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도시재생 4년 무엇이 달라졌나

고양시 첫 도시재생으로 추진된 원당 뉴딜사업이 4년간의 사업기간을 마무리했다. '우리동네 살리기'유형으로 추진된 원당지역은 특히 주민참여가 활발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마을정원인 마루 뜰을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모습(사진제공=원당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고양시 첫 도시재생으로 추진된 원당 뉴딜사업이 4년간의 사업기간을 마무리했다. '우리동네 살리기'유형으로 추진된 원당지역은 특히 주민참여가 활발히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사진은 마을정원인 마루 뜰을 주민들이 함께 가꾸는 모습(사진제공=원당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

거점공간 등 15개 사업 성공적 마무리
주민참여기반 공간개선사업 등 큰 성과
주민 만족도 높이고 동네가치 상승효과
주민협동조합 통해 마을관리 이어갈 것

[고양신문] 고양시 도시재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원당지역 도시재생 뉴딜사업이 오는 13일 ‘배다리 사랑나눔터’ 개관식을 끝으로 마무리된다. 2017년 국토부 도시재생 사업 대상지로 선정된 후 4년 만에 일궈낸 첫 결과물이다. 약 80억원의 예산이 투입된 원당 도시재생사업은 주거안정화, 생활인프라 조성, 거점공간 마련, 주민역량 강화라는 4가지 목표를 가지고 15개 세부사업이 추진됐으며 행정과 주민, 활동가들이 힘을 모은 결과 대부분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무엇보다 도시재생의 핵심기반인 주민참여가 활발히 이뤄진 우수사례라는 점에서 전국적으로 주목받는 곳이기도 하다. 

도시재생사업은 낙후된 주교동 일대를 어떻게 바꿨을까. 지난 6일 방문한 원당도시재생지역은 비록 재개발·재건축 같은 천지개벽 수준의 변화는 아니었지만 분명 과거에 비해 달라진 모습이었다. 동네빌라들의 낡은 담장이 허물어진 자리에는 거주민들을 위한 주차공간과 주민쉼터가 새롭게 마련됐으며 불법주차가 난무했던 마을안길은 새단장을 통해 걷기 좋은 쾌적한 골목길로 탈바꿈했다. 새롭게 조성된 마을숲길과 마을정원의 풍경도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당지역 거점시설 역할을 담당하게 될 '배다리 사랑나눔터'
원당지역 거점시설 역할을 담당하게 될 '배다리 사랑나눔터'

 

원당지역 거점공간 ‘배다리 사랑나눔터’
고양시청에서 출발해 마을안길을 따라 사업구역을 쭉 걸어가다 보니 길 양쪽으로 큰 건물이 보인다. 왼편은 마을커뮤니티 공간인 ‘배다리 행복나눔터’, 오른편은 앞으로 이 지역의 핵심거점시설이 될 ‘배다리 사랑나눔터’다. 특히 최근 준공을 마친 ‘배다리 사랑나눔터’는 앞으로 복지사각지대인 주교동 일대 주민들을 위해 다양한 공공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2층에 들어설 ‘방과후 돌봄교실’에선 원당초등학교 학생과 지역주민의 어린 자녀를 돌봐준다. 3층에는 고양실버인력뱅크가 입주해 어르신 사회참여 프로그램, 취약계층 서비스 지원, 어르신 봉사단 운영, 노인일자리 사업 등의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4층에는 지자체 중 최초로 주거복지센터가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주거급여·저소득층 주거환경개선사업·사회주택·공공임대주택 등 주거복지에 관련된 사업을 안내하는 한편 찾아가는 상담소도 운영할 예정이다. 5층은 공유주방과 카페가 마련되며 이곳에서는 주민들을 위한 바리스타 양성·반찬나눔·쿠킹클래스·공동체모임 등이 진행된다.

