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중간보고
고양시 환경단체 한목소리 '우려 표명'

시 “간담회 열어 지적사항 경청할 것”
생태와 관광, 지혜로운 상생 해법 찾아야

고양시 한강하구 대덕생태공원 구간.

[고양신문] 고양시가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고양시 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사업’에 대해 고양의 환경단체와 생태전문가·활동가들이 “생태 보전 의지가 부족한, 관광활성화에만 초점을 맞춘 개발중심의 계획”이라며 우려를 표하고 나섰다. 의견을 표명한 이들은 한강하구 장항습지협의회 소속 단체들이다. 한강하구 장항습지협의회(이하 장항습지협의회)는 장항습지의 람사르 사이트 등재를 앞두고 고양에서 활동하는 생태·환경 관련 단체들이 상호 협력과 소통을 위해 결성한 민간 협의기구로서 (사)에코코리아,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고양자연생태연구회, 생태교육연대 어울림, 더불어에코밴드, 행복한미래교육포럼이 참여하고 있다.

협의회는 이달 초 한양문고에서 모임을 갖고 지난달 말 공개된 ‘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사업 설계용역 중간보고서’에 대해 자체 검토와 의견수렴을 진행했다. 회의에 참석한 박평수 사회적협동조합 한강 이사는 “생태적 관점에서 우려할만한 요소가 다수 발견됐다. 특히 고양시와 환경단체들이 힘을 합쳐 추진하고 있는 장항습지의 람사르 등재 움직임에 역행하는 발상들이 포함돼 참석자들이 깊은 유감을 표했다”고 밝혔다.

장항습지를 찾아오는 귀한 손님 재두루미. 장항습지는 생물다양성이 풍부한, 한강하구 생태의 보고다.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고양시 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사업은 고양시 구간 한강하구를 생태·역사·평화 콘텐츠를 복합적으로 활용해 관광자원화 하는 대규모 프로젝트다. 고양시가 가지고 있는 가장 소중한 미래의 관광자산들을 하나의 흐름으로 아우르는, 무척 의미 있는 첫 걸음인 셈이다. 사업에 본격적인 가속도가 붙은 건 ‘한강하구 생태·역사 관광벨트’ 사업계획안이 2018년 경기도 정책공모에 선정돼 도비 50억 원을 확보하면서부터다.

사업의 공간적 범위는 강변북로를 따라 서울과 고양시의 경계가 시작되는 대덕생태공원부터 창릉천 하구와 한강이 만나는 덕양산, 행주산성역사공원, 행주나루를 거쳐 장항습지와 일산대교까지 이어지는 18.2km에 이르는 구간을 아우른다. 시는 이 구간에 한강이 품은 아름다운 자연과 역사의 흔적을 감상하고, 평화를 향한 염원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탐방로, 조망대, 커뮤니티공간 등 다양한 관광 인프라를 조성한다는 기본방향을 세웠다. 이를 위한 ‘사업 타당성 및 설계’ 용역은 지난해 11월 시작돼 오는 8월 마무리될 예정이며, 사업 준공은 2022년 말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사업 설계용역 중간보고서에 대한 장항습지협의회측이 지적한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사업 명칭의 맨 앞에 ‘생태’가 들어갔지만, 정작 생태에 대한 이해와 보전 의지는 부족하다. ▲사업 설계 단계에서 환경부 습지보호구역 관리계획, 람사르 등재 추진계획이 준수돼야 한다. ▲생태적 핵심구간인 장항습지와 완충지역, 배후지역을 정밀하게 구분한 사업설계가 진행돼야 한다. ▲장항습지에 직접 접근하는 방식 대신, 장항습지의 환경을 대리 체험할 수 있는 대체 체험습지를 조성해야 한다. ▲장항습지와 인접한 게스트하우스, 야간조명을 활용한 관광스폿 등 한강하구 생태계를 교란시킬 위험이 있는 계획들은 재검토돼야 한다, 등이다.

협의회의 이같은 입장 표명을 환경단체 특유의 ‘높은 생태감수성’으로 치부해서는 곤란해 보인다. 시 환경정책과 관계자 역시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간보고서 내용 중 생태적으로 우려할만한 내용이 일부 포함돼 있어 당황스러웠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장항습지협의회의 우려에 대해 문화유산관광과 윤병렬 과장은 “중간보고에 담긴 내용은 용역사에서 다양한 아이디어를 모두 집어넣은 것일 뿐”이라며 “실제 설계될 내용에 비해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해명했다. 이어 “장항습지협의회와 환경관련부서의 의견을 경청해 최종 설계안을 마무리하겠다”고 밝혔다. 시는 이달 25일 문화유산관광과 주관으로 장항습지협의회와 한강유역환경청, 환경정책과가 한 자리에 모이는 ‘환경분야TF 간담회’를 열어 의견을 나눌 예정이다.

이은정 에코코리아 사무처장은 “무분별한 갯벌매립, 4대강 사업 등에서 보듯, 관광을 앞세운 개발사업들을 뒤늦게 되돌리기 위해 큰 비용을 치르고 있다”면서 “소중한 생태자원을 잘 보전하는 것이 미래를 위한 가장 현명한 관광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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