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취재]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시민 힘으로 막아내자 (4)

전문가 인터뷰 - 한동욱 (사)에코코리아 PGA생태연구소 소장

하구 원형 고스란히 유지된 유일한 하천
서해바다 한강하구와 생태적으로 이어져  
도로와 거대 수로, 심각한 생태 단절 초래
토종 식물 긁어낸 둑방길, 외래종이 점유

[고양신문] 공릉천 하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천정비공사, 생태전문가의 견해는 어떨까? 하천과 바다가 만나는 기수역 생태계를 오랫동안 연구해 온 한동욱 (사)에코코리아 PGA생태연구소 소장을 만나 공릉천 하구의 지형적·생태적 가치와 함께 현재 진행되고 있는 공릉천 하천정비공사가 주변 생태계에 끼치게 될 영향을 짚어보았다.   

 

❚공릉천 하구가 다른 하천들과 다른 점이 있나. 
한강 하구 본류는 일제강점기부터 꾸준히 진행된 제방사업과 60~70년대 개발시대의 준설로 인해 하천의 고유한 원형이 훼손됐다. 또한 지류들도 대부분 해수 유입을 막는다는 목적으로 하구에 수문이 만들어져 기수역(汽水域, 짠물과 민물이 섞이는 구역)이 다 사라졌다. 유일하게 공릉천만이 하구가 막히지 않아 자연성이 살아있는 곳으로 남았다. 아마도 군사적 이유에서였을텐데, 3km 위쪽에 수문(영천배수갑문)을 만든 덕분이다. 

❚생태적으로는 어떤 가치가 있나.
공릉천 하구는 한강 하구와 만나 곧바로 서해바다로 이어지기 때문에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감조하천(感潮河川)의 특성을 보여준다. 물이 드나들면 퇴적물들이 이리저리 이동하며 물길 모양을 수시로 바꾼다. 이러면 겨울철에도 잘 얼지 않고, 바닥이 상대적으로 무르기 때문에 새들이 뭔가를 찾아 먹기가 좋다. 새섬매자기를 파먹는 개리, 천연기념물 재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철새들이 이곳으로 날아드는 이유다. 한마디로 한강하구 생태계와 연결되는 아주 중요한 생태계다.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릉천 하구 풍경. 
밀물과 썰물의 영향을 받는 감조하천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공릉천 하구 풍경. 

❚그처럼 소중한 곳이라면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됐어야 하는 것 아닌가. 
2006년도에 한강 하구 일대를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할 때 생태전문가와 환경단체들은 공릉천 하구 3km 구간을 포함시켜야 한다고 봤다. 그런데 파주시가 “공릉천 하구는 우리가 적극 보호하겠다”고 나서는 바람에 아쉽게도 습지보호지역에서 제외됐다. 이후 비포장 둑방길이 유지되고, 낚시금지와 차량속도 제한 푯말이 내걸리는 등 자연성을 유지하기 위한 관리가 어느 정도 됐었는데, 이번에 과도한 하천정비공사를 하며 파헤쳐진 것이다. 참으로 안타깝다.    

공릉천 하구 생태 보호를 위해 파주시에서 게시한 안내판. 
공릉천 하구 생태 보호를 위해 파주시에서 게시한 안내판. 

❚진행중인 공사의 문제점을 짚어달라.
사람의 간섭이 생태계의 회복 탄력성을 넘어서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비포장 상태인 둑방 도로를 계속 남겨뒀어야 한다. 다음으로 새들의 은신처 역할을 하는 둑방 경사면의 나무들을 없애지 말아야 하고, 둑방 아래의 수로도 주변 농경지와 생태적으로 연결돼야 한다. 이런 것들이 자연성을 지속하는 핵심인데, 이번 공사는 모든 요소들을 훼손하고 있다. 

❚깊이 3m의 거대한 콘크리트 수로는 어떤 영향을 줄까. 
이 지역에는 수원청개구리를 비롯해 희귀한 양서류들이 발견된다. 이들이 서식할 수 있었던 것은 이동성이 보장됐기 때문인데, 지금 만들어지는 수로는 개구리들의 거대한 무덤이 될 게 자명하다. 나아가 양서류를 먹는 파충류, 양서·파충류를 먹는 포유류와 맹금류들까지, 말하자면 생태계 자체를 기저 단위에서부터 파괴시키는 참담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하천정비공사 이후 수풀이 우거졌던 둑방길이 사라지고, 깊이 3m의 콘크리트 수로가 만들어진 모습.
하천정비공사 이후 수풀이 우거졌던 둑방길이 사라지고, 깊이 3m의 콘크리트 수로가 만들어진 모습.

❚식물들은 어떤 변화를 겪을까.
공릉천 하구 자연제방에는 갈대, 물억새, 기수역에서 자라는 모세달, 그리고 띠 등 다양한 토종 식물들이 경사면을 점유하고 있었다. 그런데 공사를 하며 그것들을 싹 걷어내버렸다. 그렇게 되면 그 자리에 단풍잎돼지풀, 가시박과 같은 외래종이 어마어마하게 번식하게 된다. 너무도 안타까운 일 아닌가. 또한 공릉천 하구에는 기수역의 여린 식물의 순을 먹고 사는 말똥게들도 지천이었다. 특히 한강과 합류하는 경계부에는 멸종위기종인 붉은발말똥게가 발견된다. 정비사업을 하면서 이런 부분을 과연 고려했는지 의문이다.

기수역 습지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기수역 습지에서 드물게 발견되는 멸종위기종 붉은발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제방 공사가 진행되며 주변 논을 매립하는 모습도 늘고 있다.
공릉천 하구의 풍요로운 생태계를 지키는 또 하나의 중요한 요소는 주변의 농경지, 특히 논이다. 논은 많은 생명들의 먹이터이자 휴식처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자동차도로가 생기면 논을 매립해 밭으로 바꾸고, 농막 짓고, 비닐하우스 짓고, 결국 창고나 집으로 바뀌는 수순으로 간다. 농민들이 논농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 유지할 수 있도록 유인하는 방안을 늦기 전에 찾아야 한다. 

❚앞으로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우리나라 하천 중 자연성이 남아있는 곳이 어디냐고 물었을 때, 하천 전문가들과 활동가들이 공통적으로 지목하는 곳이 바로 공릉천 하구일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건강성 높은 하천 하나 정도는 어떻게 해서든지 원형대로 남겨놓아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할 것이다. 4대강 사업을 할 때 가장 안타까웠던 부분이 자연성이 남아있었던 핵심 구간들을 훼손한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 4대강 사업과 똑같은 행위가 공릉천 하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공릉천 하구의 자연성과 건강성을 지켜내야 한다. 함께 행동할 때다.

공사 전 둑방길 모습. '불편한 상태'로 유지된 덕분에 사람의 간섭을 제한할 수 있었다.
공사 전 둑방길 모습. '불편한 상태'로 유지된 덕분에 사람의 간섭을 제한할 수 있었다.
공릉천 하구 주변을 둘러싼 농경지 역시 풍요로운 생태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공릉천 하구 주변을 둘러싼 농경지 역시 풍요로운 생태축을 이루는 중요한 요소다.
재두루미. [사진제공=에코코리아]
재두루미.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말똥게. [사진제공=에코코리아]
한동욱 (사)에코코리아 PGA생태연구소 소장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