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덕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

코로나19가 몰고 온 어려움을 고양시 지역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해 극복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어려움을 각자 감당할 것이 아니라 107만 고양시민이 함께 나눠가지자는 발상에서 이 움직임은 출발한 것이다.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방법으로 ‘기부’라는 형식을 취하지만, 이 움직임의 본질은 ‘함께 극복하자’는 데 있다.  


이러한 움직임의 중심에 있는 단체가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다.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는 지난 5월 12일 발대식을 개최하며 ‘함께 극복하자’는 운동을 일반시민들 사이로 확산시키려고 하고 있다. 운동본부는 유재덕 고양종교인평화회의대표, 이창원 고양시사회복지협의회 회장, 윤정애 고양YWCA회장, 지언스님 고양시일산노인종합복지관장, 허신용 고양시자원봉사센터장 등 5명이 공동본부장을 맡고 있다. 이분들 중 한 명인 유재덕 공동본부장을 만나  ‘괜찮아 잇츠오케이(It’s OK) 107’ 캠페인에 대해 좀 더 자세히 들어보았다. 

유재덕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 공동본부장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기부를 통해 확산될 수 있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사진 = 권영찬 PD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된 계기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걱정만 할 것이 아니라 대처할 방법을 찾아야겠다는 생각을 시민사회 몇몇 분들이 했다. 처음에는 모금운동을 염두에 두지는 않았다. 정부가 거둬들인 기부금이 곧바로 지역으로 직접적으로 연결되지는 않기 때문에 고양 지역 차원에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이 뭘까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 그 고민은 결국 고양시민들이 함께 참여해 함께 극복한다는 의식을 품을 수 있도록 하는 모금운동이 좋겠다는 아이디어로 이어졌다. 사회복지단체, 봉사단체, 종교단체 대표가 모여서 모금운동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과정에서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가 결성됐다. 5명의 운동본부 대표들이 매주 모여서 모금운동과 관련해 일주일 동안의 진척상황, 앞으로 해야 할 일 등을 논의하고 있다. 고양시의 드라이브 스루 선별진료가 세계적인 모범사례이었듯이, 이 운동이 시민사회가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는 또 하나의 모범사례가 되기를 바란다.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에서 벌이는 기부운동이 다른 단체에서 행해져왔던 기부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물론 다른 여러 기관에서 모금운동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운동본부가 벌이는 모금운동은 성격이 좀 다르다. 적어도 고양지역 내에서는 계층과 연령을 넘어 누구나 어려움을 함께 극복하고 있다는 연대의식이 확산되는 방법으로서의 모금운동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어려움을 각자 감당해내는 것이 아니라 고양지역에서는 이 어려움을 나눠가질 수 있음을 기부운동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으면 한다. 복지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위기 청소년들, 영세 소상공인들에게 ‘나 혼자만 이 어려움을 감당해야 하는 것은 아니구나’라는 위로를 줄 수 있는 것, 이것이야말로 운동본부가 벌이는 모금운동의 목적이자 가치이다. 코로나19 사태는 큰 위기인 것이 분명하지만 공동체 의식의 회복의 기회이기도 하다. 

일각에서는 기부운동을 하는 단체가 또 하나 추가됐다라고만 바라보기도 한다. 기부 외에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가 가지는 의미는 뭔가. 

국가나 지자체, 혹은 사회복지협의회가 지원대상으로 하는 계층 외에도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을 위해서 국가나 지자체가 아니라 시민사회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다가 기부를 생각하게 된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 운동본부는 기부행위 자체에만 지나치게 강조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107만 고양시민 모두가 함께 어려움을 나누고 함께 극복한다는 생각이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기부를 시민운동으로 보아 주기를 바란다. 기부운동 취지에 대한 인식의 공감이 없이는 빈수레가 될 수 있다.
 
고양 잇츠오케이시민운동본부는 ‘107만명의 고양시민과 107개의 시민단체가 모여 107억원을 모금하자’는 것을 표방하는데 ‘107’이라는 숫자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 이유가 있는가.  

모금 목표액을 107억원으로 정했지만 액수 이상으로 중요한 것이 있다. 한 사람이 107억원을 기부한다면 목표액은 달성됐을지 모른다. 열 사람이 10억7000만원을 기부한다면 목표액을 달성됐을지 모른다. 그러나 이런 식의 목표달성은 운동본부가 벌이는 모금운동의 취지와 동떨어졌다. 함께 어려움을 맞았으니 함께 극복하고 있다는, 결국 함께 했으므로 극복해냈다는 의식을 일깨우지 못한다는 말이다. 비록 모금 목표액이 늦게 달성되더라도 보다 많은 사람들이 기부행렬에 동참했으면 한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107만 고양시민 모두가 참여해 107억원이 모이는 것이다. 

모금운동이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기간을 정한 이유가 따로 있는가. 

8월 31일로 정한 이유는 코로나19 사태가 이때는 끝장이 났으면 하는 바람 때문이다. 또한 8월 31일은 정부의 긴급재난지원금의 사용기한이기도 하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지 않는다면 기부운동 역시 8월 31일 이후에도 계속 할 수 있는 일이다. 정해진 기한에 목표금액을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다. 될 수 있으면 여러 사람을 모금운동에 참여시켜는 것이 목적이다. 어려운 분들이 도움만 받는 것이 아니라 이러한 성격의 시민운동에 참여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으면 한다. 

코로나19 사태를 고양시민이 함께 극복한다는 메시지를 주려면 계좌를 통한 기부행위 외에 특별한 이벤트나 필요할 것 같은데. 

모금이 시민운동이 되도록 하기 위한 수단들, 이를테면 전단지나 SNS를 통한 홍보, 차량을 이용한 홍보 등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하다. 특히 이상봉 디자이너가 ‘괜찮아 잇츠오케이’ 심볼 로고를 만들어 재능기부했는데, 이 심볼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배부하는 방법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어린이집 연합회와 협의해 아이들에게 티셔츠를 입혀 홍보하는 방법도 고려하고 있다. 어차피 어린이집 마다 정기적으로 티셔츠를 맞춰 입기 때문에 부담을 덜 주는 범위에서 괜찮아 잇츠오케이’ 심볼 로고가 그려진 티셔츠를 아이들에게 입히면 어떨까하는 생각도 한다. 현재는 ‘괜찮아 잇츠오케이(It’s OK) 107’ 캠페인이 시민들에게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앞으로 조금씩 인식 저변이 넓어질 것이다. 

지난 IMF 사태 때 국민들이 금모으기운동을 했다. 이런 형태의 운동을 자랑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거부감을 가지는 분들도 있다. 

최근 나눔의집 사태로 인해 자발적인 도움의 손길이 줄어들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기부금을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모은 기부금이 어려운 사람에게 전달되는 과정을 투명하게 하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 우리 운동본부가 벌이는 기부운동이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어려움을 극복해가는 과정에 시민 각자가 참여함으로써 느끼는 보람, 공감, 나아가 공동체의식이 성숙할 수 있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시민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사회적 거리두기 때문에 몸은 멀어졌지만 마음은 서로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기부를 통해 확산될 수 있었으면 한다. 우리 운동본부가 벌이는 기부는 물질적인 측면보다 정신적인 측면이 강하다. 서로 위로하고 서로 위로받고 있다는 느낌이 확산되는 것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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