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평화시민협약추진위 24개 단체 참여 본격추진

시민들이 만드는 평화시민협약 추진을 위해 평화단체와 보훈단체 등이 하나로 뭉쳤다. 추진위를 주도하고 있는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 이묘상 전 고양시 보훈단체협의회장, 이바다 평화누리 공동대표(사진 왼쪽부터).

 

[고양신문] 2022년은 고양특례시 원년이자 시 승격 30주년을 맞이하는 해다. 한때 접경지역의 변방도시에 머물렀던 고양은 최근 몇 년간 자족도시를 위한 숙원사업과 교통망 구축 등이 잇달아 발표되면서 이제는 서북부 중심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특히 남북 의료바이오 클러스터 등 한반도 평화경제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남북교류사업 또한 활발하게 추진하면서 평화통일특별시로서의 위상도 높여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시민사회를 중심으로 평화도시의 근간을 마련하기 위한 일종의 사회협약이 추진돼 눈길을 끌고 있다. ‘고양평화시민협약’이라는 이름의 이 협약은 ‘시민들이 스스로 기획해 만들어나가는 평화도시 고양’이라는 취지로 3차례의 토론회를 거쳐 지난 15일 일산동구청에서 추진위원회 출범식까지 진행했다. 여기에는 고양시 주요 인권·평화·시민단체뿐만 아니라 보훈단체까지 진보보수를 망라한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고 있다.   

2022년부터 본격적으로 평화시민협약 체결을 위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는 추진위를 찾아 협약의 취지와 목적,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물어봤다. 지난 29일 고양YMCA사무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는 이바다 평화누리 공동대표, 이묘상 전 보훈단체협의회장,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이 참여했다. 

❚‘평화시민협약’이라는 용어가 생소하다. 취지와 배경을 소개해달라.
이바다 평화누리 공동대표 : 고양시민뿐만 아니라 국민 대다수가 평화에 대해 동의한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평화가 무엇일까. 다양하게 정의할 수 있겠지만 정작 우리 안에서 제대로 토론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서 진보보수,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다양한 고양시민들이 모여서 평화에 대한 생각, 각자 평화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등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는 자리를 만들어 보자, 그 과정에서 공감대를 형성해 협약까지 만들어보자는 취지에서 시작했다.    

이묘상 전 고양시 보훈단체협의회장 : 고양시에서 보훈단체 일을 20년째 하면서 특히 금정굴 문제로 인한 다툼이 많았고 그때마다 이 사안을 둘러싼 갈등을 어떻게든 매듭지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늘 갖고 있었다. 그러던 중 평화시민협약추진위 참여 제안이 왔고 다른 보훈단체들과 함께한다는 전제로 참여하게 됐다. 그동안 금정굴 유족들과 보훈단체들이 반목해왔다면 이제는 서로의 마음을 이해하고 아픔을 보듬어 주는 자리를 마련했으면 한다. 

이윤희 고양YMCA 사무총장 : 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제대로 논의하고 짚고 넘어가는 자리가 지금까지 없었다. 권력을 누가 잡느냐에 따라 평화이슈는 늘 갈등과 분쟁의 대상이었다. 때문에 정치권력의 진영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아래에서부터 이러한 분쟁과 갈등의 아픔, 전쟁의 트라우마를 치유하는 과정으로서 시민협약을 추진하기로 했다. 평화에 대한 각자의 상상력을 발산하고 시민 스스로가 평화를 기획해 추진하는 게 이번 시민협약의 핵심이라고 생각한다. 
 