1층은 지역주민 주도로 설립된 ‘배다리마을관리사회적협동조합’이 운영을 담당한다. 이곳에서는 고양고양이 캐릭터를 활용한 빵과 지역상가와 기술제휴를 통한 팥빙수 등이 판매되며 수익금 일부는 지역 환원 사업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곳 거점시설은 원당도시재생의 핵심사업 중 하나였다. 그만큼 공간조성을 위한 의사결정과정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박재영 원당도시재생 현장지원센터장은 “건축 과정부터 공간 활용 방안까지 철저하게 주민의견수렴과정을 거쳐 추진해왔다”며 “당초 리모델링 공사로 예정됐지만 기존 건물의 안전등급이 D등급으로 나온 탓에 500세대 설문조사를 거쳐 신축을 결정하는 과정도 있었다”고 전했다. 
 

주민참여 통해 만족도 높인 ‘담장 허물기’
이처럼 원당도시재생사업은 하나부터 열까지 주민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 추진되어 왔다. 주민공모사업으로 추진된 ‘뚜벅이 마을닥터’사업, 마을버스 정류장 설치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무엇보다 이 지역 오래된 빌라들을 대상으로 한 담장 허물기 및 경관개선사업은 주민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실제로 소규모 골목재생사업이 진행된 원당미성다세대 주택 주민들을 대상으로 만족도 조사를 진행한 결과 97.9%가 ‘만족한다’고 답했으며 93.6%가 ‘(주택의)가치가 높아졌다’고 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시재생사업 진행 전 후 진행된 거주민 만족도 조사.
도시재생사업 진행 전 후 진행된 거주민 만족도 조사.


이에 대해 정광섭 고양도시재생센터장은 “예산이 얼마 투입되지 않은 소규모 사업임에도 이렇게 높은 만족도가 나타난 것은 사업과정에서 거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하고 동의를 이끌어낸 결과”라고 이야기했다. 정 센터장의 설명처럼 이곳에는 ‘노후담장 허물기 사업’과 동시에 주차장+쓰레기 분리수거함+아트월 설치 사업이 동시에 진행됐다. 비록 예산규모는 작았지만 주민들의 욕구를 반영한 소규모 사업들을 동시에 추진하다 보니 주민들이 느끼는 효용감은 매우 컸다. 실제로 사업이 끝난 뒤 이곳 빌라에 살던 주민들이 내놨던 부동산 매물을 다시 다 거둬들였을 정도로 만족도가 높았다는 후문이다.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과 분리수거함, 월아트 설치사업을 진행한 미성다세대.
담장을 허물고 주차장과 분리수거함, 월아트 설치사업을 진행한 미성다세대.
마을안길 개선사업
마을안길 개선사업

하지만 추진과정이 마냥 순탄한 것은 아니었다. 인근 크로바 맨션의 경우 담장철거사업을 위한 주민동의를 이끌어 내는 데 무려 1년6개월의 시간이 걸렸다. 거주민 중 한 명이라도 반대할 경우 사업을 추진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만큼 오랜 시간이 걸렸던 것. 반면 인근 세미나 맨션의 경우 사업결과물을 본 뒤 주민 스스로 나섰던 덕분에 불과 2일 만에 만장일치로 동의를 이끌어낼 수 있었다. 박재영 센터장은 “두 가지 사례를 비교해보면 비록 작은 사업이라도 주민동의와 참여를 어떻게 이끌어내느냐에 따라 만족도 차이가 크다는 점을 알 수 있었다”고 전했다. 

국내 1호 자율주택정비사업으로 진행된 16세대 규모 다세대주택. LH에서 매입을 통해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국내 1호 자율주택정비사업으로 진행된 16세대 규모 다세대주택. LH에서 매입을 통해 청년, 신혼부부 등을 위한 공공임대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재 준공을 앞두고 있는 고양시 1호 자율주택정비사업 결과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당초 단독주택 3필지로 나뉘어 있던 이곳을 소규모주택정비사업을 통해 2개 동, 16세대 규모의 다세대 주택으로 개발했다. 해당 건물은 향후 LH가 주변시세에 맞춰 매입(14세대)한 뒤 신혼부부,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공공임대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방치된 공터, 장기임대 통해 마을정원으로
주민들의 끈질긴 노력으로 마을 유휴공간을 공유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사례도 있었다. 원당지역 마을정원인 ‘나래 뜰’과 ‘마루 뜰’은 본래 20년 이상 주민들의 무관심 속에 방치된 공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동네 음악회, 플리마켓 등 주민행사가 활발하게 열리는 가장 사랑받는 공간이 됐다. 

