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수의 교통안전 칼럼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고양신문]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서 일상생활도 많이 변했다. 특히 필자가 느끼기에는 외식문화가 가장 많이 바뀌지 않았나 생각한다. 코로나19가 발생한 것을 언론 보도를 통해 국민이 처음 알게 된 건 2020년 1월경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그 후부터 외식은 자제하고 주로 배달음식을 먹었고, 지금도 우리 가정은 그렇게 하고 있다. 비단 우리 가정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코로나19가 종식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배달문화가 급속하게 확산하면서 이륜차 배달이 늘었다. 오죽하면 법인택시 가동률이 2019년 말 약 50%에서 올해 3월 31%로 급감했는데 그 이유가 코로나19 때문에 법인택시 기사들이 배달이나 택배업계로 이동한 결과로 보인다는 기사를 봤다. ‘택시보다 배달 라이더가 낫다’는 택시기사들의 이유 있는 외도다.

모든 일에 일장일단이 있듯 이륜차 배달이 늘면서 이륜차 교통사고도 늘고 있다. 문제는 이륜차 운전자들이 안전모를 착용하지 않거나 배달이 급하다는 이유로 여전히 교통법규를 위반하면서 곡예 운전을 하듯이 운전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륜차가 위험하다고 못 타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사회가 유지되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합의해 정한 사회 규범인 법을 지키면서 운전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의 생명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도 보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륜차 불법 행위는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어 사회적인 문제가 된 지 오래다.

도로교통공단이 분석한 이륜차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9년부터 2021년까지 3년간 전국에서 발생한 이륜차 교통사고는 모두 6만 2754건으로, 사망자 1482명, 부상자 8만 479명으로 나타났다. 시간대별로는 저녁 식사나 야식 배달이 많은 오후 4시~10시 사이에 전체 사고의 43.5%가 발생한 것으로 조사됐고, 요일별로는 배달 수요가 가장 많은 금요일(15.5%)과 토요일(15.3%)에 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다. 또한, 2021년 고용노동부에서 배달플랫폼 업체의 배달 라이더 5626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더니 응답자 가운데 교통사고를 경험한 사람은 약 47%(2620명)에 평균 2.4회의 사고를 경험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고 있다.

이륜차 교통사고 예방은 경찰의 홍보와 단속만으로는 달성할 수 없는 문제라고 판단된다. 경찰의 홍보와 단속으로 이륜차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면 그동안의 노력으로 봤을 때 벌써 해결됐어야 하는 문제다. 결국, 중요한 것은 이륜차 운전자들의 의식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안전모 착용하기, 인도나 횡단보도로 주행금지, 난폭운전금지, 시야를 확보하기 어려운 우천 시나 야간에는 전조등 켜기,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등 이륜차 안전수칙과 도로교통 법규를 준수하는 것이다.

이륜차는 안전장치가 부족해 교통사고 발생 시 자칫 중상이나 사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렇기에 이륜차 운행 시에는 짧은 거리라도 반드시 이륜차용 안전모를 착용하는 등 안전수칙을 준수하는 습관을 들여 자신의 소중한 생명을 지켜야 한다. 

물론 배달업체의 특성상 손님들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빨리 배달을 해야 한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래도 자기와 타인의 생명까지 위험하게 하면서까지 그렇게 이륜차를 운행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이륜차 운전자들이 안전수칙과 교통법규를 모르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왜 위반을 하는 것인가를 살펴보면 우리나라의 ‘빨리빨리 문화’도 한몫하는 것 같다. 배달음식을 시키는 사람도 빨리 오라고 재촉하기보다는 여유를 가지고 기다려주는 노력도 필요할 것이다.

누누이 강조하지만, 자신과 타인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서는 이륜차 운전자들의 의식전환으로 이륜차 안전수칙과 교통법규 준수가 절실히 필요하다. 필자도 경찰 생활을 30년 가까이 했지만, 이륜차 문제를 생각하면 좀처럼 해결책을 찾을 수 없어 가슴이 답답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한강의 기적을 이루며 선진국에 진입했듯이 이륜차 문제도 이륜차 운전자들의 의식전환을 통해 세계 어느 나라보다 안전한 이륜차 교통문화가 정착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광수 일산서부경찰서 교통관리계 경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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