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취재] 공릉천 하구 하천정비공사, 시민 힘으로 막아내자 (6)

공릉천 하구 조류 모니터링한 ‘네이처링 청소년 탐조팀’ 

청소년 시민과학자들이 기록한 8개월 탐조일지
생태적 가치 증명해주는 풍부한 자료 축적   
국토부 환경영향평가 달랑 5시간 ‘날림 조사’
사업 넘겨받은 환경부, 늦기 전에 재검토해야

공릉천 하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천정비공사. 포크레인이 밟고 있는 자리는 뜸부기가 머물던 은신처였다. [사진=송지빈]
공릉천 하구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천정비공사. 포크레인이 밟고 있는 자리는 뜸부기가 머물던 은신처였다. [사진=송지빈]

[고양신문] 국가가 하천정비공사를 진행하려면 계획 중인 공사가 해당 구간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사전에 측정하는 환경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공릉천 파주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에서도 ‘소규모 환경영향평가서’가 작성됐다. 작성 시점은 2016년 12월, 작성자는 당시 사업시행자인 국토교통부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다.

평가서 내용 중 조류를 조사·기록한 현지조사표를 보면, 2016년 11월 4일 단 하루 동안 5시간에 걸쳐 조사를 진행해 고작 30여 종의 새들을 발견했다고 기록되어 있다. 법적 보호종에 대해서는 별도의 언급조차 없다. 

동식물 관찰 자료 기록·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 

앞서 살펴본 환경영향평가서는 우리 국토에서 진행되는 개발사업·정비사업들이 요식행위처럼 취급되는 조사를 근거로 강행되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조류 30여 종’이라는 기록은 공릉천 하구의 풍요로운 생태계를 반영하는데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를 두 발로 증명해주는 이들이 있다. 바로 ‘네이처링 청소년 탐조팀’이다. 네이처링은 전국에 산재한 회원들이 만난 야생 동·식물 자료들을 앱을 활용해 기록하고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이다. 우리나라 곳곳의 생태 정보를 누구보다도 풍성하게 기록함으로써 시민과학의 데이터뱅크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회원들은 개인적으로 활동하기도 하지만, 특정 미션을 선정해 여러 명의 회원들이 함께 데이터를 축적하기도 한다. 바로 이 미션 중 하나가 청소년 탐조인 30여 명이 의기투합해 지난해 7월부터 진행하고 있는 공릉천 하구 조류 모니터링이다.

흰날개해오라기. [사진=송지빈]
흰날개해오라기. [사진=송지빈]

공릉천 하구 조류 분포 한눈에 

이들은 시간이 날 때마다 공릉천 하구에 들러 각자가 만난 새들의 종류와 숫자를 네이처링 앱을 활용해 지속적으로 업로드했다. 그렇게 축적된 결과는 놀라웠다. 1600번이 넘는 기록을 통해 만난 새들은 140종이 넘었고, 이들 중에는 멸종위기야생생물Ⅰ·Ⅱ급, 천연기념물 등 법정보호종만 해도 30여 종에 가까웠다. 

본지의 기획기사가 이어지자 고맙게도 네이처링 측에서 청소년 시민과학자들이 두 발로 기록한 데이터를 시각자료로 제작해 보내줬다. 지도에 찍힌 무수한 점들은 청소년 탐조팀 멤버들이 공릉천 하구에서 조류를 만난 지점들을 나타낸다. 특히 붉은색으로 표시된 점들은 앞서 말한 보호종 새들을 만난 소중한 흔적들이다. 공릉천 하구와 주변 농경지에 얼마나 많은 새들이 밀도 높게 분포하고 있는지를 말 그대로 한눈에 보여준다.  

