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욱의 시민생태이야기 에코톡

말똥게 특유의 냄새, 잡식성에서 기인
선버들과 공생 비밀, 먹이사슬로 증명
관계 모니터링 통해 습지관리 지혜 얻어야

갯골로 든 밀물에 몸을 적시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갯골로 든 밀물에 몸을 적시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생태학적 연관성의 백미는 먹이사슬

세상 만물 서로 연관되어 있지 않은 것이 있겠는가. 불가의 연기론처럼 들리지만 실은 생태학의 본질을 말하는 것이다. 생태학은 개체이상을 다루는 이른바 거시생물학이다. 모든 생물개체들은 다른 생물과 주변 환경에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때론 경쟁하고 때론 공생하면서 살아간다. 때론 기생관계나 먹고 먹히는 관계처럼 심각한 관계맺음도 있지만 때론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 중립 관계도 있다. 어떤 관계맺음이든 살아있는 생명체라면 고립무원 상태로 살 수 없으니 네가 있음에 내가 있다는 상호작용을 철칙으로 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생태학자들은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는 원리를 바탕으로 먹이관계를 밝히는데 매진하고 있다. 생태계 생태학이라고 하는 분야이다. 이러한 생태학적 원리는 때론 철학적 사유와 합쳐져 사회현상을 설명하기도 한다. 진화론의 대가들인 다윈과 헉슬리가 노처녀가 많아지면 영국해군이 강성해 진다고 한 것이 그 예이다.

노처녀가 많아지면 고양이가 늘어난다. 노처녀들이 고양이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늘어나면 들쥐가 줄어든다. 들쥐가 줄어들면 뒤영벌이 늘어난다. 뒤영벌이 땅속 들쥐 구멍을 이용하여 벌집을 만들고 꿀을 모아 애벌레를 키우는데 들쥐가 뒤영벌 집을 습격하여 꿀과 애벌레를 약탈하기 때문이다. 고양이가 늘어나니 들쥐가 줄어들고 여왕 뒤영벌은 더 많은 벌을 기를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뒤영벌이 좋아하는 붉은토끼풀이 씨를 많이 맺고 목초지는 풍성해진다. 좋은 사료를 먹은 소와 양들은 많은 고기와 우유를 생산한다. 따라서 병사들은 좋은 음식을 공급받아 체력이 강해지고 영국해군은 더욱 강성해 진다.”

갯골 은신처에서 짝을 기다리는 말똥게 수컷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갯골 은신처에서 짝을 기다리는 말똥게 수컷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생태적 관계맺음은 먹이사슬로 표현된다

위의 우화처럼 생태계는 먹이관계로 연결되어 있다. 간단한 먹이사슬 여러 개가 모이면 복잡한 먹이그물이 되고 그 속에 영양물질은 사슬을 타고 흘러간다. 이런 먹이연결성을 이해하는 것은 한 생태계를 이해하고 관리하는데 매우 유용한 도구이다. 종종 개발에 따라 종을 새로운 서식지로 이전할 때 생태학자들이 신중론을 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종을 옮길 수는 있어도 먹이관계를 옮길 수는 없기 때문이다. 모양이 아니라 기능이 복원되었느냐가 중요한데 이때 가장 핵심이 먹이사슬인 것이다. 이런 연유로 장항습지의 말똥게 먹이사슬 연구가 시작되었고 그 베일이 벗겨진 것이 불과 10여 년 전이다. 당시에 말똥게가 말똥주변에서 살고 말똥냄새가 난다고 해서 말똥게라 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왔었다. 그런데 소나 말도 키우지 않는 요즘도 말똥게에게서 냄새가 난다면 먹이를 의심해야 했다. 주변의 토박이들은 풀을 먹는 게라서 풀게라고 했고 갈대를 먹으니 갈게라고도 했다한다. 또 겨울잠을 자는 겨울철에 게구멍을 파서 잡은 말똥게는 냄새가 나지 않는다고도 했다.

