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별기획② 데이터로 살펴본 고양시 폭염

[고양신문] 때이른 무더위가 올해도 찾아왔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여름철 폭염은 기후 위기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징후다. 최근 10년 동안 우리나라 여름철 평균기온을 살펴보면 과거에 비해 7월 0.6℃, 8월 0.7℃, 9월 1.2℃가 각각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폭염일수 또한 최근 10년간 전국 평균 14.8일로, 과거 30년 평균 11일에 비해 3.8일 늘었다. 고양시도 예외는 아니다. 도농복합도시인데다가 위도상 북쪽에 위치해 상대적으로 폭염에 자유로울 것이라는 통념과 달리 각종 지표를 살펴보면 고양은 오히려 전국적으로 가장 더운 여름을 보내는 도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최근 4년간 측정된 전국 162개 시군구 폭염데이터(체감온도, 최고·최저·평균기온, 폭염일수 등)를 통해 폭염 현황을 살펴봤다.

기상청이 제공하는 2019년 5월 1일부터 2022년 7월 4일까지 162개 시군구 측정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여름철(5~9월) 최고체감온도 분포도 그래픽. 고양과 대구, 수원, 성남, 용인, 파주, 서울 등 6개 주요 도시를 각각 비교 분석한 결과 고양시 최고체감온도가 모두 높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알려진 대구보다도 고양의 최고체감온도가 더 높게 나타난 부분은 시사점이 크다. [데이터 출처= 기상청]
기상청이 제공하는 2019년 5월 1일부터 2022년 7월 4일까지 162개 시군구 측정데이터를 바탕으로 그린 여름철(5~9월) 최고체감온도 분포도 그래픽. 고양과 대구, 수원, 성남, 용인, 파주, 서울 등 6개 주요 도시를 각각 비교 분석한 결과 고양시 최고체감온도가 모두 높게 분포되어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더운 도시로 알려진 대구보다도 고양의 최고체감온도가 더 높게 나타난 부분은 시사점이 크다. [데이터 출처= 기상청]


여름 더위를 이야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도시는 대구다. 우스갯소리로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 아프리카 날씨에 빗대어 이르는 말)’라는 표현이 유행이 될 만큼 대구는 여름철 폭염의 상징과도 같은 지역이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여름 기온을 살펴보면 대구가 가지고 있던 ‘폭염도시’의 이미지는 이제 고양시로 넘어올 모양새다. 2019년 5월 1일부터 2022년 7월 4일까지 기상청 측정데이터를 분석해본 결과 폭염 정도를 보여주는 최고체감온도에서 고양시가 대구시보다 0.6℃가량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그래프1>.

지난 4년간 측정된 고양시 여름철 평균 최고체감온도 29.0℃는 전국에서 11번째 높은 수치로 특히 수도권 도시 중에서는 가장 높았다(2위 의정부 28.5℃). 최고체감온도 상위권 지자체들이 대부분 전남 담양군, 경북 김천시, 경남 양산시 등 남쪽지역이라는 점을 감안해 볼 때 고양시의 이 같은 결과는 이례적이다. 


최고체감온도 29.0℃, 폭염일수 79일
수원·성남 등 주변 도시보다 높아

일최고체감온도 33℃ 이상인 경우를 나타내는 폭염일수에서도 고양시 여름철 더위의 악명(?)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 4년간 고양의 폭염일수는 79일로 전국 최상위권이었는데 이는 대구 81일과 비교해 불과 이틀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다. 역시 마찬가지로 수도권 내에서는 가장 많은 일수다. 고양시와 비슷한 규모의 도시로 비교되는 수원, 성남, 용인은 각각 63일, 43일, 24일로 나타났으며 옆 동네 파주 또한 44일에 불과했다. 

평균 최고체감온도가 높고 폭염일수가 많다는 것은 그만큼 도시의 삶의 질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분지형 도시나 공업도시 등의 온도가 높은 것이 일반적인데 고양시는 한강과 인접해있고, 동쪽으로는 북한산과 접해있으며, 농촌지역의 면적이 상대적으로 넓은 자연조건임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이례적”이라며 “좀 더 과학적인 분석이 필요하긴 하지만 도심 고층아파트로 인해 바람길이 막혀 시가지역 온도가 높아졌을 수도 있고 농지 내 비닐하우스 증가, 개발로 인한 녹지비중 감소 등도 원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한동욱 에코코리아 PGA생태연구소장 또한 “기후변화 데이터는 일반적으로 10년 주기를 놓고 평가하는 게 맞지만 최근 몇 년간 고양시 폭염 수치가 눈에 띄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면 그 자체로도 충분히 심각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경기지역 7·8월 기온 분포도 그래픽. 회기선형 기울기를 보면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평균기온 모두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출처 = 기상청] 
1973년부터 2022년까지 서울경기지역 7·8월 기온 분포도 그래픽. 회기선형 기울기를 보면 최고기온과 최저기온, 평균기온 모두 상승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데이터 출처 = 기상청] 

 

기후위기로 폭염·가뭄·홍수 잦아져
여름철 폭염은 비단 고양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50년간 서울경기지역 여름철(7~8월) 온도 추이를 분석해본 결과 최고기온, 최저기온, 평균기온 분포도가 모두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렸다<그래프2>. 이는 온실가스 등으로 인한 전 지구적 기후위기의 실태를 가장 잘 보여주는 지표라고 할 수 있다. 서울경기 열대야 일수 또한 기록적인 폭염이 있었던 94년 여름 이후 2000년대 중반부터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기후위기는 가뭄과 홍수문제와도 연결된다. 국립기상과학원 자료(2021)에 따르면 지난 100년간 매 10년마다 강수량이 17.71㎜ 증가하고 있지만 정작 강수일수는 매 10년당 2.73일 감소했다. 특히 최근 30년간 강수일수는 평년에 비해 21.2일이 줄어들었다. 즉 강수량은 늘었지만 비 오는 날은 적어졌다는 것인데 이는 필요할 때는 비가 오지 않고 한번 내릴 때는 폭우가 쏟아져 각종 피해를 일으키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기상청 발표에 따르면 봄철 가뭄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던 지난 5월 우리나라 강수량은 평년 대비 5.8㎜가 적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기후변화로 인한 여름철 폭염과 가뭄·홍수 문제가 가속화되면서 이제 지자체에서도 자체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표적인 방안은 도시숲 조성 정책이다. 오충현 교수는 “숲을 통해 탄소흡수 및 기후변화 대응 등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고양시에서도 시와 함께 시민들이 참여하는 다양한 녹지조성 방안을 마련해 추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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