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생 신지혜]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신지혜 기본소득당 대변인

[고양신문] 14일 저녁 9시, 신당역 화장실에서 한 여성이 살해됐다. 피의자는 피해자의 입사 동기로 피해자를 2년 동안 스토킹했고, 스토킹 이전에 불법촬영 및 불법촬영 유포 협박도 했다. 피의자는 피해자에게 저지른 5개 범죄 혐의로 고소되었으며, 살해를 저지른 날은 재판 선고 전날이었다. 

불법촬영 및 유포 협박했던 피의자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던 재판부, 스토킹으로 추가 고소했음에도 구속영장 신청조차 않았던 경찰, 범죄가 더해져 피해자 고통은 커졌는데도 적극적으로 보호조치 못했던 경찰과 검찰, 이 모든 일의 시작과 끝이라 볼 수 있는 서울교통공사는 피해자가 살해될 때까지 알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직위해제된 피의자가 직원 내부망에 접속해 피해자 정보에 접근하는 길도 막지 않았다. 모두 피해자의 죽음에 책임이 있었다.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이 이어지고 있는 신당역 사고 현장.
희생자를 추모하는 마음이 이어지고 있는 신당역 사고 현장.

책임 있는 기관들이 ‘재발 방지’를 말하고 있다. 더 철저하게, 더 적극적으로 피해자 보호해야 한다고. 하지만 피해자 보호 사법체계가 촘촘해져도 스토킹 범죄 근절엔 적신호를 주는 발언도 정치권에서 나왔다. 신당역 스토킹 살인사건을 두고, ‘좋아하는데 안 받아주니 폭력적으로 대응한 것 같다’ 등의 서울시의회 이상훈 의원의 말이 대표적이다. 

이상훈 시의원의 발언은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식의 속담처럼 스토킹을 끈질긴 구애 정도로 가볍게 여긴다는 것을 고백하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가해자의 괴롭힘을 피해자가 받아주지 않아 생긴 일처럼 범죄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떠넘긴다. 남성의 구애를 여성이 받아들이지 않아 생긴 해프닝 정도로 여기는 태도는 피해자가 신고하고 보호 조치를 받는 데도 영향을 미친다. 가해자의 직업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나 피해자 보호 조치가 기각된다. 평범한 가해자가 저지르는 잔혹한 범죄인 스토킹 범죄의 특성을 주목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심지어 스토킹 가해자 두둔 발언은 서울시의회 시정질문 중에 나왔다. 스토킹 범죄를 가벼이 여기는 것을 바꿀 책임은 정치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더불어민주당은 ‘6개월 당원 자격 정지’라는 솜방망이 징계를 내렸다. 스토킹 범죄의 악독함이나 잔혹함을 죽음이라는 피해로 처절하게 드러나도 정치가 너무도 안일하다는 것을 보여준 것이다.  

심지어 이상훈 의원은 서울교통공사를 행정감사하는 서울시의회 교통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서울교통공사는 불법촬영 범죄 시작부터 스토킹을 거쳐 살인까지 범죄가 가중되는 동안 어떤 역할도 하지 못했다. 지난 20일, 서울교통공사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여성 당직 제한’을 내걸었다. 업무에서 여성을 제외하는 차별을 저지르고, 범죄에 대한 책임은 지지 않겠다는 태도다. 어느 때보다 철저한 성평등 관점의 행정감사를 받아야 할 서울교통공사를 스토킹 범죄에 경각심 없는 이 의원이 행정감사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되묻고 사퇴해야 한다.  

스토킹 처벌법 시행 1년을 앞두고 있다. 사법 체계가 피해자에게 든든한 보호막이 아니었음을 또다시 죽음으로 증명됐다. 사법 체계를 보완할 책임 있는 정치권이 나중이 아닌 지금부터 스토킹 범죄를 엄중하게 대하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고 불안할수록 제 역할 하지 못한 정치를 외면하는 현실을 멈출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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