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관 시인

전영관 시인, 뇌졸중 병상체험
‘슬픔도 태도가 된다’ 시집 펴내    
일상의 숭고함·자기격려의 시어 

충남 청양 출신으로 1985년부터 고양에서 살아온 전영관 시인이 시집 『슬픔도 태도가 된다』를 펴냈다. 『바람의 전입신고』,  『부르면 제일 먼저 돌아보는』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다.  

‘회진’ ‘처방전’ ‘후유증’ ‘섬망’ ‘요양’ ‘수면 유도제’라는 시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시집 속에는 시인이 2015년경 겪었던 뇌졸중 체험이 담겨있다.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시인은 질병이라는 재난을 겪지 않았다면 몰랐을 일상의 숭고함에 대한 성찰과 자기 격려의 언어를 품었다. 그리고 ‘차가움과 뜨거움을 통증으로 착각하는 왼손’을 주무르며 한 손으로 타각타각 시를 써내려갔다. 

서시로 자리잡은 시 ‘회진’에서 시인은 세탁물을 들고 동네를 도는 이를 보며 병실에서 마주한 회진 시간을 떠올린다. 그는 일상의 숱한 냄새를 지우는 벤젠을 ‘항생제’로 대입해보는 사람, 환절기가 오면 감기 환자로 북적이던 병원 풍경을 떠올리는 사람이 됐다. 

전영관 시인은 이번 시집에 대해 “입원 기간 동안의 일들과 그 이후의 애환이 들어있습니다.  ᆞ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태를 아쉬워하고 상심하는 시편들이겠고요”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기불행을 팔아서 시를 쓰는 일은 피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어쩌면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상태라니! 전 시인의 건강상태를 물으니 “왼쪽 편측마비 증상이 아직 남아 있습니다. 체력은 그전만 못하죠. 그나마 운동하며 건강관리합니다”라고 말했다.

인간이 얼마나 휘청이기 쉬운 존재인지 질병만큼 또렷이 보여주는 것이 없다. 시인은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시련, 철저하고 완벽하게 자기만의 것인 고통을 겪었다. 그와 동시에 질병으로 비틀리고 훼손되고서야 진정한 나 자신의 존재성과 내 삶을 이루던 구체성을 보기 시작했다. 시인의 이러한 깨달음은 “내 안의 꽃이 다 지고 난 후에야 비로소 꽃이 보인다”라는 말에 응축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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