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보도] 생태계 훼손 심각한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2)

전문가 인터뷰 - 박수택 생태평론가·시민탐조클럽 대표

과도한 공사 목도하고 가장 먼저 문제제기
환경부, 국토부 DNA 고스란히 넘겨받았나
아직 늦지 않아, 공사 전면 재검토해야  
“시민들 힘으로 강을 살리는 선례 만들자” 

공릉천 하구에서 진행되는 하천정비사업의 생태 훼손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
공릉천 하구에서 진행되는 하천정비사업의 생태 훼손 문제를 가장 먼저 공론화한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

[고양신문] 공릉천 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과도한 하천정비공사의 실상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문제제기를 통한 공론화를 가장 먼저 촉발한 이는 박수택 생태환경평론가다. SBS 환경전문기자로 활약했던 그는 환경에 대한 깊은 이해와 언론인 본연의 집요한 탐사본능을 무기 삼아 선 굵은 환경·생태적 이슈들을 이끌어내곤 했었다. 퇴직 후에는 고양·파주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탐조클럽 회원들과 함께 인근 습지와 숲을 찾아 정기적으로 조류 모니터링을 펼쳐오고 있다. 
편안하고 부드러운 인상의 소유자지만.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이슈와 만나면 누구보다도 눈매가 매서워지는 박수택 생태평론가를 만나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의 문제점을 들어보았다.

포크레인이 공릉천 하구 주변 농경지를 파헤치고 있는 모습
포크레인이 공릉천 하구 주변 농경지를 파헤치고 있는 모습

❚공릉천 하구의 망가진 모습을 발견한 게 언제인가.
이달 초 시민탐조클럽 회원들과 공릉천 하구를 찾았다가, 아름답던 흙 제방길이 그야말로 엉망으로 바뀐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더 경악스러운 것은 새로 조성된 제방 아래에 함정처럼 깊은 콘크리트 수로가 이어져 있는 모습이었다. 뱀, 개구리, 맹꽁이, 그리고 포유류와 같은 뭇 생명들이 빠지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 아닌가. 어떻게 이런 무참한 일이 벌어졌는지 어처구니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점은 뭐라고 보나. 
둑방 옆으로 길게 만들어진 정체불명의 콘크리트 수로다. 생태 통로를 단절시키는 거대한 콘크리트 함정을 만들었으면 이게 왜 필요한지, 누가 요청한 것인지 근거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이게 환경영향평가서에 하나도 나와 있지 않다.

깊이 3m에 이르는 콘크리트 수로. 이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죽음의 함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깊이 3m에 이르는 콘크리트 수로. 이곳에 깃들어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죽음의 함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둑마루엔 시멘트 포장도로가 깔렸다.
폭이 좁은 비포장 흙길이었을 때는 차들이 조심조심 천천히 갈 수밖에 없다. 그런데 둑마루 폭을 7m로 넓히고 시멘트 포장을 하면 차들이 속도를 내고, 당연히 야생동물들이 밟혀 죽는다. 왜 국가가 예산을 들여 생태를 망치는 공사를 하는지 용납할 수가 없다. 

❚공사 주체가 한강유역환경청이다. 
원래 서울지방국토관리청 사업이었는데, 물관리 일원화 정책의 적용으로 환경부 한강유역환경청으로 이관됐다. 그렇다면 환경부 본연의 입장에서 공사로 인한 생태적 문제점들을 재검토했어야 할 것 아닌가. 하지만 지금의 모습은 국토부의 토건중심적 DNA를 환경부가 고스란히 가져온 것에 지나지 않는다.  

확장된 둑마루를 뒤덮은 시멘트 도로.
확장된 둑마루를 뒤덮은 시멘트 도로.

❚홍수예방을 위해 하천정비사업은 필요한 것 아닌가. 
지금 만들어지는 둑방은 공릉천 하구의 예상 홍수량 대비 적정 높이보다 훨씬 거대한 규모다. 이렇게 크게 만드는 근거가 뭔지 아무 데도 설명이 나오지 않는다. 보다 근본적으로, 둑방을 높여 홍수를 인위적으로 막겠다는 생각은 더이상 통용될 수 없다. 우리나라도 이미 2006년에 당시 건교부와 환경부, 하천학자와 환경학자가 함께 논의를 거쳐 ‘홍수와 더불어 살기’라는 새로운 개념을 하천관리 시책에 담아놓았다. 그런데 이후 4대강 사업을 비롯해 전국 어느 하천에서도 홍수와 더불어 살기 기술을 적용하는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정책 따로, 현장 따로인 것이다. 

❚현장이 환경정책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국가 차원에서 환경정책에 준해 사업 현장을 강력히 통제하려는 의지가 부족한 게 문제다. 물론 모든 현장을 일일이 관리감독 하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지역의 시민, 또는 환경단체와 공조해서 이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미 공사가 많이 진행됐는데, 문제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닌가. 
그렇지 않다. 고양신문에서 이 문제를 보도한 이후 청와대 국민청원도 올라가고, 반향이 매우 크다. 고양과 파주의 시민들에게 말씀드리고 싶다. 이제라도 늦지 않았다. 공릉천 하천정비사업이 내년까지다. 아직은 시멘트 포장이 마무리된 구간이 일부에 불과하다. 막을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한강유역환경청이 공사를 중지하고, 어떻게 이런 반환경적 사업을 하게 됐는지 경위를 검토하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시정하도록 요구해야 한다. 시민들의 힘으로 망가져가는 우리나라 강을 살리는 바람직한 선례를 공릉천 하구에서 만들어보자. 

관련 영상 첨부

 

공사가 진행되기 전 둑방길의 아름다운 모습
공사가 진행되기 전 둑방길의 아름다운 모습
공릉천 하구를 찾아 공사 현장을 답사한 생태전문가와 시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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