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신문] 규제지역 확대, 주택거래 신고제 강화, 갭투자 차단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부동산 안정화 대책이 6월 17일 발표됐다. 부동산 대책이 나올 때마다 반발은 비슷하다. 첫째는 사유재산에 대한 과도한 침해라는 입장, 둘째는 규제와 세금으로는 시장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이번 6ㆍ17 대책에는 전세대출을 이용한 갭투자 억제 조치가 새롭게 눈에 띄는데, 이 역시 무주택자의 방 구하기를 어렵게 할 뿐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필자는 다음과 같이 반박하고 싶다. 첫째, 투기 억제는 재산 형성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다. 주택은 한국 경제에 점점 더 많은 해악을 끼치고 있다. 주택 수요가 증가하면 건설 투자가 증가하는데 이는 경제성장에 긍정적인 요인이다. 하지만, 경제가 성숙할수록 건설 투자의 성장 기여도는 점점 줄어든다. 반면, 집값 상승이 계속되면 사회에 새로 유입되는 젊은이들에게는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생계비 부담이 커지는 부작용이 생긴다. 이는 소비 감소와 출산율 하락 등을 통해 경제성장과 재산형성을 억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 때문이라고? 국내 주택보급률(주택수/가구수)은 전국 104%, 수도권 99%, 서울 96%다. 전체 가구 중 주택구입 능력이 의심되거나 필요성이 낮은 1인 가구의 비중은 29%이고, 2인 이상 빈곤층 가구의 비중은 약 15%로서 둘을 합치면 44%다. 전체 가구 중 주택 보유자는 61%다. 집값 상승은 공급 부족이 아니라 1가구 1주택 장기거주 원칙이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생기지 않은 탓이라고 봐야 한다.

둘째, 부동산 시장에는 시장원리가 잘 작동하지 않는다. 수요가 증가하고 가격이 상승하면 공급도 늘어나는 게 시장원리다. 하지만 주택의 일부인 땅은 가격이 아무리 올라도 공급을 늘릴 수 없다. 더욱이 우리나라는 교육 문제 등으로 강남 선호가 심하다. 초고층 아파트를 지을 수 없는 공급 규제도 존재한다. 수요 규제나 과세가 없으면 한정된 파이를 차지하려는 쟁탈전이 벌어질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제와 과세가 없는 주택공급 확대는 아주 위험한 정책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2019년 국내 주택의 자가점유율은 58%이지만 서울은 43%다. 서울에는 실거주자 아닌 사람이 갭투자 등을 활용해 한정된 공간(땅)을 미리 선점하는 비율이 전국 평균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다. 세금 부과 등의 수요 억제책 아니면 이런 행동을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마지막으로, 전세대출은 거시 경제적으로 볼 때 위험한 제도다. 그 동안 투기지역으로 지정된 곳에서의 집값은 경제성장이나 가계소득보다 훨씬 더 빠른 속도로 올랐다. 이것은 주택담보대출에 의한 금융의 힘, 그리고 전세제도에 기인한 갭투자의 힘 때문이다. 이미 주택이 있는 사람까지 전세대출을 활용한다면 집값과 전세값의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전세대출로 인한 집값과 전세값의 상승 압력은 다시 전세대출 규모를 키움으로써 무주택자의 금융 의존도뿐 아니라 신용 버블을 키우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이런 폭탄 돌리기는 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시기에는 특히 위험하다. 갭투자를 부풀리는 전세대출 제도는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본래 재산(property)과 자산(asset)은 다른 개념이다. 재산이 금전적 가치가 있는 개인의 소유물이라면, 자산은 경제적 이익을 창출하는 도구를 의미한다. 구태여 구분하자면 주택, 신용, 기술, 인맥 등은 재산에 가깝고 주식, 채권, 공장 설비 등은 자산이라 할 수 있다. 오늘날 양자의 구분은 점점 모호해지고 있다. 재산권이 재산의 취득, 활용, 처분 행위를 보호하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권리긴 하지만, 공간 선점과 가격 떠넘기기 같은 무리한 이윤창출까지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재산이 공동체의 이익과 존립을 훼손시키는 이기적인 자산으로 변질되는 것은 막아야 하지 않을까. 계층이동의 사다리에 매달리기 위해 무리하게 빚을 내서라도 요지(要地)의 집을 확보해야만 하는 사회, 과연 정상인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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