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33주년 특별기획③ 기후위기 대응 위한 도시숲 조성

[고양신문] 녹지 비중은 그 도시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지표다. 생태적 측면 뿐만 아니라 주거환경 측면에서도 그러하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지난 3월 자사 어플리케이션 이용자를 대상으로 한 설문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31.6%는 코로나19 이후 주거지 선택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쾌적성-공세권·녹세권(공원·녹지 주변)’을 꼽았다. 이는 전통적인 주거 선호 요인으로 꼽히는 교통 편의성(12.7%)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로 그만큼 사람들의 관심사가 자연 친화적인 주거 공간으로 옮겨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징후가 뚜렷해지면서 도심 녹지, 그중에서도 도시숲에 대한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기후위기 대응책으로서의 도시숲 조성 효과와 고양시 도시숲 현황, 그리고 고양시 도시숲 조성 움직임에 대해 살펴본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도시숲 조성을 통해 기후문제를 해결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사진은 고양시 삼송역에서 서삼릉으로 이어진 사탐말산 숲.
기후위기가 심각해짐에 따라 도시숲 조성을 통해 기후문제를 해결하자는 논의가 일고 있다. 사진은 고양시 삼송역에서 서삼릉으로 이어진 사탐말산 숲.

 

기온 낮추고 미세먼지 저감 도시숲
기후 위기가 현실로 다가오면서 많은 대책들이 논의되고 있다. 그중 주목받고 있는 해결책 중 하나는 ‘자연기반해법’(Nature-based Solution, NBS)이다. 기술 공학적 접근 대신 자연을 복원·확대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인데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도시숲 조성이다.  

오충현 동국대 바이오환경과학교수가 연구 발표한 자료(2008.7.22. SGT조사)에 따르면 숲은 폭염 영향을 줄이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 오후 2시 기준으로 서울시 주요 지점별 기온을 측정해본 결과 서울시청 광장은 36.2℃, 남산은 25.5℃, 서울숲은 28.1℃, 상계동 아파트는 38.3℃로 나타났다. 같은 시간대임에도 산림‹공원‹주거지‹도심지 순으로 기온차이가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2008년 7월 22일 기준 동국대 연구팀 조사
2008년 7월 22일 기준 동국대 연구팀 조사
2008년 7월 22일 기준 동국대 연구팀 조사
2008년 7월 22일 기준 동국대 연구팀 조사

 

이뿐만이 아니다. 숲은 미세먼지 저감효과도 뛰어난 데 국립산림과학원(2019년) 자료에 따르면 미세먼지를 평균 25.6%를 줄이고 초미세먼지는 평균 40.9%를 저감시킨다. 또한 도시숲은 대기 중 오염물질을 1㏊당 168㎏나 제거하기도 한다.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주요 도시별로 도시숲 조성 정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인 ‘폭염도시’로 불리는 대구의 경우 1995년부터 가로수를 지속적으로 조성해 2020년에는 22만7000그루로, 25년 사이 가로수가 2.7배 늘었다. 그 결과 2010년대 대구의 폭염 대비 열대야 발생일은 0.6일로 전국 특·광역시 중 가장 적었으며, 열대야 발생 일수 역시 같은 기간 19.7일로 부산 22.3일과 인천 20일보다 적어지는 성과를 거뒀다. 
 
고양시 1인당 생활 도시숲 5.61㎡ 
WHO 권고 기준 절반 수준 그쳐

고양시의 도시숲 현황은 어떨까. 일산신도시 초기 시절 생태환경이 어우러진 호수공원과 도심 밖을 조금만 벗어나면 만날 수 있는 숲의 존재는 고양시가 지닌 가장 큰 자랑거리였다. 하지만 30년간 개발 일변도 정책이 이어지면서 고양시는 더 이상 녹색도시로서의 위상을 내세우기 어렵게 됐다. 

산림청이 발표하는 전국 도시림 현황통계에 따르면 고양시는 2012년 총 도시림 면적 1억201만6377㎡에서 2019년 2305만4341㎡로 감소했으며 시민 1인당 도시림 면적도 106.13㎡에서 21.62㎡로 줄었다.  이는 지속적인 택지개발과 주변 난개발에 따른 것으로 인구는 증가하는 반면 도시림은 줄어든 셈이다. 그만큼 도시의 생활환경이 나빠지고 있다는 증거다. 

(추가 취재결과 2012년 통계는 북한산 국립공원, 한강 숲 등이 포함됐고 2019년 통계에는 해당 면적이 제외되는 등 통계방식에 일부 변화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즉 7년간 감소한 고양시 도시림 중 일부는 고양시 북한산 면적과 고양시 한강 숲 면적이 통계상으로만 제외된 것임을 밝힙니다.)

