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인물 – 이정훈 고양시검도회장

검도로 두려움 극복 용기 가져 
두 번 사업 실패 후 재기 성공  
의류사업 30년 외길 걸어오며
늘 후회 없는 삶 살고자 다짐
“검도인 간 교류·소통 늘릴 것” 

올해부터 고양시검도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 회장은
올해부터 고양시검도회장을 맡고 있는 이정훈 회장은 "검도를 하면서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자세와 어떠한 상황에서도 당당하고 담대한 용기를 갖출 수 있는 삶의 힘을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 이정훈 회장]

[고양신문] “제 나이 19살이던 때였습니다. 친구와 함께 서대문 근처를 지나다가 ‘딱딱’ 죽도가 부딪히는 소리에 무의식적으로 이끌려 검도장으로 들어갔어요. 한참동안 서서 구경했죠. 대련이 끝난 후 호구를 벗은 백발의 노신사가 저희에게 저벅저벅 다가와서는 ‘학생 이 운동 꼭 해보게나. 평생 동안 할 수 있는 운동일세’라고 말씀하시던 모습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검도하며 사업재기에 성공 
이정훈 고양시검도회장이 본격적으로 검도의 세계에 입문하게 된 것은 그로부터 20년이 지난 후였다. 한창 젊은 20~30대에 두 번이나 사업실패라는 쓰라림을 맛봤다. 그 실패를 딛고 다시 일어선 곳도, 20년 만에 검도의 매력에 제대로 빠져들게 된 곳도 고양시였다.  

“2005년 일산에 매장을 내면서 재기의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신용학 사범님의 대화검도관을 찾아가 다시 검도도 시작했죠. 부산에서 일하면서 잠시 죽도를 잡았던 때로부터 10년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검도는 대련을 하면서 물러서거나 겁먹은 눈빛을 약간만 내비쳐도 바로 상대방의 죽도가 날아 들어옵니다. 항상 자신감 있는 눈빛과 용기를 가지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야 하죠. 검도를 하게 되면 설혹 두려움이 생기더라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자세와 어떤 상황에서도 담대한 용기를 갖출 수 있는 삶의 힘이 바로 거기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고양시검도회 최병권 사무국장(사진 가운데)이 운영하는 풍무검도관에서 회원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시험해보는 저녁대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풍무검도관 홈페이지]
고양시검도회 최병권 사무국장(사진 가운데)이 운영하는 풍무검도관에서 회원들이 갈고닦은 실력을 시험해보는 저녁대련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풍무검도관 홈페이지]

이 회장은 22살부터 지금까지 30년 동안 의류사업이라는 외길을 걸어왔다. 많을 때는 하루에 1억원 이상의 매출도 올릴 정도로 잘 나갔다. 하지만 사업이 실패하자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 있느냐’는 등 절친했던 이들마저도 인간적인 매도를 퍼붓곤 했다. 고통이 연속되는 날이었다. 그런 그를 다시 일으켜 세운 것은 선배의 말 한마디였다. 

‘대한민국 최고의 옷쟁이?’
“한창 실의에 빠져있을 때였습니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선배가 순대국밥 한 그릇 먹자며 불러냈어요. 대뜸 욕부터 하더군요. ‘야 XXX야, 옷쟁이가 옷을 만들어야지 지금 뭐하고 있는 거냐. 난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 최고의 옷쟁이는 바로 너, 이정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하는 겁니다. 정신이 번쩍 들었죠. 마음을 다잡고 다시 시작했습니다.”    

이 회장이 경영하는 (주)더주하가 일산에 있을 때 처음 선보인 브랜드 'LOVE N SHOW'는 편안하면서도 세련된 스타일로 합리적 성향의 20대부터 시작해 다양한 연령대의 고객으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캐주얼 브랜드다. 자연스러운 소재와 간결한 디자인으로 서정적인 감성을 선사한다. 신세계·롯데·현대·갤러리아 백화점 등 전국에 45개의 매장이 있고, 매년 230억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하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2019년에 ‘LUV LUV'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했고, 내년엔 'LOVE FOR MAN'이라는 브랜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유명 백화점의 여성 캐쥬얼 매장에 있는 20~30개 브랜드 중 대기업 브랜드가 아닌 개인 회사의 브랜드는 LOVE N SHOW가 유일하다고 이 회장은 귀띔한다. 평생 옷쟁이로 살아왔고 또 살아갈 텐데 나이 먹고 나서 후회할 일 만들지 말고 ‘제대로 한번 해보자’고 직진했던 것이 비결이란다. 음식이 맛있으면 식당 장사가 잘 되듯, 예쁘면서 소비자의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옷이라면 당연히 인정받을 것이라는 그의 지론이 통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검도회 운영 
올해부터 그가 회장을 맡게 된 고양시검도회는 1998년 창립돼 동호인과 엘리트 선수 출신을 아우르며 정신과 신체를 함께 수련하는 검도의 저변을 확대하며 관내·외 대회에서 고양시 검도의 높은 수준과 힘을 알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점도 많다. 

고양시 관내에는 10여개의 검도관이 있는데 각 도장에서 열심히 수련을 하다가 주요 대회에 참가할 때 외에는 서로 교류하는 시간과 기회가 적다는 것이 이 회장의 진단이다. 고양시장배·고양시검도회장배 검도대회 등 수백 명의 고양시 검도인이 참가하는 대회에서 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대회가 끝나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서로 교류를 이어갈 수 있도록 하면 어떨까 하는 구상을 가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코로나19로 인해 힘겹게 검도관을 운영해오고 있는 관장님들의 생활이 안정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려고 한다. 스스로 여유가 있어야 심적으로도 편안하게 지도에 매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성인들 비중이 높은 검도관 회원들을 초중고 학생들로까지 대폭 확대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집행부와 머리를 맞대고 찾아볼 작정이다. 고양시검도회를 투명하고 공개적으로 운영하는 것은 당연히 기본이다.    

풍무검도관의 저녁수련. [사진출처 = 풍무검도관 홈페이지]
풍무검도관의 저녁수련. [사진출처 = 풍무검도관 홈페이지]

이정훈 회장은 요즘이야 일이 많아 가능치 않은 이야기지만, 한창 때는 한 달 중 15일 정도를 바다에 나가살며 루어낚시를 즐기는 낚시광이기도 하다.     

“검도도 그렇지만 낚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검도는 죽도를 들면 오직 나와 상대방만을 생각해야 하고, 낚시도 나와 자연만을 생각하게 되죠. 그러다 보면 잡념을 떨쳐버릴 수 있습니다. 요즘 사람들은 너무나 빨리 변하는 시대를 쫒아가기에 급급하고, 쉽게 번아웃되곤 합니다. 온갖 사물과 세상 속에 널리 펼쳐져 있는 기회를 볼 수 있는 눈도 잃어버렸죠. 반드시 좋은 취미와 운동으로 스스로를 리셋 해주어야 해요. 기회를 보고 잡아낼 수 있는 혜안을 갖게 되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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