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정우 선생 별세, 북한산으로 영원히 

백운대 4700회, 87세까지 등정 
지난해 펴낸 책이 ‘유언으로’ 

하정우 선생님이 88년의 삶을 마치고, 북한산의 품에 영원히 안기셨습니다. 지난 연말 북한산 백운대 등정 4700회를 넘긴 후 5개월 정도 지병을 앓으셨던 고인은 지난 5월 21일 가족 외에 아무에게도 알리지 않고, 홀연히 떠나셨습니다. 지난해 2월 백운대 4680회 등정 후 고인이 펴낸 책에는 유언처럼 남긴 시와 묘비 내용까지 담겨있으니, 마지막 전하고 싶은 마음은 미리 전한 셈입니다. (고양신문 2019년 8월 23일 보도)

북한산 백운대 등정 4700회를 넘긴 하정우 어르신의 살아생전 모습. 88년의 삶을 마치고, 북한산의 품에 영원히 안기셨다.

산을 향한 사랑과 사색이 가득한 고인의 책 ‘50년 산길의 편안한 행복’은 “도대체 삶이란 무엇이고, 어떻게 살 것인가”하는 서문으로 시작해 유언처럼 쓴 시 ‘내가 죽을 때는’, 그리고 고인의 묘비 ‘영혼의 산 비석’으로 마무리됩니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산에 오르며 삶에 대한 깊은 사색을 누렸던 고인의 삶은 참으로 겸허하고 고왔습니다. 

1971년 39세 때 북한산 봄나들이를 갔다가 마주한 백운대와 인수봉의 푸근하고도 당당한 위용에 매료돼 평생 오르게 됐다는 고인은 수많은 산을 다녀보았지만, 북한산만 한 산은 없더라고 늘 말씀하셨습니다. 고인에게 북한산은 87세까지 산을 오를 수 있게 해준 의사였고, 평생 마음을 나누는 친구였고, 새로운 삶의 길을 열어준 스승이었다고 했습니다. 나이 들어서는 단조로운 일상이 주는 무료함과 권태에서 벗어나 산이 주는 안식의 즐거움과 생기, 충만한 행복감에 묻혀 살았노라고 맑게 웃으셨습니다. 

고인은 ‘내가 죽을 때는’ 시를 통해 사랑하는 산들에게도 말을 전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나는 산이 있어 누구보다 행복했노라, 죽는 순간까지도 내 몸같이 아끼고 차마 잊지 못했노라, 산길을 타듯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가노라”라고. 

고양을 병풍처럼 두르고 선 북한산의 품을 고인처럼 마음껏 느끼고 산 사람도 참 드물 것입니다. 끝으로, 몹시 지치거나 실의에 빠져 심란할 때는 꼭 산에서 생기를 찾으라는 고인의 말씀을 전합니다.   


하정우 선생 추모산행 
고양의 북한산을 누구보다 사랑했던 하정우 선생을 기억하고 기리기 위한 추모산행을 준비합니다. 선생이 자주 다니셨던 산길을 오르며 선생의 마음이 담긴 마지막 시도 낭송해봅니다. 시간이 괜찮으시다면 함께 해주세요.  

코스 : 북한산성 매표소 – 대서문 – 하정우 나무 – 백운대 – 밤골
시간 : 7월 11일 9시(북한산성 매표소 앞) 
주최 : 고양신문 독자산악회 
신청 : 임철호 대장 010-7331-45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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