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쓰레기 더미에서 M14 대인지뢰 나와

7월 폭발사고 이어 벌써 두 번째 
민간인 전문가 탐지작업 중 발견

지정된 산책로 외 전면 통행제한
“장기적 안전관리계획 수립할 것”

대덕생태공원 한강수변에서 지뢰를 발견한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지뢰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대덕생태공원 한강수변에서 지뢰를 발견한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지뢰가 있던 자리를 가리키고 있다.

[고양신문] 고양시 대덕생태공원에서 또다시 지뢰가 발견됐다. 대덕생태공원 수변부를 따라 지뢰수색작업을 벌이던 한국지뢰제거연구소 김기호 소장이 8월 홍수에 떠밀려온 부유쓰레기더미를 뒤지다 M14대인지뢰 1발을 발견했다.
발견된 지뢰는 군 폭발물처리반이 수거해 유입 경위를 조사중이다. 지뢰가 발견된 위치는 대덕생태공원 요트장 인근으로, 버드나무와 갈대가 숲을 이루고 있고 많은 양의 부유쓰레기가 내걸린 곳이다. 발견된 지뢰는 폭약장치가 살아있는 활성지뢰로, 만약 방문객이 지뢰를 밟았다면 또한번 아찔한 사고가 일어날 뻔 했다. 
고양시 한강변에서 지뢰가 등장한 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라 시민들의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7월에는 낚시 자리를 찾기 위해 김포대교 하단 수변부를 찾았던 70대 남성이 지뢰 폭발로 큰 부상을 입는 사고를 당했었다.

대덕생태공원 갈대숲 부유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M14 대인지뢰. 작은 참치캔 크기로, 물에 뜨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홍수시 유실 위험이 큰 지뢰다.
대덕생태공원 갈대숲 부유쓰레기 더미에서 발견된 M14 대인지뢰. 작은 참치캔 크기로, 물에 뜨는 플라스틱 재질로 만들어져 홍수시 유실 위험이 큰 지뢰다.

M14, 유실 우려 가장 큰 지뢰
M14대인지뢰는 참치캔 크기의 소형 지뢰로, 일반적으로 ‘발목지뢰’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이 밟으면 폭발해 발목에 치명상을 입히는 지뢰로, 1950년대 미군이 개발해 우리나라 군사분계선을 따라 집중적으로 매설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워낙 매장량이 많고 크기가 작아 어디에 몇 발이 묻혀있는지는 군 당국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표면이 물에 뜨는 플라스틱 재질이라 큰 비가 올 때마다 유실 우려가 제기되는 주범이기도 하다. 지뢰제거작업 전문가인 김기호 소장은 “대덕생태공원에서 발견된 지뢰도 역대급 집중호우가 내렸던 8월 홍수 때 전방지역에서 유실된 지뢰일 것”이라고 추정했다.

특수제작 지뢰제거장비 동원
이번 발견은 고양시가 진행하고 있는 한강변 지뢰탐지작업 과정에서 얻은 성과다. 시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시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국내 최고의 지뢰제거 전문 민간단체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에 의뢰를 해 14일부터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기호 소장은 “군에서 지뢰제거 경험을 갖춘 베테랑 작업인력들이 투입돼 수변을 꼼꼼하게 훑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수변지역이 워낙 넓고, 자연 환경이 변화무쌍해 정밀 조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수변부를 따라 버드나무와 갈대들이 숲을 이루고 있고, 바닥은 물이 들었다가 빠지는 갯벌흙인데다 깡통 등 금속쓰레기들도 널려 있어서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금속탐지기 중심의 지뢰탐지 방식이 무용지물일 때가 많다는 게 김 소장의 설명이다.
이에 따라 작업자들은 김 소장이 직접 개발한 도브(Dove)라는 이름의 한국형 지뢰제거장비(MCV, mine clearing vehicle)로 1차 지표 정리작업을 한 후 일일이 수작업으로 잔해더미를 뒤지는 방식으로 지뢰를 찾고 있다. 김 소장은 “우리가 하는 작업이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하면서도 효율적으로 지뢰를 찾아내는 최선의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한기호 소장이 직접 개발한 한국형 지뢰제거장비 '도브'.
한기호 소장이 직접 개발한 한국형 지뢰제거장비 '도브'.

부분적 탐지작업, 안심하긴 일러
그러나 시가 발주한 작업 범위가 부분적이라 우려를 떨쳐내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로 다음달 초까지로 예정된 조사 범위가 마곡철교 하단 대덕생태공원부터 고양시정연수원 앞 행주산성역사공원으로 제한돼 있다. 한강고양구간 정비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행주대교와 김포대교 사이 구간, 그리고 김포대교 하단부터 시작되는 장항습지 구간은 아예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장항습지 등에서 생태모니터링, 또는 환경정비작업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환경단체 회원들도 최근에는 안전이 확보된 생태탐방로 외에는 출입을 못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에서는 “한강정비사업 구간은 현재 민간인이 들어가지 못하는 구역이고, 장항습지는 환경부가 지정한 생태보전지역이라 한강유역환경청과의 별도 협의를 통해 안전대책을 세워야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대덕생태공원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 외 수변이나 수풀지대 진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대덕생태공원에는 산책로와 자전거길 외 수변이나 수풀지대 진입을 금지한다는 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산책로와 자전거길만 이용해달라"
탐지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 역시 안심하긴 이르다. 지뢰탐지작업이 수변부 중심으로만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8월 홍수 때 강둑 중턱까지 물이 차올라 공원 전 구간에 진흙과 쓰레기가 걸렸던 것을 고려하면, 수변부 안쪽 구간에 유실지뢰가 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까닭에 현재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에는 수변부와 인접 생태탐방로 등에 출입통제선과 통행제한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생태하천과 관계자는 “대덕생태공원과 행주산성역사공원을 방문하실 때 당분간은 지정된 산책로와 자전거길만을 이용해주시고, 출입이 통제된 수풀 속에 들어가지 말아주시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이번 1차 지뢰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남아있는 위험 가능성을 분석해 추가적인 탐지작업을 진행하고, 종합적인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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