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2O택시앱 서비스 관련 석사논문 쓴 이용태씨

 

고관절 다치며 택시 일 시작
평생교육원에서 만학 꿈 키워
장애인, 한부모가정 여건 딛고
현장 반영한 정책연구 하고파 

[고양신문] 택시기사 이용태(52세, 덕양구 서정마을)씨는 50세 늦깎이 대학원생이기도 하다. 얼마 전 그는 택시업계 종사자로서의 경험을 살려 ‘O2O 택시앱 서비스 품질, 고객만족도가 재사용 의도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의 논문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스스로를 장애인이자 한부모 가정의 가장으로 소개하는 이용태씨. 그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논문을 쓰기까지 어떤 노력들이 있었을까. 20일 본지 사무실에서 이씨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용태씨가 늦은 나이에 학문의 길에 뛰어든 것은 2016년이다. 본래 배달업에 종사했던 그는 2015년 고관절을 다치면서 더는 몸 쓰는 일을 하기 힘들었다고 한다. 마침 주변의 소개로 법인택시기사를 시작한 이씨는 이때부터 평소 꿈꿔오던 대학생활을 결심하게 됐다. 

“예전부터 학교를 다시 다니고 싶다는 생각은 많았는데 택시 일을 하다보니 어느 정도 병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회사에 허락을 받고 경기대 평생교육원 경영학 전공으로 공부를 시작하게 됐죠.”

격일제 업무로 상대적으로 수월한 조건이었다고 하지만 일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평일 근무 외 시간마다 짬짬이 수업을 들었으며 토요일에는 아침 8시부터 저녁 8시까지 온종일 학교에 가야 했다. 어떤 날은 영업용 택시를 끌고 가서 수업을 들을 정도로 고된 일상이었지만 다시 공부할 수 있다는 게 마냥 행복했다고 한다. 이씨는 “오히려 공부를 하다 보니 택시 일에도 재미가 붙었다”고 이야기했다. 

이씨의 학업에 큰 용기를 불어넣어준 이들도 있었다. 당시 수업에서 만난 김수진 교수와 故 강영구 교수는 이씨의 학업 열의를 지켜보며 대학원 진학을 추천했다. 특히 강 교수의 조언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대학원 진학을 추천할 때마다 택시일도 바쁘고 장애인이라 몸이 불편하니 어렵다고 했어요. 그런데 교수님은 택시기사 경험이나 장애인으로서 갖는 감수성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고 했어요. 안 된다고 생각하지 말고 될 수 있는 쪽으로 생각을 전환하라는 조언이었죠. 그때 인생에 큰 전환점을 맞이했던 것 같아요.”

경기대학교 서비스경영전문대학원에 입학한 이씨는 택시 앱과 관련된 내용을 학위논문 주제에 담기로 결정했다. 처음에는 택시노동자 입장에서 택시업계 노동환경과 복지 분야를 다루고자 했지만 지도교수와 상의 끝에 변경했다. 특히 작년 택시노동자 분신사태까지 가져왔던 ‘타다’논란을 지켜보며 관련 분야에 대해 연구하기로 결심했다.

“O2O택시플랫폼은 앞으로 택시업계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봐요. 살아남기 위해서는 먼저 공부하고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겠다고 생각했죠. 마침 택시 앱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었던 것도 이 주제를 선택했던 배경이기도 해요.”

석사논문이 나온 뒤 택시기사 동료들부터 지인들까지 반응은 뜨거웠다. 이씨는 “다들 장애가 있는 택시기사 만학도가 논문까지 썼다는 사실에 놀라고 축하도 많이 해줬다”며 “특히 학교를 다니는 동안 업무일정도 조정하는 등 많은 배려를 해준 세기상운 박남주 상무님과 지도교수인 오연석 교수님께도 꼭 감사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앞으로 택시노동자 당사자이자 전문가로서 관련 정책에 목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도 밝혔다. 석사논문을 계기로 택시업계에 당면과제인 택시 전액관리제 문제나 택시 플랫폼 기업 대응방안 등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그는 “택시 일이 인생을 재기하는 분들이나 재취업 수단으로 좋다고 생각한다”며 “코로나로 힘든 분들에게 택시가 인생의 플랫폼이 되길 바란다”는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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