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기자의 공감공간> 심학산 난촌

겹도라지·솜다리… 철따라 피어나는 야생화
천연기념물 제주 한란 600분도 재배
들꽃과 수석으로 심학산 미니어처 조성 중

솜다리(에델바이스)

[고양신문] 난초와 야생화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다. 심학산 아래쪽 넓은 밭 사이에 있는 ‘심학산 난촌(촌장 권오섭)’이다. 난을 사랑하는 사람들끼리 친밀한 관계를 맺자는 의미로 난촌이라 이름 지었다. 전체 규모는 1100평이며 각각 200평 크기의 난실, 야생화 생태관과 전시관, 그리고 휴게실을 갖췄다. 야생화를 키운 지 15년 됐다는 권오섭 촌장은 ‘파주시 야생화 연구회’ 회장을 맡고 있다.

야생화 생태관에는 400여 종의 토종 야생화가 있다. 꽃은 사계절에 걸쳐 피고 지기 때문에 한꺼번에 다 볼 수는 없지만, 이곳에서는 늘 10여 종 이상의 꽃을 만날 수 있다. 얼마 전까지는 봄꽃들이 만발하였다가 지금은 동자꽃, 타래난초, 삼백초 등이 피어 있다.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한 각도로 피어난 흰색 겹도라지꽃이 특히 아름답다. 주로 한라산에서 자라는 솜다리(에델바이스)도 인상적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생태원 안에는 나비와 잠자리도 날아다니고 있었다.

돌에 식물을 기르는 석부작

생태관 안쪽의 새롭게 조성 중인 공간에는 심학산 미니어처를 만드는 중이다. 야생화로 만든 생태지도이다. 그 사이 사이에 수석을 배치해 독특한 느낌이 난다. 수석은 겨울에는 추위를 막고 여름에는 더위를 식혀준다고 한다.

그 옆에는 난실이 있다. 난을 중심으로 한마을의 이웃처럼 지내는 동호인들이 각자의 독립된 공간에서 난을 재배하는 장소이다. 권 촌장은 이곳에서 제주 한란 600분을 키우고 있다.

제주 한란 (사진=권오섭)

“난은 충청 이남에서만 자라는 식물이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 춘란, 즉 봄을 알리는 보춘화(報春化)를 이곳에서도 키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고 꽃을 피우고 씨방까지 맺었죠. 2주 전에는 난 전시도 했어요.”

권 촌장은 제주 한란을 천연기념물 191호로 지정해 놓고 제주도에서만 독점할 것이 아니라 대중화시켜야 한다고 말한다. 난을 특별한 사람들의 전유물이 아니라, 누구나 저렴한 가격으로 만날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한란을 한라산에서만 볼 것이 아니라 통일이 되면 백두산에서도 볼 수 있도록 이곳에 전초기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언젠가는 꿈이 꼭 이루어지리라 믿습니다.”

전시관에서는 얼마 전 한지공예전과 참살이 생활 그림 전시회를 열었다. 이곳에는 그동안 수집한 풍금, 타자기, 다듬이 등 해방 전후의 생활 도구와 농경 기구, 고가구도 상시 전시되어 있다. 권 촌장은 앞으로도 소규모 전시는 언제든 가능하다며 누구든 필요하면 대관을 해주겠다고 한다.

난촌에서 자라고 있는 한국 춘란, 보춘화(주금화) (사진=권오섭)

그는 모교인 심학초등학교에서 야생화, 생태, 환경에 대해 교육하고 있다. 아이들이 ‘야생화 할아버지’라며 반가워할 때 보람을 느낀다고 한다. 작년에는 난촌에서 성인들 대상으로 다육식물 재배관리법과 한국 춘란 재배관리법 교육도 했다. 수년 동안 매일 아침 ‘파주시 야생화 연구회’라는 밴드에 우리 꽃 사진과 설명을 올리고 있다. 회원은 670여 명으로 야생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 인기가 높다.

“꽃에게 곱다고 얘기해 주면 꽃은 피톤치드보다 더 좋은 향기를 그 사람에게 선물해 준다고 합니다. 이곳에 와서 우리 야생화에게 말을 걸어주시기 바랍니다.”

 

주소 : 파주시 동패동 1502
문의 : 010-5323-5189

정확한 각도로 피어난 흰색 겹도라지꽃
전시관에 상시 진열중인 해방 전후의 농기구와 생활도구 등

 

야생화에 대해 설명 중인 '심학산 난촌'의 권오섭 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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