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도] 생태계 훼손 심각한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1)

야생동물 깃들던 둑방길 수목 싹 덮어버리고
둑마루 폭 7m 콘크리트 자동차도로 조성  
경사면 하단에는 깊이 3m ‘죽음의 수로’
돌이킬 수 없는 생태축 단절 불 보듯 뻔해 
“공사 주체 한강유역환경청에 책임 물어야”

수목이 무성했던 생태적 둑방을 덮어버리고 거대한 자전거도로와 깊이 3m의 해자형 배수로를 만든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현장. 생태 통로를 심각히 단절시키는 공사의 주체는 놀랍게도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다. 
수목이 무성했던 생태적 둑방을 덮어버리고 거대한 자전거도로와 깊이 3m의 해자형 배수로를 만든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현장. 생태 통로를 심각히 단절시키는 공사의 주체는 놀랍게도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이다. 

[고양신문]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천 중 자연하천 하구의 원형을 온전히 유지하고 있는 유일한 하천인 공릉천 하구가 과도한 규모로 설계된 제방 확장공사로 인해 마구 파헤쳐지고 있다.

공릉천 하구는 ‘공릉천 보전지구’로서 낚시를 비롯한 일체의 환경오염 행위를 금지한다는 푯말이 내걸려 있고, 흙으로 된 둑방길은 동식물 서식처 보호를 위해 오토바이 통행이 금지되고, 자동차 역시 시속 20km 이하 속도제한이 적용되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중장비들이 둑방길을 오가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거대한 성벽을 연상케 하는 높은 둔덕이 쌓였고, 둑마루에는 자동차가 교행할 수 있는 넓은 콘크리트 도로가 신설되고 있다. 더 놀라운 사실은, 공사 주체가 생태환경을 보전하는 일을 책임져야 할 환경부(한강유역환경청)라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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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 손길 미치지 않았던 생태 보고

북한산 송추계곡에서 발원해 고양시와 파주시를 두루 지나온 공릉천은 오두산 통일전망대가 올려다보이는 자유로 송촌대교 하단에서 한강과 하나가 된다. 생태 훼손이 일어난 지점은 공릉천 마지막 지점인 영천배수갑문에서 송촌교까지 3.3km 하천 양안으로, 둑방길 길이로 계산하면 총 둘레 약 7km에 이르는 구간이다. 이곳은 강 건너 북한 땅 개풍군이 건너다보이는 군사적 접경지역인 까닭에 개발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곳이다. 덕분에 넓게 펼쳐진 둔치 갈대밭에는 수많은 동·식물이 깃들어 살아가고, 계절을 따라 철새들이 날아오는 생태계의 보고였다. 

특히 흙길로 조성된 둑방은 경사면을 따라 버드나무, 억새를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수목과 초본류가 뿌리를 내리고 있어서 생태적으로 하천 부지와 주변 농경지를 이어주는 훌륭한 연결통로 구실을 해왔었다. 기자는 3년 전 이곳을 처음 방문한 이후 하천 하구의 자연환경이 고스란히 보전된 경관에 매료돼 시간이 날 때마다 공릉천 하구를 찾아가 산책을 즐기며 아름다운 경관을 사진으로 담곤 했다.     

공릉천 하구는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중 가장 뛰어난 하천 하구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물길이다. 사진은 공릉천으로 합류하는 마지막 지천인 청룡두천의 모습.
공릉천 하구는 한강으로 흘러드는 지류 중 가장 뛰어난 하천 하구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는  물길이다. 사진은 공릉천으로 합류하는 마지막 지천인 청룡두천의 모습.

나무들 쓰러지고 수풀 파묻히고 

하지만 지난해 초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정비공사가 시작되며 평화롭던 하구 풍경은 서서히 달라져 갔다. 가장 먼저 둑방길 양 옆의 초목이 수난을 당했다. 군데군데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던 나무들이 포크레인에 찍혀 쓰러졌고, 말똥게와 고라니, 너구리가 수시로 출몰하던 무성한 수풀들이 덤프트럭이 쏟아부은 토사에 파묻히며 초록색 띠처럼 이어졌던 둑방길이 황토색 황무지로 변해버렸다. 