말똥게가 무엇을 먹는지 확인하기 위해 탄소와 질소 안정동위원소를 분석했다. 만약 식물을 먹었다면 말똥게 몸 안에 식물에서 받은 이들 원소들의 흔적이 남아 있게 된다. 우선 말똥게를 중심에 놓고 먹는 것과 먹히는 것을 연결해 보았다. 중요 종을 먹이사슬 골격에 두고 늘어세우는 골격(skeleton) 먹이사슬로 토양유기물-선버들-어린 말똥게-어른 말똥게-너구리·왜가리가 세워졌다. 이 골격은 죽은 먹이를 먹는 부식먹이사슬과 살아있는 먹이를 먹는 생식먹이사슬이 공존했다. 버드나무 낙엽들이 흙속에 쌓이면 어린 말똥게들이 숲속의 지렁이들같이 낙엽을 먹고 분해해주었다. 이를 부식먹이사슬이라고 한다. 어린 말똥게들이 없다면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어마어마한 생산된 버들잎이 분해되지 않고 노폐물로 쌓여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어른 말똥게들은 보다 복잡한 먹이사슬을 가지고 있었다. 선버들의 신선한 잎과 갈대 순, 잠자리같은 곤충과 애벌레, 토양소동물, 갯지렁이 등을 잡아먹고 너구리나 왜가리에게 먹혔다. 생식먹이사슬이다. 또한 어른 말똥게가 어린 말똥게를 포식하는 종내포식먹이사슬도 나타났다. 장항습지의 말똥게 먹이사슬은 살아있는 생태학교과서였다. 말똥게의 몸속에 나는 냄새도 바로 이런 잡식성 먹이에 기인하는 것이었다.

동족포식중인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동족포식중인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말똥게와 선버들의 영양적 상리공생

장항습지 먹이사슬 특징 중에 핵심은 말똥게와 선버들의 호혜적 관계다. 영양적으로 돕고 사는 진정한 상리공생(symbiotic commensalism)이다. 선버들은 잎을 말똥게에게 내어 주고, 말똥게는 비료와 공기로 값을 치룬다. 말똥게가 장항습지 갯물숲을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일등공신이었던 것이다. 이렇게 한 생태계를 유지하는데 중요한 종을 핵심종(keystone species)이라 한다. 게가 핵심종으로 나무와 공생하는 생태계는 열대 바닷가 맹그로브숲에서는 흔히 볼 수 있지만 온대 몬순지역에서는 처음 보고된 것이다. 이렇게 희귀한 생태계가 고양 강변 버드나무숲에서 나왔으니 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가.

뿐만 아니라 계속해서 시민모니터링을 통해 새로운 먹이관계들이 밝혀지고 있다. 말똥게가 흰불나방이나 매미나방 애벌레의 천적관계라는 것, 뱀장어가 밀새우나 어린 게들, 어린 물고기들은 물론이고 왕귀뚜라미나 땅강아지도 먹는다는 사실도 확인되었다. 또한 고라니는 선버들 잎을 먹고 죽은 고라니를 말똥게가 먹는다는 것도 확인되었다. 이러한 생태적 관계맺음이 연결되면 한 생태계의 생명그물이 완성된다. 시민생태과학으로 이루어진 그 결과물들이 이미 습지관리에 활용되고 있으며 이는 장항습지가 람사르습지로 지정되는데 기여할 것임을 확신한다.

짝짓기를 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짝짓기를 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짝짓기 후 알을 포란하고 있는 말똥게 암컷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짝짓기 후 알을 포란하고 있는 말똥게 암컷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갯골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말똥게 무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갯골을 가득 채우고 있는 말똥게 무리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갈대잎을 뜯어먹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갈대잎을 뜯어먹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밀잠자리를 사냥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밀잠자리를 사냥하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풀을 뜯어먹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풀을 뜯어먹는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