네이처링 청소년 탐조인들이 공릉천 하구에서 만난 조류들을 점으로 표시한 지도. 붉은 색 점은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종 조류를 나타낸다. 공릉천 하구의 풍요로운 생턔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미지 제공=네이처링]
네이처링 청소년 탐조인들이 공릉천 하구에서 만난 조류들을 점으로 표시한 지도. 붉은 색 점은 천연기념물, 또는 멸종위기종 조류를 나타낸다. 공릉천 하구의 풍요로운 생턔계를 한눈에 볼 수 있다. [이미지 제공=네이처링]

생태 훼손 목격하며 미션 제안 

새를 좋아하는 네이처링 친구들에게 공릉천 하구 조류 모니터링 미션을 처음 제안한 이는 일산서구 가좌마을에 사는 송지빈 군(가좌고 1)이다. 송 군은 가좌중 신입생이던 3년 전 본지와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당시 가좌마을 뒷산에 찾아오는 새들을 관찰하는, 앳된 얼굴의 ‘꼬마 새박사’로 소개됐던 송 군은 3년 새 키도 생각도 훌쩍 의젓해졌다. 이제는 탐조인들 사이에서 실력과 열정을 인정받는 어엿한 시민과학자가 됐다.  고양과 파주지역 시민들 중심으로 모인 시민탐조클럽(회장 박수택)의 '연구팀장'이라는 직함을 부여받기도 했다.  

3년 전 고양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꼬마 새박사'로 소개됐던, 가좌중 신입생 시절의 송지빈 군.
3년 전 고양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꼬마 새박사'로 소개됐던, 가좌중 신입생 시절의 송지빈 군.

송지빈 군은 공릉천 하구 모니터링 미션을 시작한 이유를 “하천정비공사로 생태계가 위협받는 모습에 두려움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도요들이 쉬던 둑방에 공사 깃발이 꽂히고, 뜸부기가 둥지를 틀었던 논둑이 흙더미로 메워지는 모습을 보며 더 늦기 전에 이곳의 새들을 기록으로 남겨야겠다고 마음먹었다는 것.

송 군이 미션을 제안하자 많은 회원들이 취지에 공감했고, 8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이 두 발과 두 눈으로 기록한 데이터들은 공릉천 하구 생태계의 가치를 입증하는, 가장 풍성하고 과학적인 자료가 됐다.

“우리들의 미래 지켜주세요

문제는 이 풍요로운 기록들이 과연 언제까지 지속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이다. 송지빈 군은 “지난해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된 이후 새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특히 둑방을 가득 메웠던 나무와 덤불들을 제거한 후 작은 산새와 들새들이 사라졌고, 맹금류와 물새들도 눈에 띄게 줄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환경영향평가서가 5시간 동안 기록한 초라한 데이터, 스스로 나선 청소년들이 7개월 동안 기록한 1600회가 넘는 데이터. 어느 쪽이 공릉천 하구 생태계의 진면목을 담고 있는지는 자명하다. 부실한 근거를 바탕으로 시작된 하천정비공사라면, 지금이라도 중장비를 멈춰 세우고 밑그림을 다시 그려야 한다. 탐조 노트에 더 이상 적을 게 없는 내일을 청소년 시민과학자들에게 넘겨 줄 수는 없지 않은가. 올해 초 국토교통부로부터 사업시행자 지위를 인계받은 ‘환경부’가 이름값을 고민할 때다.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송지빈]
노랑부리저어새. [사진=송지빈]

----------------------------------------------------------------

"사라진 새들의 목록... 안타까워요"  

[인터뷰] ‘꼬마 새박사’에서 시민과학자로 성장한 송지빈 군

탐조지로서 공릉천 하구의 가치는.
수도권 인근에서 가장 좋은 탐조장소이고, 저 역시 가장 즐겨 찾는다. 바다가 가까이에 있고, 밀물과 썰물이 드나드는 하천이 있고, 수풀이 우거진 둑방길 주변으로 넓은 농경지가 펼쳐져 있어서 산새, 들새, 물새, 맹금류 등 다양한 종류의 새들이 사시사철 찾아온다. 이런 곳이 하천정비공사를 하며 망가지는 모습을 보니 너무 안타깝다.

가좌고 1학년이 된 송지빈 군. 청소년 탐조인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공릉천 하구 조류 모니터링을 통해 하천정비공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하고 있다. 
가좌고 1학년이 된 송지빈 군. 청소년 탐조인들과 함께 진행하고 있는 공릉천 하구 조류 모니터링을 통해 하천정비공사가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하고 있다. 

