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검토 TF’ 대안 발표
뚜껑 열어보니 엉성·모호
실현가능성, 구체성 떨어져

[고양신문] 이동환 시장 당선 이후 고양시청 신청사 건립 재검토로 인한 논란이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다. 이 시장은 취임 직후엔 민간투자를 통한 복합개발 추진을 큰 틀에서 제시했는데, 정확히 두 달 만에 방향을 급선회했다. “알고 보니 그린벨트 해제 요건 때문에 복합개발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놓은 안이 “축소해 짓겠다”다. 애초에 이동환 시장의 재검토 공약은 ‘시 예산을 줄이기 위한’ 것이었기 때문에 복합개발이 아니라면 특별한 답은 없었다. 지자체가 청사를 짓겠다며 정부예산 등을 끌어올 수는 없기 때문이다. 공적자금이 불가능하다면 민간자본 밖에는 답이 없다.

당선 전부터 구상했던 안이 그렇게 허무하게 막히자 이 시장 측은 ‘그냥 작게 지으면 된다’라고 발표했다. 축소해서 지으면 시 예산을 아낄 수 있으니 공약의 취지에는 부합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신청사 건립의 취지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공약 달성을 위해 사업 본래의 목적을 뒤로 물러나게 한 격이다.

업무공간이 부족한 현 고양시청 청사의 구조. 본관과 신관은 안전검사 D등급으로 안전문제가 심각하며, 공간이 부족해 11개 외부건물에 공무원들이 분산돼 있다. 시민들은 부서를 찾아 헤매기 일쑤고 공무원들마저 부서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좁은 주차장 문제도 심각하다.
업무공간이 부족한 현 고양시청 청사의 구조. 본관과 신관은 안전검사 D등급으로 안전문제가 심각하며, 공간이 부족해 11개 외부건물에 공무원들이 분산돼 있다. 시민들은 부서를 찾아 헤매기 일쑤고 공무원들마저 부서의 위치를 모두 파악하지 못할 정도다. 좁은 주차장 문제도 심각하다.

신청사 시급성 인정하면서 
“돈 아껴야 하니 안 된다”

14일 고양시가 주최한 ‘신청사 재검토 포럼’에서 신청사 건립의 시급성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환영사에서 이동환 시장은 “20년 전 안전검사에서 이미 D등급을 받은 시청 본청 건물은 안전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런데 포럼이 시작되고 ‘신청사 재검토 TF’가 발표한 내용은 ‘일단 작게 짓자’는 것이었다. 그리고 현재의 낡은 본청 건물은 그대로 쓰고, 외부에 분산되어있는 부서만 모아서 신청사 새 건물로 옮길 것을 제안했다. 신청사를 짓되 안전문제가 있는 D등급의 본청 건물을 그대로 쓰자는 안인데, 이런 발표에 ‘그럴 거면 왜 신청사를 짓느냐’는 물음을 던질 수밖에 없다. 

작게 짓겠다면 어떤 방식으로?
“아직 결정된 거 없다”

축소해 짓는다면 어떤 방식으로 언제 짓는 것인지도 궁금하다. 하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2만2000평 규모의 설계(설계비 107억원)를 중단시킬 것인지, 아니면 새롭게 또 설계공모를 할 것인지, 초기에 짓는 건물과 나중에 짓는 건물의 연결성과 조화는 어떻게 이룰 것인지, 이런 모든 궁금증에 대해 그 어떠한 답도 내놓지 못했다. 이런 압박이 이어지자 이정형 TF위원장은 “재검토를 위한 첫 포럼이라 부족한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포럼의 한 참석자는 “TF의 그런 안이한 준비가 시 행정에 혼란을 가중시킬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며 준비부족을 질타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신청사가 행정타운과 시민편의시설, 공원, 녹지, 도시철도(고양선·트램) 등과 연결되어 건설되기 때문에 도시개발 측면에서 그 파급력은 상당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일반 시민들도 신청사 건립에 그만큼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런 중대한 사안을 세밀한 청사진 없이 거친 밑그림만으로 가볍게 발표하다 보니 포럼 참석자들은 가능성 있는 추진방법을 각자의 상상력으로 구현해 볼 수밖에 없었다.

14일 '신청사 재검토 포럼' 환영사를 하고 있는 이동환 시장. 이 시장의 사진 왼쪽과 오른쪽은 인수위원으로 참여했던 강승필, 이정형 교수. 이들은 이날 좌장과 발제자 자격으로 포럼을 주도했다. 

본청 건물은 언제 옮기나?
세부 계획은 아직 없다

‘신청사 재검토 TF’의 이정형 위원장은 “청사를 1단계로 작게 짓는 것이지 거기서 끝내는 것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시말해 ‘단계적’으로 ‘중장기적’으로 건물을 추가하겠다는 설명이다. 신청사 건립의 본래 목적을 언젠가는 달성하겠다는 뜻으로 이해된다. 

그래서 나온 질문이 ‘그럼 언제 어떤 방식으로인가’다. 또 시 예산을 안 들이고 짓겠다고 했으니 ‘그 방법은 무엇이냐’다. 그런데 여기에 대한 답변도 매우 모호하다. (발표 자료를 바탕으로)전문가적 표현으로 옮기면 ‘다양한 재원마련 대안검토를 동시에 고려’하겠다고 한다. 쉽게 말해 ‘돈을 쓰지 않고 청사를 짓는 방법을 시간을 두고 찾아보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또 다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질문은 그래서 ‘그 방법이 뭐가 있느냐’는 것인데, 이에 대한 답으로 “신청사 부지가 언젠가는 복합개발이 될 수 있는 상황이 만들어질 것이다”이다. 과연 그것이 가능할까.

복합개발 언제 가능할까?
배임죄 부담, 사실상 불가능

사실을 확인해 본 결과 TF가 제시한 기대가 실현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그린벨트 해제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답변은 “3~4년 만에 단기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일은 절대 아니다. 예를 들어 정부 주도의 택지개발 부지로 갑자기 편입된다면 모를까 청사부지의 복합개발은 앞으로도 어렵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기도는 오직 공공청사를 짓는 목적으로 고양시 신청사 부지의 그린벨트를 조건부로 해제했다. 그렇기 때문에 민간투자자에게 수익이 발생하는 복합개발은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만약 그것을 허용해 준다면 설계 방향에 따라 ‘공익을 해치고 제3자에게 이익을 주는 배임죄’에 해당될 수도 있다.

현 시청부지 매각할 수 있나?
가능은 하지만, 소송 각오해야

신청사 재검토 TF의 이정현 위원장은 “현 시청 부지를 매각하거나 복합개발해 돈을 마련할 생각은 왜 못하는지 모르겠다”고 밝혔다. 이것이 실현 가능한지는 고양시가 몇 차례 법률검토를 통해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확인된다. 다만 소송의 여지는 있다. 

현 고양시청 부지는 밀양박씨 종중이 '공공청사 용도로 쓰는 조건'으로 고양시에 무상기증한 땅이다. 하지만 토지등기부등본에는 매매로 기록돼 있어 법률적으로 고양시에 유리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또 다른 계약서가 문중에 남아 있을 수 있어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은 충분하다. 마치 신청사 부지의 그린벨트 조건부 해제와 비슷하게 ‘조건부 기증’에 걸려있어 청사 이외의 용도로 쓰기에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이런 법률적 검토와는 별개로 현재의 시청 부지가 과연 3~4년 안에 민간에 팔릴 수 있는 부지인가도 당연히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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