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격리에만 집중한 정부
알아서 살아남아야 했다
협회 밴드 통한 긴급지원이
유일한 대책이자 희망


[고양신문] “코로나19로 격리된 2년 6개월의 시간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어르신들을 죽음으로부터 엄호해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에 우리들 건강은 안중에도 없었어요. 국가도 자치단체도 거리두기, 격리시키는 일만 확고하게 했지, 격리된 우리들이 어떻게 대처할지에 대해서는 방치한 것 같습니다. 유일한 버팀목은 같은 상황에 놓인 요양기관 원장님들 뿐이었어요”

고양시장기요양기관협의회 나윤채 회장은 끝이 보이지 않았던 길고 긴 어둠의 터널을 손잡고 헤쳐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격리된 요양원들은 상당수 직원들이 빠져나갔고, 우선 어른신들의 식사준비부터 걱정이었다. 서로의 처지를 아는 유일한 동지였던 협의회 밴드에 도움을 요청하면 아직 격리되지 않은 요양원들 곳곳에서 반찬을 보내주었다고 한다. 밴드는 유일한 연대였고 지원이었다. 어떤 요청이든 내 일처럼 맞아준 동료들이 없었다면 그 시간을 제대로 버티지 못했을 거라고 한다. 

“요양원에도 코로나 영웅이 있어요. 요양보호사로 일하시는 분들이 대부분 65세 이상의 장년층이다 보니 코로나로 위협 느끼는 경우가 많았고, 떠난 분들도 계시죠. 그런데 떠나지 않고 어르신들을 지킨 분들도 계셔요. 우리는 이분들을 코로나 영웅으로 부릅니다. 직원이 부족한 요양원에서는 원장님들 가족이 총 출동하기도 했어요.” 

코로나 기간 동안 요양원들은 코로나 지정 병원보다 위급했고, 위중했다. 의료진 없이 죽음의 문턱을 수시로 넘나들어야 하는 상황은 지금 생각해도 끔찍하다고 한다. 
나윤채 회장은 큰 고비를 겪으면서 요양원의 가치와 역할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고 한다. 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원이 돈이 된다는 바람이 불었지만 실제로 돈 벌려고 요양원을 열었던 원장들은 많이 포기했단다. 어르신들을 온몸으로 보살펴야 하는 일이어서, 뭔가 다른 가치를 추구하지 않으면 지속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들도 마찬가지다. 타인을 돕는 데서 보람을 느끼지 못하면 금방 포기하게 된다. 

나윤채 고양시장기요양기관협의회장
나윤채 고양시장기요양기관협의회장

가장 힘들 때는 언론에 요양원이 어르신 학대로 도마 위에 오를 때다. 모든 요양원들이 죄인처럼 되어 버린다고 한다. 요양보호사에 대한 열악한 처우도 의욕을 떨어뜨린다. 정부지원 급여는 아무리 오래 일해도 최저임금이다. 자치단체별로 조례를 만들어 소액의 수당을 지원하기도 하는데 고양시는 빠져있다. 우리는 공공과 민간의 경계에 있는데, 공공은 민간으로 치부하고, 민간 요양시장은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대기업이 뛰어들고, 제약회사, 학교법인 등도 요양기관 운영에 나서고 있다. 코로나 터널을 통과한 협회는 이제 치열한 시장의 터널을 다시 지나야 한다. 

“대기업 시스템이 강점도 있지만, 어르신들과 인간적으로 교감하는 일은 자발적 열정으로 나선 우리 원장님들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시설을 조금 더 쾌적하게 만들고, 반려견과 함께 지낼 수 있는 요양원, 할머니 전용 요양원 등 어르신들이 원하는 노년의 삶에 정성껏 반응하는 요양원으로 진화해야죠. 협회는 다양한 협력과 연대를 통해 더불어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찾으려고 합니다. 최전선에서 코로나를 넘긴 경험이 우리에겐 아주 소중해요.”

고양시장기요양기관협의회는 지난달 협회 창립 이후 첫 야외 워크숍을 가졌다. 160개 회원사 중 100여 곳이 참여해 지난 2년 6개월의 긴장과 불안을 풀었다. 건강강좌도 듣고, 체육대회도 하고, 맛있는 밥도 나누면서 마음껏 놀았다. 힘든 시간을 함께 협력하며 견딘 사람들이 가질 수 있는 무언의 연대감이 흘러 넘쳤다. 따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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