❚추진과정은 어떻게 진행됐나.
이바다 : 평화시민협약은 원래 시에서 먼저 추진하던 사안이었다. 3월쯤 주민참여위원회 평화통일분과 보고사항으로 구상안이 나왔는데 2021년 내로 협약문을 완성해 의회 인준을 받고 선언까지 진행하는 로드맵이었다. 문제는 이렇게 관 중심적으로 진행될 경우 대부분 지자체장의 실적쌓기로 끝나게 된다. 그래서 제안했던 것이 시민들의 주도하에 기간과 결과에 구애받지 말고 논의과정에 의미를 두자는 것이었고 다행히 행정에서 흔쾌히 받아들여서 시민사회 중심으로 추진하게 됐다. 처음에 9개 단체가 모여 시작했는데 벌써 참여단체가 24곳까지 늘어날 정도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윤희 : 정부에서도 앞서 통일국민협약이라는 이름의 사회협약을 4년 동안 준비해 2021년 협약문이 발표됐다. 서울시 또한 ‘시민이 만드는 평화통일 사회적 대화’라는 행사를 연 10억원 예산으로 3년에 걸쳐 진행하고 있다. 이처럼 시작단계에서 다양한 주체들이 논의하고 함께할 수 있는 행동계획을 만들어내는 게 필요하다. 

지난 15일 일산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고양평화시민협약추진위원회 출범식 모습
지난 15일 일산서구청 대강당에서 열린 고양평화시민협약추진위원회 출범식 모습

 

❚이번 평화협약을 진보보수가 함께 추진하는 점이 눈에 띈다.
이묘상 : 사실 보훈단체 이야기는 그동안 공론장에서 제대로 논의된 적이 없었다. 저 개인적으로도 고엽제 피해자이기도 하고 금정굴도 마찬가지로 결국 전쟁에 의해 희생당한 이들의 문제 아니겠나. 더 이상 정치권력에만 휘둘릴 것이 아니라 이제 서로의 아픔을 받아들이고 통합과 평화를 이야기 할 때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국가유공자들의 실상과 처우문제도 이번 기회에 함께 다뤄졌으면 좋겠다.

이바다 : 아무래도 고양시에는 금정굴 문제라는 상징적 사건이 있었기 때문에 이번 평화협약에 보훈단체 참여의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금정굴 사건도 결국 가해자는 국가권력이었고 태극단 일부 또한 피해자였던 것으로 알고 있다. 국가폭력 대 민간인이라는 본질이 민민 갈등으로 왜곡된 과정이라고 봤을 때 이번 기회를 통해 시민주도로 문제를 풀어내는 것이 진정한 아픔의 치유가 될 수 있다고 본다. 논의가 잘 진행된다면 평화공원 또한 금정굴 희생자뿐만 아니라 일부 태극단 희생자까지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앞으로의 계획은.
이윤희 : 2021년은 평화협약의 필요성과 추진주체를 마련하는 게 과제였다면 2022년부터는 참여단위가 확산될 수 있도록 주민모임, 학교 등 다양한 영역에 논의를 넓혀나가고 싶다. 그 속에서 우리 동네의 평화이슈와 현안, 의제발굴도 함께 진행되어야 할 것 같다. 그리고 대표자회의가 구성되면 개인적으로 억울하게 희생된 양민들과 순국선열의 영령을 함께 위로하는 해원제 같은 자리를 제안해보고 싶다. 이묘상 : 기회가 된다면 태극단 추모제와 금정굴 위령제를 함께 추진해보고 싶다. 이번 평화시민협약 추진을 통해 지역사회에서 진정한 화합의 자리가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이바다 : 평화협약은 1~2년 안에 나올 과제는 아닌 것 같다. 다만 중장기적으로 논의를 끌고 가기 위해서는 조례가 마련되어야 하기 때문에 아마 2022년에 큰 틀에서 협약문에 대한 합의가 나와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협약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이걸 시작으로 지역사회 중심으로 논의를 더 확산시켰으면 좋겠다. 다만 평화협약 추진을 위한 지원예산이 이번 예산심사에서 전부 삭감된 것은 유감스러운 부분이다. 이러한 진정성 있는 민간주도의 운동에 고양시와 시의회 또한 적극 협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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