둑방길 경사면의 나무들이 포크레인에 찍혀 쓰러진 모습. 2021년 4월. 
둑방길 경사면의 나무들이 포크레인에 찍혀 쓰러진 모습. 2021년 4월. 

이처럼 생태적 고려를 완전히 도외시한 과도한 공사를 도대체 누가 벌이는 것인지 궁금해 파주시청에 문의를 하니 ‘한강유역환경청’이라는 답변이 돌아왔다. 지난달 공시된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공사 시행계획 변경 고시’를 확인해보니 역시나 발주자가 ‘한강유역환경청’이라고 명기돼 있다. 

한강유역환경청이 이 공사를 처음부터 설계·착수한 건 아니다. 공사는 2012년 국토해양부(현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 작성한 ‘공릉천권역 하천기본계획’에 근거해 설계됐고, 2018년 착공 2023년 준공 예정으로 진행 중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그동안 국토교통부가 담당했던 하천관리 업무가 환경부로 이관되는 ‘물관리 일원화’가 본격 시행되며 공릉천 하천정비공사의 주체가 환경부가 떠맡게 된 것이다. 

공사 현장에 설치된 공사 안내판. 발주자가 '한강유역환경청'이라고 명시돼 있다. 
공사 현장에 설치된 공사 안내판. 발주자가 '한강유역환경청'이라고 명시돼 있다. 

생태전문가·시민 다급히 현장 답사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의 생태계 훼손 문제의 심각성이 뒤늦게 알려지며 17일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하는 현장답사가 진행됐다. 박수택 시민탐조클럽 대표(생태환경평론가, 전 SBS 환경전문기자)의 주도로 진행된 현장답사에는 김진홍 환경정의 공동대표(중앙대 명예교수),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 지상훈 (사)하천연구소 소장, 한기식 고양자전거학교 대표가 참석했고, 시민탐조클럽 회원 다수가 동행했다. 

박수택 대표는 “지난주 시민탐조클럽 회원들과 공릉천 하구로 조류 모니터링을 나왔다가, 생태계 훼손 현장의 참상을 목도하고 회원들 모두가 경악했다”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시급히 알리고자 현장답사를 추진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일행은 송촌교에서 출발해 송촌배수장~청룡교~ 영천배수장~영천배수갑문까지 하천 좌안 둑방을 답사한 후, 갈현배수장~진구배수장~법흥배수장을 거쳐 출발점으로 복귀하며 현장을 살폈다. 공사가 상류에서 하류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진행되는 까닭에 동선에 따라 공사의 여러 단계를 차례차례 목도할 수 있었다. 하류지점에서는 수목 제거작업과 둑방을 흙으로 덮는 성토 공사가 한창이었고, 청룡교와 영천교 사이 구간에서는 본격적인 콘크리트 도로 조성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현장을 함께 답사한 생태전문가와 시민들.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현장을 함께 답사한 생태전문가와 시민들. 

“공사 시작 후 조류 숫자 급감”

영천배수장에서 영천교까지의 상류 구간의 모습은 본 공사의 최종적인 완공 모습을 짐작케하는 광경이 펼쳐졌다. 새로 만들어진 둑마루 넓이는 7m, 포장도로의 폭은 5.3m에 이르렀다. 공사가 마무리되고 둑마루 위로 자동차가 통행하는 하천 관리도로(기타 겸용도로)가 개통되면 차량 통행량과 속도의 증가는 자명해 보였다. 박수택 대표는 “둑방 위에 포장도로가 생기면 그동안 흙길을 자유롭게 건너다녔던 동물들이 로드킬 위험에 처하게 되고, 차량 통행에 민감한 새들이 공릉천 하구를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여 깊은 우려를 표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조성되는 신설 둑방길. 둑마루에는 차량이 충분히 교행할 수 있는 넓이의 자동차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로 조성되는 신설 둑방길. 둑마루에는 차량이 충분히 교행할 수 있는 넓이의 자동차도로가 만들어지고 있다.  

