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오후 1시 하교하고 있는 능곡초 학생들. 사진 오른쪽 회색 철제 울타리가 학교 건물까지 연결돼 있다. 학생들은 “소음과 비산먼지로 학교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 지난 25일 오후 1시 하교하고 있는 능곡초 학생들. 사진 오른쪽 회색 철제 울타리가 학교 건물까지 연결돼 있다. 학생들은 “소음과 비산먼지로 학교수업이 불가능할 정도”라고 하소연하고 있다.

학교가는길 이렇게 무서워서야
‘스쿨존’이라 믿기 어려울 정도
위험한 건설현장 그대로 노출

인도 위 통학로 불법주차 심각
소음·비산먼지 저감조치 부실

[고양신문] 울퉁불퉁 갈라진 인도 위에 소형포크레인이 배관작업을 하면서 큰 구멍을 뚫어놨다. 초등학교 건물 바로 앞 공사장에선 대형 중장비가 시끄럽게 움직이자 뿌연 먼지가 흩날린다. 큰 가방을 간신히 둘러멘 초등학생 저학년들은 25톤 덤프트럭이 지나가자 자기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했다. 황토색 흙밭은 널브러진 건설자재들과 폐콘크리트 더미로 어지럽다. 

초등학교를 코앞에 둔 ‘어린이보호구역’ 풍경이라고는 믿기지 않는다. 심지어 스쿨존이라고 표시된 곳 바로 아래에도 건설장비들이 잔뜩 늘어서 있을 정도다. 

고양시 덕양구 능곡초등학교 학생들이 이 같은 일은 겪은 지는 벌써 2년이 넘었다. 학부모들은 “학교를 둘러싸고 재개발사업(능곡1구역) 추진이 확정되면서 2019년 7월부터 철거작업이 시작됐다”고 했다. 

▲ 능곡초 주변 위성지도(2020년). 붉은색이 주요 통학로. 학교 측에 따르면 이 통학로는 전교생 550여명 중 400여명 정도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주변 아파트 공사는 올해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능곡초 주변 위성지도(2020년). 붉은색이 주요 통학로. 학교 측에 따르면 이 통학로는 전교생 550여명 중 400여명 정도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주변 아파트 공사는 올해 9월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원래 있던 통학로는 주변공사로 사라진 지 오래다. 전교생(550여 명) 대부분이 학교 후문으로 등하교 하는데, 2년 전 후문이 갑자기 사라지고 공사장을 가로지르는 임시 통학로가 만들어졌다. 학생들은 회색 철제 울타리 사이 폭 3~4m의 좁은 통로를 지나야만 학교에 들어올 수 있다. 

▲ ‘스쿨존’ 내 통학로에서 바라본 능곡초등학교. 인도 위로 불법주차된 대형차량과 폐콘크리트 더미가 어지럽다.
▲ ‘스쿨존’ 내 통학로에서 바라본 능곡초등학교. 인도 위로 불법주차된 대형차량과 폐콘크리트 더미가 어지럽다.
▲ 학교건물과 외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출입구. 전교생(550여명) 대부분이 이렇게 낮고 좁은 출입구를 통해야만 교실과 집을 오갈 수 있다.
▲ 학교건물과 외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출입구. 전교생(550여명) 대부분이 이렇게 낮고 좁은 출입구를 통해야만 교실과 집을 오갈 수 있다.

공사업체의 요구로 학교건물을 임시통학로와 억지로 연결시키다 보니 학교는 평소 쓰이지 않던 작은 비상용 문을 개방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곳이 바로 이 학교의 주 출입구가 돼버렸다. 전교생이 공사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높이 160㎝도 안 되는 문을 지나야만 등교가 가능하다. 어른들은 고개를 숙여야만 지날 수 있는 높이다. 등하교 도우미로 학교를 찾은 학부모들은 낮은 출입구에 머리를 부딪히기 일쑤다. 

“공사 소음이 얼마나 심각한지, 우리 아이는 수업시간에 선생님 목소리가 안 들린다고 해요.”

“보시다시피 공사장에 가림막이 전혀 없잖아요. 비산먼지가 그대로 학교 교실로 들어가고 있어요. 아이들이 하도 목이 아프다고 하니깐, 코로나인줄 알고 검사를 얼마나 했는지 모릅니다.”

“얼마 전 덤프트럭이 신호위반을 하고 제 앞을 지나가는데, 정말 죽는 줄 알았어요. 키 작은 아이들은 얼마나 더 무섭겠습니까.”

▲ 신호를 위반한 덤프트럭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 신호를 위반한 덤프트럭이 횡단보도를 지나고 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 좁은 통학로와 높은 철제 울타리. 
▲ 좁은 통학로와 높은 철제 울타리. 
▲ 공사장의 높은 철제벽이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철거됐다. 바로 옆 좁은 길이 아이들의 통학로. 보행로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행인이 인도(통학로)가 아닌 차도로 보행하고 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 공사장의 높은 철제벽이 별다른 안전장치 없이 철거됐다. 바로 옆 좁은 길이 아이들의 통학로. 보행로가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행인이 인도(통학로)가 아닌 차도로 보행하고 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학부모들의 불만은 끝이 없었다. 전교생의 식사를 책임지는 급식실 바로 옆으로도 공사가 진행 중인데, 비산먼지를 저감시킬 만한 어떠한 조치도 보이지 않았다. 학부모들은 안전이 걱정돼 고학년 자녀들의 하굣길까지 마중 나오고 있었다. 주변 공사장 소음과 먼지, 인도 위까지 침범한 인부들의 불법주차 차량으로 통학로가 워낙 어수선하기 때문이다. 

양미숙 학부모회 회장은 “요즘 아이들이 당하는 사건·사고가 많아 무섭잖아요. 저는 아이가 6학년인데도 불안해서 학교까지 마중을 가요. 저학년 아이를 둔 맞벌이 부모들은 아이 혼자 등하교하는 것에 얼마나 가슴을 졸이겠어요”라고 했다.

▲능곡초 교사가 통학로 인도 위에 불법주차한 공사 차량에 ‘주정차를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올려놓고 있다. '지금 주차하신 곳은 학생 400명 이상이 통학하는 통학로'라고 적혀있다.
▲능곡초 교사가 통학로 인도 위에 불법주차한 공사 관계자의 차량에 ‘주정차를 하지 말아달라’는 안내문을 올려놓고 있다. 안내문에는 '지금 주차하신 곳은 학생 400명 이상이 통학하는 통학로'라고 적혀있다. [사진=학부모 제공]

최근 통학로가 공사업체의 요구로 또 바뀐다는 소식에 학부모들이 공청회를 요구했다. 26일 열린 공청회에서 학부모들은 ▲등하교시간 공사차량 진입을 줄일 것 ▲비산먼지와 소음을 차단할 수 있는 가림막 설치 ▲학교 앞 건설노동자들의 흡연금지 ▲학교 앞 대형트럭 주정차 금지 등을 요구사항으로 전달했다. 재개발 시공사 관계자는 학부모와 학교 측에 “아이들의 안전과 학습권 보호에 더 신경쓰도록 하겠다”고 했다.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