몇 종을 소개해달라.
조류 중 상위 포식자는 맹금류다. 맹금류가 있다는 것은 그만큼 생태계가 다양하다는 증거다. 공릉천 하구에서는 맹금류를 종류별로 다 볼 수 있다. 비둘기조롱이, 황조롱이, 새호리기와 같이 작은 매과들은 잠자리나 작은 쥐, 개구리 종류를 잡아먹는다. 가을에 논 위로 날아다니는 잠자리들을 잽싸게 낚아채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면 흰꼬리수리는 크고 날카로운 발톱으로 물고기나 기러기를 사냥한다. 그런가하면 칡부엉이, 쇠부엉이, 그리고 참새보다 조금 큰 금눈쇠올빼미도 거의 매 년 공릉천을 찾아온다. 하지만 하천정비공사 때문에 맹금류들이 공릉천 하구를 떠나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새호리기. [사진=송지빈]
새호리기. [사진=송지빈]

어떤 점이 걱정인가.
몇 년 전 집 근처 가좌천을 정비하며 갈대밭이 사라진 이후 그곳을 은신처로 삼았던 새들이 다 사라진 것을 내 눈으로 똑똑히 보았다. 공릉천 하구는 가좌천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다양한 생물종들이 사는 곳인데도 더 심각한 일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목격한 사실들을 들려달라.
둑방 덤불이 사라지면서 작은 새들이 쫓겨나고, 뜸부기의 서식처가 하루아침에 파헤쳐지고, 금개구리와 수원청개구리의 서식지를 알리는 팻말 바로 앞에서 수로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결과가 어떻게 될지 뻔히 예상된다. 생물들은 서로 먹이사슬로 연결되어 있고, 한번 훼손되면 회복이 어렵다. 어른들이 왜 이런 공사를 하는지 못하는지 모르겠다. 물론 꼭 필요한 공사는 해야겠지만, 그래도 생태적으로 정말 중요한 곳만은 지켜줬으면 좋겠다.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서식지를 알리는 안내판 바로 앞에서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 [사진=송지빈]
 수원청개구리, 금개구리 서식지를 알리는 안내판 바로 앞에서 공사가 진행중인 현장. [사진=송지빈]

모니터링 미션을 시작한 이유는.
고양신문과 첫 인터뷰를 했던 3년 전만 해도 아무 생각 없이 그저 새가 좋아서 탐조를 다녔다. 그런데 소중한 장소들이 자꾸만 변해가는 모습을 여러 번 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질문이 생겼다. 이게 정상적인 상황인가? 이대로 가면 새들은 어디서 살아야 하는거지? 네이처링 미션을 시작한 이유도 그래서다. 속상한 일이지만, 새가 있다는 정보만큼 새가 사라졌다는 정보도 아주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사로 인한 인과성을 증명할 수 있으니까. 사명감을 가지고 계속 해나갈 생각이다. 

장래의 꿈은. 
당연히 새와 함께하는 일을 하고 싶다. 조류 연구하는 일을 할지, 새와 관련된 환경분야의 일을 할지는 아직 고민 중이다. 최근에는 출판기획을 하는 분의 권유로 책을 준비하고 있다. 나에게 즐거움과 감동을 준 새들 이야기, 새를 보러 다니면서 부모님과 소통한 이야기 등을 직접 찍은 사진과 함께 소개할 생각이다. 이제 막 초고를 시작했는데, 부지런히 작업해서 올해 안에 책을 내는 게 목표다. 

알락꼬리마도요. [사진=송지빈]
알락꼬리마도요. [사진=송지빈]
공릉천 하구의 가을 저녁. [사진=송지빈]
공릉천 하구의 가을 저녁. [사진=송지빈]
공릉천 둑방길 옆 논에서 얼굴을 내민 고라니. [사진=송지빈]
공릉천 둑방길 옆 논에서 얼굴을 내민 고라니. [사진=송지빈]
황로. [사진=송지빈]
황로. [사진=송지빈]
흰이마기러기. [사진=송지빈]
흰이마기러기. [사진=송지빈]
지속적인 매립과 공사로 논습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송지빈]
지속적인 매립과 공사로 논습지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 [사진=송지빈]

 

관련기사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