공릉천 하구 조류 모니터링 자료를 누구보다도 풍성하게 축적하고 있는 청소년 시민과학자 송지빈 군(시민탐조클럽 회원, 가좌고 입학 예정)은 “공릉천 하류에서만 144종의 조류를 관찰했다”고 말했다. 송 군이 꼼꼼히 작성한 모니터링 목록을 보면 뜸부기, 물수리, 저어새, 칡부엉이, 잿빛개구리매 등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종 새들의 이름이 길게 나열돼 있다. 송 군은 “공사가 시작된 후 관찰되는 조류의 종류와 숫자가 급격히 감소했다. 탐조 환경이 최고로 좋은 공릉천 하구가 망가져가고 있어서 너무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수년째 공릉천 하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조류 모니터링을 지속해 온 송지빈 군(사진 왼쪽).
수년째 공릉천 하구를 정기적으로 방문해 조류 모니터링을 지속해 온 송지빈 군(사진 왼쪽).

적군 탱크 막으려는 국방부 요청?

답사단 일행을 가장 충격에 빠뜨린 현장은 둑방 아래에 만들어지고 있는 배수로다. 넓이 2.5m, 깊이 3m가 족히 넘어 보이는 해자형 콘크리트 관이 둑방 아래쪽으로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콘크리트 수로가 하천 경사면을 둘러싸게 되면 생태계 단절 위험은 불보듯 자명했다. 이 정도 넓이와 깊이라면 야생동물들은 물론, 사람도 한번 빠지면 자력으로는 도저히 올라올 방법이 없는 ‘죽음의 함정’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엄청난 규모의 콘크리트 구조물이 도대체 왜 필요한 걸까. 현장에서 만난 시공사 관계자는 “폭우가 내렸을 때 배수로 기능도 하고, 주변 농경지에 농업용수 공급 기능도 하는 다목적 수로 시설”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과연 이 정도 넓이의 광대한 배수로가 과연 해당 지점의 예상 홍수량에 맞춰 적정 규모로 설계된 것인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야생 동식물은 물론, 사람이 빠져도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깊이로 만들어진 배수로. 
야생 동식물은 물론, 사람이 빠져도 자력으로 빠져나오기 힘든 깊이로 만들어진 배수로. 

질문을 이어가자 시공사 관계자의 입에서 궁금증을 풀어줄 실마리가 흘러나왔다. 답은 “군 당국의 요청”이었다. 아마도 공릉천 하구에 폭이 넓은 자동차길이 만들어지면 유사시 적군 탱크가 이 둑방길을 이용할 가능성이 생기는 것이고, 그러한 위험요소를 대비하기 위해 둑방 양쪽으로 탱크가 건너갈 수 없는 넓은 콘크리트 수로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를 군에서 해 온 것으로 추측된다. 

박수택 대표는 “한강유역환경청으로부터 입수한 자료를 아무리 뒤져봐도 이 배수로에 대한 환경영향평가 등 일체의 근거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생태계에 엄청난 악영향을 주는 공사를 강행해야만 하는 목적을 명백히 밝혀야 할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이율 배반 ‘하천공사 시행 목적’ 

박수택 대표가 입수해 기자에게 전달한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공사 시행계획 변경 고시’를 다시 읽어보았다. 공사의 목적은 ‘국가하천인 공릉천에 대하여 제방보강을 통한 제내지 침수피해를 방지를 도모하고, 자전거길 설치로 사업효과를 극대화하여, 수생태 건강성을 증진시키고, 청결하고 쾌적한 자연환경을 보전하며, 생명력 있는 하천으로 재창출하기 위함’이라고 밝히고 있다. 과연 지금 진행되는 공사가 공식적으로 밝힌 공사 목적에 부합하는지를 사업 주체인 환경부에 묻지 않을 수 없다. 정반대로 ‘수생태 건강성을 위협하고, 청결하고 쾌적했던 자연환경을 되돌릴 수 없도록 훼손하는’ 공사에 가까워 보였다.