신동수 원당주민협의체 대표는 토지주와 접촉했던 과정, 그리고 설득을 통해 장기무상임대를 이끌어냈던 과정이 마치 드라마의 한 장면 같았다고 이야기한다.  

“주민들과 함께 현장자원조사를 해보다가 방치된 공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언제부터 비어있던 땅인지, 누구 땅인지 아는 분들이 없어서 등기부 등본을 떼봤더니 땅 주인이 서울 은평구 주소로 되어있는 미국 국적을 가진 분이셨어요. 일단 접촉시도라도 해보자며 몇 번 손편지를 써서 보냈는데 답장이 없었죠. 안되겠다 싶어서 주소지로 직접 찾아가봤죠.”

천운이었을까. 마침 토지주가 행사 참석을 위해 한국에 왔던 덕분에 극적으로 조우할 수 있었다. 문제는 설득과정이었다. 생판 처음 보는 사람이 땅을 빌려달라고 하는데 쉽게 납득할 리가 없었다. 그래도 신 대표는 마을을 위한 일이라는 절박한 마음으로 열심히 설득을 이어갔다. 

“다행히 토지주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셨고 ‘그런 좋은 취지라면 내 땅을 사용해도 좋다’는 동의를 받아낼 수 있었어요. 현장지원센터와 고양시에서도 기민하게 움직여준 덕에 토지임대와 관련된 행정절차를 불과 이틀 만에 끝낼 수 있었죠.”

토지주와 협의를 마쳤지만 또 다른 장벽이 남아있었다. 그곳에서 텃밭농사를 해오던 동네 어르신들과의 논의과정이 필요했던 것. 마을을 위한 좋은 일이라고 해서 무작정 쫓아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렇게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누군가는 비효율적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신 대표는 “주민 모두를 위한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당연히 거쳐야 할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설계과정에서도 조경교육을 받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한 가운데 도면을 완성해나갔다. 그리고 이러한 노력을 거친 덕분에 현재 마을정원은 주민 스스로 애착을 갖고 관리하는 동네명소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원당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마무리됐지만 현장센터는 내년까지 기한이 연장돼 활동을 이어나갈 계획이다. 센터의 남은 숙제는 앞으로 주민 스스로 마을을 관리할 수 있도록 자립기반을 마련하는 것이다. 박재영 센터장은 “쉽지 않은 과정이지만 그동안 함께해온 주민들의 역량을 신뢰한다”며 “적절한 지원이 뒤따른다면 원당지역이 뉴딜사업 이후 새로운 고양형 도시재생을 보여주는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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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 기간 주민조직 자생위해 역할 다할 것”

박재영 원당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 인터뷰

“어제(5일)가 마침 이곳에 온 지 3년째 되는 날이었어요. 시작 당시만 해도 걱정이 많았지만 주민들의 참여 덕분에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박재영 원당도시재생현장지원센터장<사진>은 2018년 7월 이곳에 왔다. 당시 원당도시재생 뉴딜사업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절차로 인해 1년의 공백 기간이 있던 상황이었다. 때문에 박 센터장은 사업에 앞서 주민역량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인프라 사업은 행정절차가 마무리 되어야 추진 가능했기 때문에 당장 할 수 있는 게 없었어요. 그래서 우선 주민공모사업을 기획했고 주민협의체와 함께 총회준비에 나서기 시작했죠. 다행히 원당의 경우 주민협의체 구성이 잘 이뤄진 덕에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어서 좋았죠.”

처음 주민총회를 준비했던 4개월의 기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는 박 센터장. 행여나 사람들이 오지 않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54명의 주민이 모여 성공적인 출발을 할 수 있었다. “현장지원센터라고 해도 외지인이 와서 주민들 마음을 얻는 게 쉽지 않았어요. 사기꾼 취급을 당한 적도 있었죠. 그래서 주민들에게 다가가기 위해 기타동호회에도 참여했고 지금도 활동하고 있어요.”

