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3년, 87년 지뢰 872발 매설. 98년 산사태로 일부 유실

벽제동 인근 개명산에서 앵무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설치된 지뢰위험 안내문. 해당지역에는 아직까지 제거되지 않은 지뢰 136발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벽제동 인근 개명산에서 앵무봉으로 향하는 등산로에 설치된 지뢰위험 안내문. 해당지역에는 아직까지 제거되지 않은 지뢰 136발이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고양신문] ‘이 지역은 과거 지뢰매설 지역으로 2005년 군에서 지뢰 제거를 실시했으나 유실 또는 미제거지뢰로 인한 사고발생위험이 있어 출입을 금지하며….’

고양시 벽제동 끝자락에 위치한 개명산(고령산) 앵무봉 부근에 설치된 안내문 문구다. 인근 주민들은 “예전부터 산 정상에 있는 군부대 주변에 지뢰가 묻혀있었는데 산사태로 일부 지뢰가 유실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라며 “군에서 제거작업을 했는데 아직 찾지 못한 지뢰가 남아있다고 해서 동네에서도 웬만하면 근처에 가지 않으려고 한다”고 전했다.  

최근 국회 국방위원회 국감을 통해 후방지역 미제거 지뢰 중 고양시 내 남아있는 수가 136발<본지 1537호 ‘고양시 미제거 지뢰 136발’ 기사 참조>이라는 사실이 처음 공개되면서 구체적인 지뢰 위치와 유실경위에 대한 지역사회의 관심이 높아졌다. 취재 결과 언급된 136발은 개명산 인근 정상부에 자리하고 있는 대공진지 인근에 매설됐다가 유실된 지뢰인 것으로 확인됐다. 해발 621.8m로 한북정맥에 속하는 개명산은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 산 1-1 일대 자연녹지 90만여평으로 고양·파주·양주 등의 경계를 이루고 있으며 파주에서는 ‘고령산’이라고도 부른다. 

김기호 한국지뢰제거연구소장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는 1983년과 87년 두 차례에 걸쳐 총 872발의 M14대인지뢰가 매설됐다. 매설 목적은 이곳 정상부에 있는 대공 부대를 방어한다는 명목이었다. 하지만 98년 8월 경기북부에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이 지역에 큰 산사태가 발생했고 마을피해뿐만 아니라 초소를 지키던 2명의 군인이 사망하는 등 군부대의 피해도 심각했다. 

매설 지뢰 중 일부가 유실된 것도 이 시기로 추정된다. 김기호 소장은 “매설지 주변 울타리가 함께 붕괴되면서 상당수의 지뢰가 유실됐고 당시 언론에서도 서울경기 지역 내 방공기지 매설지뢰 유실문제의 위험성이 많이 보도됐다”며 “산사태 이후 인근 절에 있는 스님이 유실지뢰를 찾아 신고했던 기록도 남아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유실 지뢰 문제가 사회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하면서 국방부는 2001년부터 후방지역 미제거 지뢰에 대한 제거작업에 착수했고 이곳 개명산의 경우 2005년과 2007년 두 차례에 걸쳐 작업이 이뤄졌다. 그 결과 736발이 제거됐지만 남은 136발의 지뢰는 여전히 묘연한 상태다. 작년부터 국방부에서 이러한 미확인 지뢰에 대해 추가적인 제거작업에 돌입했고 올해 45발을 제거하는 성과를 거뒀으나 이중 고양시 지뢰는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지뢰제거작업이 지지부진을 겪으면서 주민들에 대한 안전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김기호 소장은 “보통 지뢰매설 지역 같은 경우는 전문가가 해당 지역에 들어가서 탐지하면 찾을 수 있는데 이렇게 산사태로 유실된 지뢰는 어디에 있는지 예상할 수 없기 때문에 제거작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지난번 사고가 났던 장항습지와 유사한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때문에 국민권익위는 지난 6월 ‘군 지뢰 민간인 피해방지 및 관리체계 강화’ 제도개선안을 통해 지뢰 위험지를 공개하고 지뢰 제거작업 정보를 관할 지자체에 상시 제공해 안전사고를 방지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현재까지 관련법에 대한 국방부의 입법예고만 진행됐을 뿐 정작 지자체 등에 대한 정보공유는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 소장은 “이제는 지자체, 지역주민, 군 등이 협력해서 지역에 지뢰대책위원회를 편성해서 조사하고 거기에 대한 제거계획을 함께 수립해 이에 따라 사고예방 홍보활동이 진행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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