흙을 높게 성토한 후 시멘트 포장도로를 조성하고 있는 모습. 
흙을 높게 성토한 후 시멘트 포장도로를 조성하고 있는 모습. 

“이제라도 어이없는 공사 막았으면...” 

답사를 마친 일행들은 한목소리로 우려와 탄식을 쏟아냈다. 한강 하구의 생태를 오랫동안 지켜보아 온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은 “공릉천 하구는 수많은 멸종위기종들이 깃드는 곳이고, 동아시아를 오가는 철새들이 거점으로 삼는 곳인데, 이처럼 형편없는 공사를 왜 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
김승호 DMZ생태연구소 소장

김진홍 환경정의 공동대표는 “공릉천 하구는 반드시 보전해야 할 가치가 있는 곳임에도 사람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문제의 심각성이 뒤늦게 드러난 것 같아 안타깝다”면서 “아직 손을 대지 않은 구간만이라도 어떻게든 지켜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훈 하천연구소 소장은 “한강 하구와 연결된 공릉천 하구는 해양생태계와 육상생태계가 만나는 너무나도 중요한 지점”이라고 강조한 후 “시급히 생물다양성 조사를 실시해 보다 면밀한 근거를 바탕으로 보전의 필요성을 증명하는 작업이 따랐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공릉천 하천정비공사가 가져올 생태 훼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김진홍 환경정의 공동대표(오른쪽)과 지상훈 하천연구소 소장. 
공릉천 하천정비공사가 가져올 생태 훼손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 김진홍 환경정의 공동대표(오른쪽)과 지상훈 하천연구소 소장. 

공릉천 하구 생명들의 간절하고 절박한 울음이 들리는 듯하다. 무엇보다도 공릉천 하구 생태계를 직접적 위험에 빠뜨리는 콘크리트 배수로 공사만이라도 우선적으로 막아내야 하지 않을까. 생태전문가들의 정밀한 진단과 적극적 문제 제기, 그리고 하천을 사랑하는 시민들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도 절실해 보인다.
 
※ 후속 취재를 통해 ▲공릉천 하구의 생태적 가치 ▲공릉천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활동 ▲진행중인 하천 정비공사의 추가적인 문제점과 개선방안 ▲공사 주체인 한강유역환경청의 답변내용 등을 보도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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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릉천 하구와 둑방길의 공사 전 모습 

송촌배수장에서 공릉천으로 흘러드는 물길. 
송촌배수장에서 공릉천으로 흘러드는 물길. 
해질 무렵이면 풀섶에서 엄청난 숫자의 말똥게들이 기어나와 둑방길을 뒤덮곤 했었다.   
해질 무렵이면 풀섶에서 엄청난 숫자의 말똥게들이 기어나와 둑방길을 뒤덮곤 했었다.   
낚시와 오토바이 통행 등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안내판.
낚시와 오토바이 통행 등을 금지한다고 명시한 안내판.
'동식물 서식처 보호'를 명시한 공릉천 보전지구 안내판. 
'동식물 서식처 보호'를 명시한 공릉천 보전지구 안내판.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사업 현장

둑방 주변 나무들이 베어지자 찾아오던 새들이 갈곳을 잃었다. 
둑방 주변 나무들이 베어지자 찾아오던 새들이 갈곳을 잃었다. 

 

❚공릉천 하구에서 관찰된 새들 (사진제공 송지빈)

[사진=송지빈]
저어새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쇠부엉이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쇠부엉이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뜸부기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뜸부기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큰덤불해오라기 (멸종위기종) [사진=송지빈]
큰덤불해오라기 (멸종위기종) [사진=송지빈]
알락개구리매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알락개구리매 (멸종위기종, 천연기념물) [사진=송지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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