한국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일본에서 포닥(Post Dac)과정까지 거친 뒤 현장에 투입된 도시공학 전문가였지만 이론과 현실의 괴리는 생각보다 컸다. 해외 성공사례를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한국의 상황이 많이 달랐다. 그러함에도 박 센터장은 지난 과정을 통해 많은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한다. 

“처음에는 모든 게 막막했지만 4년이 지난 결과 적어도 주민들이 도시재생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게 됐고 함께 힘을 합치면 동네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고 봐요. 사실 80억원 예산으로 이 지역이 완전히 달라질 것이라고 기대하긴 어렵죠. 주민들의 기대감을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비판도 있는 만큼 앞으로 개선이 필요할 것 같아요.”

뉴딜사업은 종료됐지만 현장지원센터는 내년까지 남아 고양형 도시재생 추진 로드맵을 이끌어나갈 계획이다. 이 과정에서 주민자생조직인 배다리마을관리협동조합이 자립·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을 예정이다. 박 센터장은 “남은 기간 동안 도시재생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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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딜사업 이후에도 행정지원 지속돼야”

신동수 원당도시재생주민협의체 대표 인터뷰

“처음 제안 받았을 때는 조력자 역할 정도로만 생각했죠. 어쩌다보니 대표 자리까지 맡았는데 벌써 4년이 훌쩍 지나갔네요.”

신동수 원당도시재생주민협의체 대표<사진>는 4년 전 첫 모임 기억을 떠올렸다. 도시재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던 당시, 그저 동네를 위한 좋은 일이라는 이야기만 듣고 무작정 참여했다고 한다. 그렇게 주민모임을 시작한 지 얼마 안돼 원당지역은 덜컥 국토부 첫 도시재생 뉴딜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당시 저는 거주민이 아닌 생활권자였고 이 지역에 활동을 시작한 지도 얼마 안 된 상태였어요. 그런데 현장센터가 들어오고 도시재생교육을 들으면서 조금씩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했죠. 그렇게 참여하다보니 주민총회도 주도적으로 준비하게 됐고 대표로 추대됐어요.”

사회복지학을 전공한 신 대표는 평소 공익적인 활동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도시재생 활동에 있어서도 남들에 비해 먼저 나설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주민들이 그를 지지했던 것은 아니었다. 신 대표는 “동네에 살지도 않는 외지인이 대표를 하는 것에 대해 달갑지 않은 시선도 많았다”며 “그래도 주민모임을 통해 먼저 다가가려고 노력하고 책임감을 보인 결과 지금은 적극적으로 도와주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 협의체에 참여하는 주민은 118명. 이중 88명은 뉴딜사업 이후에도 협의체를 계속 이어가겠다는 의사를 보이고 있다. 

원당도시재생주민협의체는 이사 온 지 1~2년 된 젊은 주민부터 40년 이상 살고 있는 전직 주민자치위원까지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도시재생 사업기간 동안 협의체는 치맥파티, 음악회 등 다양한 주민행사를 열며 네트워크를 위해 노력해왔다. 본인들이 직접 아이디어를 내고 참여하다보니 다들 재미도 느끼고 성취감도 컸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주민들의 참여폭도 점차 넓어졌다.

신 대표는 지난해부터 배다리마을관리협동조합을 창립해 주민들과 함께 이끌어가고 있다. 공동체사업부, 마을관리사업부, 마을교육사업부 등 3개 부서로 나뉘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매출 4000만원을 나타냈지만 여전히 운영에 대한 고민은 크다. “빨리 자생력을 갖춰서 수익금 일부를 마을발전을 위해 환원하고 싶은데 아직 가야할 길이 멀기만 해요. 행정에서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뒤따라야 할 것 같아요.”

도시재생과 협동조합이 자생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정도의 육성기간이 필요한 것 같다고 이야기하는 신동수 대표.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그는 “협동조합을 잘 성장시켜 원당지역뿐만 아니라 고양시 전체 도시재생을 이끄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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