​출처 =  2019년 산림청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출처 =  2019년 산림청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출처 =  2019년 산림청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출처 =  2019년 산림청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출처 =  2012년, 2019년 산림청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2012년과 비교해 감소된 숲 면적 중에는 통계상 제외된 북한산 국립공원 면적 일부와 한강 숲 면적 일부가 포함됐다는 점을 
출처 =  2012년, 2019년 산림청 전국 도시림 현황 통계. 2012년과 비교해 감소된 것으로 나타난 숲 면적 중에는 통계상 제외된 북한산 국립공원 면적 일부와 한강 숲 면적 일부도 포함됐다.  

 

녹지 중에서도 도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숲의 정도를 보여주는 ‘생활권도시림’ 지표를 살펴보자. 2019년 기준 고양시 1인당 생활권도시림은 5.61㎡로 두 평이 채 되지 못하는 수준이다. 우리나라 1인당 생활권도시림 평균 면적이 8.32㎡(경기도 평균 8.37㎡)이고 세계보건기구(WHO) 권고 기준이 9㎡라는 점을 볼 때 고양시 생활권도시림 면적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파리 13㎡, 뉴욕 23㎡). 

세계 선진도시는 고사하고 경기도 내 주요 도시들과 비교해봐도 고양시 도시숲(생활권도시림) 현황은 열악하기 그지없다. 경기도 내에서도 하위 10번째 수준인데 과천(1인당 면적 92.38㎡)은 물론 수원 7.86㎡, 성남 7.36㎡, 용인 6.19㎡보다도 낮은 수치다. 앞으로 계획된 도시개발사업이 즐비하고 인구 또한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것을 감안해 본다면 더 나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창릉신도시 등 향후 개발지역 내에 도시숲 확보를 위한 특단의 대책 필요성이 제기되는 부분이다. 
     
탄소제로숲과 마을숲 조성 시민참여로 추진
그동안 고양시는 다른 수도권 대도시들에 비해 쾌적한 환경으로 인식되어 왔다. 북한산과 호수공원, 한강 등 거대한 녹지공간이 도시 주변에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천혜의 자연조건에 비해 실제 도시숲 면적은 대도시 중 꼴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시화 과정에서 챙겨야 할 도시숲을 챙기지 못한 탓이다. 

다행히 기후위기 대응이 전 세계적 화두가 되면서 고양시에서도 탄소중립 실현 방안으로 도시숲을 조성하자는 시민들의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 4월 발족한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탄소제로 생태숲 조성 고양네트워크(이하 탄소제로숲 고양네트워크)’는 킨텍스 남쪽 개발유보지 15만 평에 대규모 생태숲 조성하기 위한 운동을 펼치고 있다. 이들이 제시하는 모델은 뉴욕의 도심숲 공원인 센트럴파크다. 맨해튼 섬 한복판에 위치한 뉴욕 센트럴파크는 남북 4.1㎞, 동서 0.8㎞(약 100만 평)에 이르는 세계 최대의 도시공원으로 1858년에 조성된 뉴욕시민의 휴식공간이자 전 세계 여행객이 찾는 유명관광지다.

심온 탄소제로숲 고양네트워크 실행위원은 “도시숲 비중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미 지정된 녹지에 나무를 심는 것을 넘어 개발 예정지를 도시숲 공원으로 전환하는 획기적인 시도가 필요하다”며 “현재 추진 중인 탄소제로 고양생태숲 운동 또한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심 위원은 시장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실제로 이동환 신임시장 또한 고양생태숲 조성계획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나타낸 것으로 전해졌다. 

대규모 도시숲 조성운동뿐만 아니라 풀뿌리 단위에서 촘촘하게 만들어 가는 마을숲 조성 움직임도 일고 있다. 올해부터 시작된 ‘고양 마을숲 시민학교’는 영국의 ‘그린 짐 프로그램’을 본떠 시민들과 함께 주변 마을 숲 체험과 관리보존, 나아가 유휴공간이나 작은 공원에 ‘쌈지 숲’을 조성하는 활동에 나설 계획이다. 마을숲 시민학교 관계자는 “올해 10개 동 주민자치회에 시범사업 공모를 진행 중이며 앞으로 숲과 건강 등의 주제로 배움과 실천을 이어갈 예정”이라며 “장기적으로 시민들이 자기 동네에 숲을 만들고 가꾸는 운동으로 확장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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