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한해는 4·15국회의원선거, 대통령 탄핵, 행정수도이전, 4대 개혁법안 논란 등 정치적으로 혼란스런 한 해였다. 국민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 정치야말로 가장 좋은 정치라는 옛말이 있다. 정치가 안정되고  국민의 생활이 윤택하면 굳이 정치에 관심을 가지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요즘 우리 국민들은 어떠한가.  정부의 국정운영에 귀를 세우고 의원들 행동 하나하나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가. 물론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가지는것은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자발적인 것이 아니라 어떻게든 살아보려고 눈에 핏대를 세우고 정치판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국민들은  정치가들의 이권다툼에는 별 관심이 없다. 아니, 오히려 진저리 치고 있다는 것이 현실이다. 옛날 유방은 진나라의 수도를 점령하면서 시황제가 만들어놨던 수많은 악법을 폐지하고 단 3개 조항만으로 백성들을 평화롭게 다스렸다고 한다.

지금 국회는 국가보안법을 비롯, 4대개혁법안이다 뭐다 하며 실랑이를 펼치느라 난장판이 되고 있다. 뜻을 세우기 위한 고귀한 이상도 좋지만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어려운 경제를 살리고 어지러운 정치를 안정시키는 일이 아닐까.

어느 누가 자신의 고집을 꺽지 않는다면 화해가 성립될 수 없다. 옛말에 지는자가 이긴다는 말이 있다. 패자란 언제나 추하고 비참하게 보이지 않는다. 때에 따라서는 승자보다 더 찬란히 빛나고 아름다운 존재가 되는 것이다.

먼저 손을 내민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하지만 정치한 손을 내미는 것이지 손으로 남을 때리는 것은 아니다.

한국사람들은 너무 급하고 타협을 모른다고 한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뒷전에 몰아넣고 서로 피 튀기며 아웅다웅할 때가 아니라 이제는 한발 물러서며 여유를 가지고 멀리 보는 자세를 가져야 할 시기가 아닌지 생각한다.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손자가 얼마 전에 여자친구랑 싸웠다가 화해했다고 저녁시간에 이야기 한 것을 들었다. 자기가 한발 물러나 여유를 가지고 대하니 여자친구도 잘 해주더라는 것이다.

모든 일은 무작정 밀어붙이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때로는 한숨 돌리고 움직이는 것도 살아가는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김석봉/ 덕양구 주교동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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