가량을 쓰고 있다. 정부는 매년 ㎏당 1500원 안팎에 쌀을 사서 6000억원의 보관료를 들인 다음, 2~3년 뒤에 ㎏당 500~900원 사이에서 가공용, 주정용으로 팔고 그래도 남으면 ㎏당 200원에 가축사료용으로 팔고 있다. 이제 만성적으로 식량이 부족한 북한의 취약계층 지원을 위해 국민적 합의를 거쳐 남는 쌀을 써야 한다.

독일, 예멘, 베트남 등 분단국들의 통일과정을 들여다보면, 통일은 대치하고 있던 양국 사이 힘의 균형이 깨지고 구심력이 원심력보다 커진 상황에서 통일에 유리한 국제적 환경이 조성될 때 이루어졌다. 현재 남북한 사이 힘의 균형은 이미 깨진 상태이다. 따라서 통일을 향한 구심력을 원심력보다 크게 하는 게 과제인데 우리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구심력을 키우는 일이다. 남북이 경제협력을 통해 상호 의존도를 높이고 다양한 교류를 통해 민족공동체 의식을 높이면서 통일의 구심력을 키워나가야만 외부 환경의 변화가 생길 때 통일로 나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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