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회 고양 종교인 평화 심포지엄

‘남북위기상황과 종교인의 사명’
김누리 교수 강연과 알찬 토론
종교장벽 뛰어넘어 평화의 길 모색 
 

[고양신문] 고양의 종교인들이 종단의 경계를 뛰어넘어 한마음으로 평화의 길을 모색하는 ‘제3회 고양 종교인 평화 심포지엄’이 22일 덕양구청에서 개최됐다. 고양종교인평화회의(대표회장 이은형 신부)가 주최하고 고양시·고양신문이 후원한 이날 행사는 불교, 원불교, 천도교, 개신교, 천주교 등 여러 종단의 종교인들이 함께 참여했고, 지역정치권에서는 이용우 국회의원, 심상정 국회의원, 임홍열·최성원 고양시의원도 자리를 함께 했다. 무엇보다도 행사장을 가득 메운 100여 명의 시민들이 세 시간이 넘도록 자리를 뜨지 않고 주제강연과 토론을 경청했다.

주제강연을 들려준 김누리 중앙대 교수. 
주제강연을 들려준 김누리 중앙대 교수. 

우리 내면을 지배하는 ‘분단’
‘남북 위기상황과 종교인의 사명’이라는 제목으로 주제강의를 한 김누리 중앙대 독어독문학과 교수는 독일통일의 경험을 중심으로 종교인들의 역할을 조명했다. 

김교수는 먼저 오늘날의 사회를 생태적·정치적·사회적·교육적 파국이 종합적으로 밀려오는 ‘거대 위기의 시대’라고 진단하며 “특히 대한민국은 이러한 위기를 고민하기는커녕, 가중되는 요인을 제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세대와 미래생명(앞으로 태어날 생명들)에 대한 기성세대의 무관심, 무책임, 무대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 교수는 대한민국이 처한 이러한 파국의 기저에 ‘분단’이 있음을 지적했다. 그는 “분단은 휴전선에 있는 게 아니라 모든 한국인의 내면에 있다”면서 “분단이 지속되는 한 우리 모두는 자기검열과 권위주의를 내면화하고, 정치적 수구·보수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민족의 운명을 강대국에게 의존하는 ‘볼품없는 국가’에서 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동독 종교인들의 용기와 신념 

‘그렇다면 어떻게 분단을 극복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해 김누리 교수는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의 개신교 지도자들과 국민들이 보여준 놀라운 용기와 신념을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일반적으로 우리는 독일 통일을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는 사건으로 기억하지만, 실제로는 그보다 1년 전 동독의 교회와 국민들이 호네커 공산 독재정권에 목숨을 걸고 항거한 라이프찌히 시위로 인해 스스로 혁명을 쟁취해낸 것”이라는 사실을 짚었다.

하지만 실제로 통일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동독의 종교인들과 재야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지향하는 체제로 서독의 자본주의가 아닌, 민주화된 사회주의 동독을 꿈꿨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투표를 통해 동독의 각 주가 기존의 서독 연방에 가입하는 것을 선택하며 이후 동독 출신 주민들이 엄청난 박탈감을 경험해야 했다는 것. 이러한 내용을 바탕으로 김 교수는 “평화는 신속하게, 통일과정은 신중하게”라는 견해로 강의를 마무리했다.

토론자로 나선 문향허 교무(원불교), 현주 스님(불교), 주선원 선도사(천도교).
토론자로 나선 문향허 교무(원불교), 현주 스님(불교), 주선원 선도사(천도교).

다양한 종단 함께한 패널토의

여러 종단의 논객들이 참여한 패널 토의에서도 진지한 논의가 오갔다. ▲주선원 선도사(전 천도교 감사원장)는 한 세기가 넘는 시간동안 일제의 강점에 이어 미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의 현실을 지적하며 “3·1운동이 지향한 가장 큰 목표인 ‘자주’를 실현할 방안을 진지하게 질문해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 현주 스님(전남대 연구교수)은 “미국적 가치인 극단적 물질주의를 지양하고, 생태적 이성주의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서는 생명존중과 공동체적 사고에 기반한 종교계의 역할이 크다”는 견해를 밝혔다. ▲문향허 교무(원불교 일산교당)는 “평화의 도시를 표방하는 고양시가 통일운동의 교두보가 돼야 하고, 고양종교인평화회의가 구심점이 되어 원심력을 넓혀나가자”고 제안했다.      

고양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이은형 신부(천주교).
고양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 이은형 신부(천주교).

“평화라는 소중한 가치로 연대해야”

사회를 맡은 최준수 평화누리 상임대표는 “고양종교인평화회의는 전국에서 가장 모범적으로 운영되는 종교 간 소통 모임 중 하나”고 자평했다. 이날 행사 역시 알찬 강연과 토론만큼이나 뜻깊었던 것은 좀처럼 경계를 넘나들기 어려운 종교인들이 ‘평화’라는 궁극적 가치를 공유하며 협력하는 모습이었다. 김누리 교수도 “이렇게 좋은 자리가 고양에서 이어진다는 것이 놀랍다”며 고양종교인평화회의의 활동을 높게 평가했다. 

고 유재덕 목사 추모 순서. 
고 유재덕 목사 추모 순서. 

심포지엄에 앞서 참석자들은 최근 고인이 된 고 유재덕 목사(전 고양종교인평화회의 대표회장)을 추모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이은형 대표회장은 오늘날에도 세계 각국에서 종교적 이유로 갈등이 일어나는 점을 지적하며 “사랑과 자비,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가 분쟁의 한복판에 선다는 것은 커다란 모순”이라고 말했다. 이어 “평화라는 소중한 가치로 연대하는 고양시 종교인들의 열정과 기도가 분단의 땅에 크게 울려 퍼지기를 염원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토론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김누리 교수.
토론자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김누리 교수.
고양종교인평화회의에 동참하고 있는 종단 대표들.
고양종교인평화회의에 동참하고 있는 종단 대표들.
인사를 전하는 심상정 국회의원. 
인사를 전하는 심상정 국회의원. 
인사를 전하는 이용우 국회의원.
인사를 전하는 이용우 국회의원.
추모와 묵념.
추모와 묵념.
김누리 교수의 강연.
김누리 교수의 강연.

 

저작권자 © 고양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